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금청구권 신탁' 허용 임박···생보사 눈독 들이는 이유 왜?

2024-09-30

보험금청구권 신탁 허용을 앞두고 보험업계가 관련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특히 업과 신탁업의 연계 차원에서 종신보험 판매를 주력으로 하는 생명보험사들을 중심으로 관심이 커지는 추세다.

3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가 지난 3월 입법 예고한 보험금청구권 신탁 허용을 골자로 하는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이 이르면 다음달 말 시행될 예정이다. 보험금청구권 신탁은 고객 사망 시 지급하는 보험금을 신탁사가 운용 및 관리해 수익자에게 주는 상품이다.

보험금청구권 신탁은 일반사망보장 3000만원 이상으로 계약자와 피보험자가 동일해야 하고 수익자는 직계 존·비속과 배우자에 한한다. 다만 사망 특약이 있는 경우에는 신탁할 수 없으며 보험계약대출이 불가하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신탁 형태는 퇴직연금 자산에 대한 특정금전신탁, 부동산을 대상으로 하는 부동산신탁 등 투자성 및 실물 재산을 중심으로 가능했다. 보험금청구권과 같은 보험성 재산은 허용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 정부가 일반사망보험에 한해 보험금청구권을 신탁재산으로 허용하면서 위탁자 사후 피부양자의 재산관리를 더 두텁게 보장할 수 있게 됐다.

보험금청구권이 신탁 업무로 허용되면 보험사와 소비자에게 모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생명보험사들의 관심이 크다. 보험금청구권 신탁 자체가 종신보험을 주력으로 판매하기 때문에 다른 금융업권 대비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아직 신탁 시장에서 보험사의 점유율을 매우 미미한 수준이다. 한국 신탁자산 수탁고 규모는 지난해 말 1311조원으로 집계됐다. 업권별 점유율은 은행업이 48.2%로 가장 높다. 다음으로 부동산신탁사(30.7%), 증권사(19.3%)가 차지하고 있다. 보험사의 점유율은 1.8%에 불과하다.

보험사가 신탁 시장에서 제대로 된 성장 기회를 가져가지 못한 이유는 제약 요인이 많았기 때문이다. 보험사의 주력 상품은 기본적으로 보험이기 때문에 이를 중심으로 한 영업을 펼친다. 회사와 보험설계사의 관심도도 보험상품에 집중돼 있다. 이 때문에 은행이나 신탁사, 증권사 대비 전문인력과 인프라 수준도 상대적으로 열위에 있을 수밖에 없다. 아울러 회사 이미지 자체도 종합금융회사보다는 보험사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현재 종합재산신탁업을 인가받은 생보사는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미래에셋생명 ▲흥국생명 등 5곳이다.

특히 삼성생명의 경우 2007년 종합신탁업 라이선스를 취득해 유언대용신탁·장애인신탁·증여신탁 등에 진출해 업계에서 유일하게 지속해서 일반고객 대상의 신탁을 영위해왔다. 교보생명은 지난 6월 금융위원회로부터 재산신탁업 인가를 받으며 종합재산신탁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 한화생명과 흥국생명은 유언대용신탁 상품 개발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보험사가 신탁업을 통해 얻는 수익은 크지 않다. 업권 전체 수탁고(1311억원)에서 얻는 수수료 수익이 2조4000억원에 불과한데, 보험사의 점유율이 약 2%대임을 감안하면 4800억원 수준이다. 하지만 생보사들은 신탁 시장의 성장 잠재력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아울러 보험금청구권 신탁으로 본업인 생명보험을 더욱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생보업계는 안정적·장기적 자산 운용과 관리가 생보사의 전문분야인 데다, 보험 계약 관계자와 보험금 청구·지급 정보를 생보사가 실시간으로 통제할 수 있어 보험금청구권 신탁에서는 생보사가 타 업권 대비 유리하다고 설명한다. 또 역으로 보험금청구권 신탁을 통해 소비자들의 보험 가입 니즈를 창출할 수도 있다.

이번 신탁 허용과 관련해 업계는 급격한 인구고령화로 신탁시장 규모가 크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한다. 보험연구원의 리포트를 살펴보면 우리나라 상속재산은 지난해 39조원으로 5년 전인 2018년 20조6000억원 대비 89.3% 증가했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2018년 20조6000억원 ▲2020년 27조4000억원 ▲2021년 66조원까지 늘었다. 이후 2022년 56조5000억원, 2023년 39조원으로 감소했으나, 2021년과 2022년을 예외적으로 놓고 보면 우상향 추세다.

업계 관계자는 "보험에서 나오는 수수료가 신탁보다는 크지만, 그럼에도 보험사들이 신탁업에 뛰어드는 것은 생병보험이라는 본업 강화 측면이 크다. 본체에 대한 기능들이 더 강해지고 보완될 수 있는 것"이라며 "게다가 유언대응신탁 수익이 적진 않다. 장기적으로 수백조의 사망보험금을 신탁한다고 보면 수십년의 수익을 가져갈 수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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