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 날 때마다 서울 이태원이나 압구정 등 ‘핫플레이스’를 찾아 브런치를 즐깁니다. 편의점 업계에서 가장 중요한 ‘트렌드 헌팅’을 하기 위해서죠.”
편의점 영업 현장은 치열하기로 유명하다. 파트너인 경영 점주와의 갈등이 빈번하게 발생하는데다 경쟁 업체와의 매출 경쟁도 영업 일선에서 챙겨야 한다. 거칠고 힘든 만큼 남성 중심으로 돌아가는 편의점 영업 현장에 세븐일레븐에서 업계 최초로 여성 지사장이 두 명이나 탄생했다. 10월 인사에서 세븐일레븐 서울 강북·강서 지사장으로 각각 임명된 김미선·유미현 지사장이다.
이들은 현장 업무의 매력으로 ‘살아 움직이는 듯한 생동감’을 꼽았다. 두 사람 모두 2000년 초 세븐일레븐에 입사한 후 첫 커리어로 직영점 점장을 경험했는데 약 20년 만에 다시 맡게 된 현장 업무가 터프하지만 보람차다는 설명이다. 유 지사장은 “운영 업무만큼 매일 변화하고 효과가 바로 나타나는 업무도 없다”며 “경영주들과 소통할 때마다 최선의 결과를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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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지사장 모두 상품기획자(MD)로 편의점 업계에서 경력을 쌓은 것이 현장에서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고 한다. 김 지사장은 “상품 MD를 오래 경험해 본 입장에서 잘 팔릴 상품을 파악해 빠르게 제안하고 있다”며 “경영주님들이 즉각적인 수익을 거두고 만족할 때 뿌듯하다”고 전했다.
치열한 영업 현장에서 여성 지사장만의 장점도 있다. 남성들보다 유행에 민감한 편이어서 소비 트렌드를 읽는 데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사람들이 모이는 곳을 방문해 유통업계 트렌드를 살핀다. 김 지사장은 “두바이초콜릿처럼 갑자기 메가 트렌드로 소비를 이끌다 한순간 자취를 감추는 경우도 많다”며 “트렌드를 파악하는 최고의 방법은 역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데 요즘은 유튜브 클립을 자주 본다”고 말했다. 유행을 파악하기 위해 의무적으로 ‘트렌드 헌팅’ 시간을 반복적으로 갖기도 한다. 유 지사장은 “주말 아침 ‘핫플레이스’를 방문해 지인들과 브런치를 즐기는 게 큰 도움이 된다”며 “편의점 주요 소비층인 MZ 세대의 취향을 포착하기 위해 노력하는 편”이라고 밝혔다.
20년 넘게 한 업계에서 일한 두 지사장은 지금 급변하는 편의점 시장에서 브랜드 역량 강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포화 상태에 이르러 추가 출점이 힘들어진 만큼 타사에 없는 무엇인가를 고객에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지사장은 “오직 세븐일레븐에서만 소비할 수 있는 자체 브랜드(PB) 상품과 서비스를 확장해야 한다”며 “최근 오픈한 동대문던던점과 뉴웨이브오리진점처럼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동대문던던점은 세븐일레븐이 전략적으로 외국인 관광객을 공략해 올해 9월 오픈한 점포로 아이돌 팝업스토어를 전개하는 등 새로운 시도로 화제를 모았다. 유 지사장도 “브랜드 경쟁력은 편의점 선택의 기준”이라며 “일반 고객분들뿐만 아니라 예비 경영주의 선택을 받기 위해서도 차별화된 상품과 서비스 개발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최초 여성 타이틀을 얻은 두 지사장은 후배들에게 편의점을 비롯한 유통업계에서 기회가 열리고 있음을 강조했다. 김 지사장은 “과거 워킹맘으로 육아와 회사 일을 병행하는 것이 제일 어려웠는데 버텨낸 나 자신을 칭찬하고 싶다”며 “지금은 유연근무제·육아휴직이 잘 자리 잡아 후배 워킹맘들이 수월하게 해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성을 넘어 인재로 선택 받기 위해서는 역시 역량이 가장 중요하다. 유 지사장은 “세븐일레븐에서는 지금도 각 부서 주요 업무를 여성 인재가 담당하고 있으며 여성 채용도 활발하다”며 “내가 이렇게 할 수 있었던 만큼 후배들도 할 수 있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