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째 뜨개질을 하고 있어요. 대학원 학업으로 받은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시작했죠. 뜨개질을 하면서 생각도 비우고 시간을 들인 만큼 성과물이 보이니 성취감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아요.”
14일 오후 대전 유성구 뜨개공방 겸 카페 ‘공간 바이(by) 디이레’에서 만난 허재욱씨(31·포항시 남구)는 뜨개모임 회원들과 함께 곰인형을 뜨고 있었다.
고리타분한 취미이자 비주류로 여겨졌던 뜨개질이 최근 20·30대 젊은 세대 사이에서 ‘힐링 취미’로 통한다. ‘집콕(집에 콕 박혀 있다)’을 해야만 했던 코로나19 시기부터 인터넷카페·유튜브 등 온라인을 중심으로 유행하기 시작한 뜨개질은 엔데믹(풍토병화) 이후에도 계속되며 뜨개 카페, 공방, 용품 판매점을 찾는 발걸음이 이어진다.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성취감까지 느낄 수 있어서다.
뜨개질은 휴대가 가능해 어디서든 할 수 있는 게 큰 장점이다. 집에서 혼자 하는 뜨개질이 지루하다면 밖으로 나와 취미를 공유할 수 있다. ‘공간 바이 디이레’는 편안하게 뜨개질할 공간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뜨개 전문가 교육, 뜨개 용품 판매, 공예 플리마켓 진행도 한다. 이곳은 뜨개질에 집중하는 이들로 항상 만원이다. 뜨개질 교본을 펴놓고 혼자 조용히 목도리를 뜨는 사람, 친구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털모자를 뜨는 사람, 동네 이웃끼리 모여 대바늘 기술을 서로 알려주는 사람 등 모든 연령대가 뜨개질로 하나 된 모습이다. 6년째 뜨개 공간을 운영하고 있는 이지민 대표는 “예전엔 아기 옷을 뜨러 온 엄마나 어르신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최근엔 학생이나 젊은층 손님도 많아지고 뜨개 도안을 만드는 작가들도 연령층이 낮아졌다”고 말했다.
니터(뜨개질하는 사람)가 말하는 뜨개의 매력은 ‘몰입’이다. 직장인 이희성씨(29·대전 서구)는 “퇴근 후에도 계속 떠오르는 회사 업무를 잊어보려고 뜨개를 시작했다”며 “뜨개에 집중하는 과정 자체가 즐겁고 뿌듯하다”고 말했다. 2월부터 본격적으로 뜨개 수업을 수강하기 시작했다는 노은혜씨(31·대전 유성구)는 “뜨개를 통해 창의성은 무의식 중에 발현된다는 말을 체감한다”며 “평소에 안 풀리던 고민이나 문제도 뜨개질하다보면 아이디어가 번뜩 떠오른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뜨개질이 손에 익은 사람은 하루에 3시간 이상 꾸준히 뜨면 1∼2주 안에 자신이 원하는 모양의 뜨개옷을 한벌 완성할 수 있다. 노씨는 “기성품이 쏟아지는 시대에 뜨개질은 자신만의 색깔과 개성을 나타내는 세련된 취미”라고 덧붙였다.
작은 열쇠고리 같은 소품부터 두툼한 카디건을 비롯한 의상까지, 뜨개로 만들 수 있는 물건은 다양하다. 컵받침·식탁보·꽃병케이스 소품으로 추운 겨울에 따뜻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굵은 뜨개실로 형형색색 크리스마스 트리나 트리장식을 만들 수 있다. 이번 겨울철 유행하는 의상으로 폭신폭신한 질감의 알파카나 모헤어 실로 길게 뜬 ‘베를린 목도리’도 있다. 최근 가로수에 뜨개옷을 입혀 한파로부터 나무를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보호하는 ‘트리니팅’도 주목할 만하다.
처음 뜨개에 도전하는 초보자도 도안이 들어 있는 상품을 구매하거나 인터넷 검색으로 실 고르는 방법부터 상세한 정보를 얻어 독학할 수 있다. 시간 여유가 있다면 바늘 잡는 방법부터 제대로 배울 수 있는 뜨개 수업에 참가해보는 것도 좋다.
이 대표는 뜨개 초보자는 우선 빨리 완성해서 성취감을 맛보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욕심을 내려놓고 빠르게 완성할 수 있는 간단한 소품부터 시작하세요. 그리고 뜨개질은 손으로 하는 거잖아요. 완벽하게 하려고 하지 말고 조금 틀려도 괜찮아요.”
대전=김보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