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과컴퓨터, '오피스 2026' 출시 건너뛰고 AI·웹3 '올인'

2025-10-14

한글과컴퓨터(한컴)가 핵심 캐시카우인 '한컴오피스' 차기 버전 출시를 건너뛴다.

2년 주기로 신규 버전을 내놓던 공식을 깨고, 가용 자원을 인공지능(AI)과 웹3 등 미래 신사업에 투입하기 위한 승부수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한컴은 올해 출시 예정이던 '한컴오피스 2026'을 출시하지 않기로 내부 방침을 확정했다.

한컴은 2019년(2020 버전), 2021년(2022 버전), 2023년(2024 버전) 등 격년으로 10월마다 신규 오피스 패키지를 출시해 왔다. 이러한 관례를 깨고 올해 출시 예정이던 '한컴오피스 2026' 개발 로드맵을 전격 중단한 것이다.

이번 결정은 김연수 대표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전략적 선택으로 알려졌다. 전통적인 SW 판매 방식만으로는 급변하는 AI 기술과 시장 요구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깔렸다.

한컴은 그 대신 주력 제품 패러다임을 '설치형 패키지'에서 'AI 기반 구독형 서비스'로 완전히 전환하는 데 집중할 방침이다.

기존 '한컴오피스 2024' 등 현재 버전 기술 지원과 업데이트는 지속하되, AI 기능을 수시로 접목하고 고도화하는 데 개발 역량을 쏟을 것으로 예상된다.

예를 들어 문서 작성 중 실시간으로 내용을 요약하거나 외국어 번역, 문체 변환 등을 제안하는 AI 기능을 클라우드 기반으로 업데이트하는 형태다. 신제품을 기다릴 필요 없이 구독만 하면 항상 최신 AI 기술을 경험하게 하는 서비스 모델로, 마이크로소프트의 '코파일럿'과 유사한 전략이다.

한컴은 이 외에 가용 자원을 웹3(웹3.0) 분야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웹3는 분산화, 블록체인, 토큰 경제, 개인정보 강화 등에 초점을 맞춘 새로운 인터넷 패러다임이다.

한컴은 자회사를 통해 추진 중인 스테이블코인 등 블록체인 기반 금융 사업의 기술 안정성과 서비스 확장에 드라이브를 건다. 문서 데이터와 AI 기술력을 블록체인과 결합, 새로운 시너지를 창출하겠다는 복안이다.

한컴그룹 관계자는 이번 결정에 대해 “AI와 스테이블코인 등 신사업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SW 업계는 한컴이 안정적인 수익원인 오피스 신제품 출시를 건너뛰는 것은 AI 시대에 대응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해석했다.

한 SW 기업 관계자는 “신제품 출시 연기는 단기 매출 감소를 감수해야 하는 위험한 선택”이라며 “한컴이 신사업으로 체질 개선을 이뤄, 종합 AI 기업으로 탈바꿈하려는 포석”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국내 대표 소프트웨어(SW) 기업의 이번 결정은 패키지 SW 시대 종언과 AI 중심의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시대 전환을 알리는 상징적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류태웅 기자 bigherory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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