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S사태에 놀란 시중은행 고위험 파생상품 판매 실종

2024-10-01

원금손실 상품 엄두도 못 내

금리인하 예상에도 예적금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빅컷(0.5%포인트 인하)'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11월 금리 인하설도 힘을 받고 있다. 금리가 인하되면 예·적금 금리도 하락하는 만큼, 금융소비자들을 붙잡아 두기 위한 은행들의 움직임이 바빠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과거 금리 인하기에 적극적으로 판매했던 주가연계증권(ELS)이 수년 뒤 대규모 손실로 부메랑이 돼 돌아오자 새 상품을 내세우기보다는, 단기 채권 위주의 안전 상품을 앞세우는 소극적 영업을 하는 중이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각 시중은행들은 금리 인하기에 대비해 판매 상품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고 있다. 은행에서 자금 유치를 위한 기본 상품은 예금과 적금이지만, 금리 인하기에는 이 상품들이 소비자에게 크게 매력적이지 않다. 이 때문에 지수 등과 연계한 파생상품을 신탁이나 펀드 형태로 판매하는 경우가 많았다.

문제는 2020년 시작된 금리 인하기에 은행들이 대안 상품으로 ELS를 선택했다가 된서리를 맞았다는 점이다. 당시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 상품은 5% 이상 수익을 낼 수 있으면서, 이전에는 크게 손해가 나지 않았던 상품이라는 점에서 은행권은 이를 적극 판매했다.

그러나 이후 '차이나 리스크'가 불거지면서 H지수는 끝없이 추락했고, 이를 추종하던 ELS 상품들의 수익이 뚝뚝 떨어졌으며 대규모 손실로 이어졌다. 은행들은 막대한 충당금을 배상을 위해 쌓았고, 현재 금융당국의 제재를 기다리고 있다.

이 때문에 은행들은 다시 도래한 금리 인하기에도 ELS와 같은 파생상품 판매는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대신 국공채 등에 비해 금리는 높으면서도 만기가 짧아 안정성이 있는 전자단기사채 등의 투자를 늘리고, 원금이 보장되는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 상품을 적극적으로 취급하겠다는 계획이다. 새로운 상품보다는 기존 상품을 중심으로 운용하되, '원금 보장'에 방점을 두겠다는 뜻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ELS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KB국민은행은 안정적 수익 추구를 목표로 중단기채와 초단기채 펀드 라인업을 강화하면서 표면 이율이 다소 낮더라도 신용등급이 좋아 안전한 상품 위주로 취급하겠다는 입장이다.

[박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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