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차관에 '정책통' 구혁채… 과기혁신본부장에 '물리학자' 박인규
배경훈 "'AI 3대 도약' 최우선 과제 추진"… 업계서 바라본 시선은
[미디어펜=배소현 기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차관급 인선이 완료된 가운데,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가 국가 AI 대전환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포부를 밝히며 국가 R&D(연구·개발) 정책 등이 본격적으로 추진 동력을 얻을 전망이다. 업계를 중심으로는 '아웃풋'에 방점을 둔 정책부터 속도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류제명 2차관이 임명된 데 이어 이재명 정부 신임 과기정통부 제1차관에는 구혁채 전 과기정통부 기획조정실장이 임명됐다. 과기정통부 제1차관은 과학기술 정책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로, R&D 정책 전반을 기획하고 관리하는 역할을 맡는다.
구 신임 차관은 과기정통부의 대표적인 '정책통'으로 꼽힌다. 그는 1972년생으로 영국 워릭대에서 기술경영학 석사, 한양대에서 과학기술정책학 박사를 졸업했다. 또 기술고시 30회 출신으로, 당시 최고 득점을 기록했다. 아울러 구 신임 차관은 공직에 입문한 후 미래인재정책국장, 대변인, 기초원천연구정책관 등 과기정통부 주요 보직을 두루 거쳤다. 지난 2023년 9월 기획조정실장에 임명된 후 최근까지는 부처와 국회, 대통령실을 오가며 정책협의를 주도했다.
과기혁신본부장에는 박인규 전 교수가 임명돼 구 신임 차관과 함께 과학기술 정책을 이끌게 됐다. 과기혁신본부장은 각 정부 부처의 과학기술 R&D 정책과 기획, 조정, 예산 배분, 성과 업무를 평가하는 권한을 가진다.
박 신임 본부장은 1965년생으로 고려대 물리학과를 졸업했으며 동대학 물리학 석사를 취득한 뒤 프랑스 파리 제11대학에서 입자물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4년에는 서울시립대 물리학과 교수로 부임해 서울시립대 빅데이터연구센터장을 지냈다. 또 2007년부터 세계 최대 입자물리학 연구소인 유럽핵입자물리연구소(CERN)의 한국 대표 연구원으로서 국제 공동연구에 참여하기도 했다. 특히 입자가속기 실험 분야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물리학자로 꼽힌다는 평가도 따른다.
◆ 업계선 "아웃풋에 방점 둔 정책 속도 내야… '규제 완화' 기대감도"
이 가운데 현재 국회가 여대야소 상황인 만큼 배경훈 과기정통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 검증도 이날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배 후보자는 이날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AI 3대 강국 도약과 AX(국가 인공지능 전환)를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는데, 이와 관련해 업계를 중심으로는 "모처럼 과기정통부 리더십이 채워진 만큼 특히 '아웃풋'에 방점을 둔 정책부터 속도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최병호 고려대학교 AI연구소 교수는 "지금 한국에서 추진하는 AI 관련 사업은 쉽게 말해 반도체나 조선업에 빗댈 수 있다"며 "한국에서 만들긴 하지만 수출을 해서 성과를 내야하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어 "결국은 '아웃풋'이 중요하다는 것"이라며 "이에 방점을 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예를 들어 최근 중국의 경우, 중국에서 만드는 여러 AI 관련 모델이나 서비스들은 전부 '글로벌형'"이라며 "한국 역시 같은 방향성을 가져야 한다. '글로벌형'을 위한 관련 정책들이 동반돼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즉 아웃풋에 방점을 찍고 이것을 어떻게 잘 풀어나갈 수 있는가에 해당하는 부분들의 정책이 필요한 것"이라면서도 "이것을 반대로 가면 위험하다"고 했다. AI 인프라 등을 중심으로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아닌, '아웃풋을 하기 위해서' 어떤 인프라가 필요한지 등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번 인선에 민간 기업 인사들이 대거 합류됐다는 점에서는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는 분위기다.
최병호 교수는 "현 정부가 실용주의를 표방하는 만큼 꼭 필요한 규제를 제외하고, 불필요한 규제들은 없앨 것 같다는 기대감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수출이 아웃풋이라고 하면, 이와 관련된 규제는 대부분 풀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에 유럽연합(EU)이 AI 시스템 규제 가이드라인을 공개했는데, (한국도) 아마 영향을 많이 받을 것"이라며 "이를 고려해 규제들을 바라보지 않을까"라고 덧붙였다.
EU가 마련한 지침은 이른바 '범용 AI'를 개발하는 오픈AI와 MS, 구글 등 소수의 빅테크 기업에 적용되는 것으로 해당 기업에 AI 시스템의 투명성 제고, 저작권 보호, 공공안전을 담보하도록 의무화했다.
또 지침에 따르면 기술기업들은 알고리즘 훈련에 사용한 콘텐츠의 세부 내역을 관계 당국에 제공해야만 한다. 아울러 AI 서비스를 이용해 공공안전을 위협하는 행위가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위험 평가를 실시해야 한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최 교수는 "관련 세부 지침을 보면 상당히 까다로운 점이 많다"며 "이 정도면 한국에서도 수용하기 꽤 까다로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럼에도) 한국은 수출을 해야 하는 입장"이라며 "결국 수출의 대상은 유럽쪽도 분명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개발되는 것들이 그 기준에 맞아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어쨌든 이러한 상황을 다 고려해서 AI 인프라나 데이터, 관련된 서비스 등에 해당하는 부분(규제)들은 대다수가 (정부에서) 많이 손 볼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