승률 견인하는 경이로운 수비효율
수비력, 투수력, 분석력 ‘연동지표’
22년 놀라운 초반 흐름 SSG 소환
상대 타선 눈물 빼는 LG의 3박자

2022년 KBO리그 최초로 ‘와이어투와이어’ 우승 역사를 쓴 SSG는 시즌 초반부터 기세가 대단했다. 투타 기록 이상의 팀 승률을 올리며 개막부터 달려 나갔다. 패색이 짙던 경기도 극적으로 잡아내는 등 ‘우주의 기운’마저 따른다는 촌평까지 나오던 그해 시즌 초반, SSG의 각종 팀 기록 가운데 유난히 도드라진 지표 하나가 있었다.
SSG는 2022시즌 초반 수비 상황에서 인플레이타구 아웃 비율을 의미하는 수비효율(DER)이 비현실적으로 높았다. 당시 개막 이후 22경기에서 17승1무4패(0.810)를 기록한 가운데 수비효율이 0.745에 이르렀다.
수비효율은 팀의 수비력과 투수력, 분석력 그리고 경기 운까지 녹아 있는 팀 전력의 종합 ‘연동 지표’로도 해석된다. 타고투저 흐름이 거셌던 지난해 수비효율 1위 팀은 0.683의 삼성으로 잘해야 0.700 전후에서 수비효율 1위 팀이 나온다. 수비효율 0.745는 팀 내 구성원의 손발이 잘 맞으면서 하늘의 도움도 얻어야 나올 수 있는 수치다.
올시즌 개막 이후 멈춤 없이 질주 하는 LG의 시즌 초반 수비효율 또한 비현실적으로 좋다.
지난 19일 현재 개막 이후 22경기에서 18승4패(0.818)을 달리고 있는 LG는 수비효율 0.747을 기록하고 있다. LG를 만나는 팀 타선은 인플레이타구의 안타 비율이 고작 0.253에 그쳤던 셈이다.
LG의 경이로운 수비효율에는 개막 이후 고공 행진을 한 여러 동력이 스며들어 있다.

수비효율이 70% 중반대까지 이르렀다는 것은 우선은 LG 야수진의 기본 수비 경쟁력이 발현된 결과로 볼 수 있다. 실제 LG는 유격수 오지환, 2루수 신민재, 중견수 박해민에 이르는 센터라인 야수들의 수비범위가 리그 최상급이다. 여기에 구본혁을 중심으로 주전 못지않은 백업 내야수까지 버틴다.
수비효율이 높다는 건 투수진이 강한 인플레이 타구를 상대적으로 덜 허용했다는 가설로도 이어진다. LG는 개막 이후 팀 평균자책 2.66을 기록하면서 팀 피안타율도 0.195로 억제하고 있다. 똑바로 가는 공이 없는 외인투수 치리노스를 비롯해 주요 투수들이 타격은 허락해도 정타는 적게 내준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전체 투수의 이닝당 평균 투구수도 15.6개로 15.5개의 KT와 투구수 절약 싸움을 벌이는 중으로 수비 시간 단축으로 야수들의 수비 리듬까지 만든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또 하나, 코칭스태프와 데이터팀의 분석력이다. 허용 범위 내에서의 수비 시프트를 최대한 효과적으로 활용해 적중률을 높인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LG는 데이터팀도 강하다. KBO리그에 ‘데이터’ 개념의 진화가 시작된 1990년대 후반부터 ‘데이터 전문가’로 트렌드를 만든 노석기 팀장이 데이터팀을 이끄는 가운데 현장에서는 KBO리그 데이터 원조 전문가로 꼽히는 김정준 수석코치가 염경엽 감독을 보좌하고 있다.
LG는 올시즌 팀 실책수도 8개로 삼성과 함께 가장 적다. LG는 기본기에도 충실한 수비를 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피칭 아티스트’로 다시 태어나 개막 이후 벌써 4승을 올린 LG 베테랑 임찬규가 올시즌 상승 배경으로 수비 지원을 먼저 거론한 것도 괜한 공치사가 아니다. LG 투수진은 지금 넉넉한 야수진의 도움을 받고 있다. 반대로 야수진은 투수들의 도움을 받고 있다. 수비효율 0.747이 나온 배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