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산책] ESG채권 활성화를 위한 제언

2024-09-29

최근 금리인하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채권 투자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고 있다. 금리인하 시기에 채권 투자는 이자수익 외에 중도매매에 따른 차익도 누릴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더구나 국내외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이 확산되면서 ESG채권에 대한 관심도 늘고 있다.

ESG채권은 채권 발행을 통해 조달한 자금을 환경·사회 등의 개선과 관련된 사업에 중점적으로 사용하겠다고 투자자에게 확약하는 특수 목적의 채권으로 국제자본시장협회(ICMA)에서 정한 기준에 따라 4가지로 분류된다. 자금 조달 목적이 녹색 프로젝트면 녹색채권, 사회적 프로젝트면 사회적채권, 녹색과 사회적이 혼합된 프로젝트면 지속가능채권 등 3가지 전통적인 ESG채권과 발행기관이 발행 전에 제시한 ESG 목표 달성 여부에 따라 재무적 혹은 구조적 특성이 바뀔 수 있는 지속가능연계채권(SLB)이다.

ESG채권은 일반적인 채권의 발행 절차에 조달자금의 목적과 관리체계가 프로젝트에 부합되는지 여부를 외부 전문기관에 인증받는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까다롭다. 특히 녹색채권의 경우 복잡한 녹색채권 분류기준(Green Taxonomy)에 부합돼야 하므로 제조기업에는 쉽지 않은 일이다. 이에 SLB는 자금 조달 사용 제한도 풀어주면서 녹색채권 발행이 어려운 기업을 위해 개발됐다. 예를 들면 철강회사와 같은 비친환경적 기업이 탄소배출량 감축 목표를 정해 채권 만기까지 목표를 이행하게 되면 채권 발행 시 정한 이자를 투자자에게 지급하고, 이행하지 못하면 투자자에게 할증금리를 지급한다. 또한 목표 달성 시 일정 금액을 발행사가 지정한 단체에 기부하는 방식 등 SLB에서 사용하는 인센티브 방식은 다양하다.

ESG경영을 잘하는 기업이라면 이를 통해 환경과 사회에 대한 리스크를 최소화시켜 장기 이익을 안정적으로 창출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이론적으로는 ESG채권에 대한 발행금리가 일반 채권보다 낮게 형성돼야 한다. 그러나 ESG채권은 자금 사용 용도 제한, 사전 인증, 사후 공시 등 동일한 조건의 일반 채권에 비해 발행비용이 더 소요되며 새로운 상품에 대한 얇은 투자자층으로 수요가 부족해 채권가격이 낮게(발행금리가 높게) 형성되고 있다.

국내의 경우 제조업 비중이 높아 탄소중립 달성에 어려움이 있어 탄소저감장치 등에 투자하는 녹색채권과 다배출 업종의 탄소감축을 촉진하는 SLB 발행이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지난해 ESG채권 발행 현황을 보면 총발행규모 75조원 중 일반 기업이 발행한 녹색채권은 10% 내외 수준이고 나머지는 공기업과 금융기관이 발행한 사회적채권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해외의 경우 녹색채권 비중이 50% 이상을 차지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2월에 77억원 예산을 편성해 우선적으로 탄소중립 목표 이행에 기여하는 프로젝트에 70%를 배분하고 중소·중견기업에 0.4%, 대기업에는 0.2%의 지원금리를 제공해주고 있지만 크게 활성화되고 있지 않다.

ESG채권(특히 녹색채권과 SLB)시장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지원금리 상향 조정 등 공급자 입장에서 발행비용을 경감시켜주는 방식도 중요하지만 수요자의 저변을 확대해야 한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수요가 많으면 채권가격이 높아져 발행금리가 하락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ESG채권 투자자에게 이자소득세 감면 등과 같은 다양한 투자자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윤건용 서강대 경제대학원 ESG경제전공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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