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5년 만의 '종부세 고지서'…40만 임대사업자 날벼락

2025-09-09

경기도 평촌에 살고 있는 임대사업자 김 모 씨는 최근 국세청으로부터 5000만 원이 넘는 종합부동산세 경정 과세 예고 통지를 받고 패닉에 빠졌다. 김 씨가 현재 거주 중인 아파트와 임대아파트를 합쳐 총 6채에 대한 2021~2022년 귀속분 종부세를 내지 않아 추가로 세금을 부과한다는 게 국세청 측의 설명이었다. 김 씨는 “문재인 정부 시절 부동산 정책이 수시로 바뀌는 과정에서 제대로 된 설명을 듣지도 못했는데 이제 와 막대한 세금을 내라고 하니 기가 막힐 노릇”이라며 울분을 터뜨렸다.

9일 세무 업계에 따르면 국세청은 8월 말부터 2021년·2022년 귀속분 종부세 경정 과세를 납세자들에게 통보하고 있다. 국내 임대사업자가 40만 명에 이른다는 점을 감안하면 김 씨와 같은 사례가 적어도 수천 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이번 경정 과세 통보가 이뤄진 배경은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문재인 정부는 집값을 잡겠다며 임대료 제한 등의 조건을 충족시킨 임대사업자의 보유 주택에 대해 종부세 비과세 혜택을 줬다. 하지만 정부는 3년 뒤인 2020년 9월 임대사업자 물량이 오히려 집값을 밀어올렸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2017년부터 적용한 종부세 합산 배제 혜택을 종료시켰다.

문제는 당시 과세 당국이 이 같은 사실을 납세자들에게 충분히 알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임대주택에 대한 종부세 합산 배제 여부는 납세자가 신고하도록 법에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던 납세자들에게 5년이 지나 종부세 고지서가 날아오기 시작한 셈이다. 특히 2021년 귀속분의 경우 세액 산출의 기준인 공정시장가액비율이 당시 기준인 95%가 그대로 적용됐다. 여기에 종부세의 20%에 해당하는 농어촌특별세까지 납부해야 한다. 국세청 관계자는 “법에 정한 절차에 따라 과세 전 적부심사 청구 외에는 구제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文 정부 갈지자 정책이 부른 稅 폭탄…국세청은 ‘방치’

분리과세 내세워 임대 등록 유도

3년 뒤 부동산 급등에 정책 폐기

국세청, 소극적 납세안내로 일관

“제도 개편 직후 과세 통지했다면

2022년도 귀속분은 안내도 됐을 것"

과세 당국이 일부 임대사업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를 5년 만에 늑장 고지하면서 부동산 업계에 파장이 일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정부가 수도권 및 규제지역 내 임대사업자에 대한 대출을 사실상 금지하는 등 각종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세금 폭탄까지 떨어져 실질 수익률이 급감할 수밖에 없어서다. 특히 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손바닥 뒤집듯 바꾸면서 제도 변경에 따른 세 부담 확대 가능성을 납세자들에게 제대로 고지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함께 나온다.

9일 국세청과 세무 업계에 따르면 임대사업자들이 하루아침에 수천만 원대의 종부세 폭탄을 맞게 된 배경은 문재인 정부 집권 첫해인 2017년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정부는 전월세 임대 시장 안정을 위해 임대사업자 등록을 적극 장려하는 대책을 내놓았다. 실거주 주택 외에 임대 목적으로 보유한 아파트에 대해서는 △면적(전용면적 85㎡ 이하) △공시가격(수도권 6억 원 이하, 비수도권 3억 원 이하) △임대 의무 기간(단기 4년, 장기 8년) 등의 요건을 충족하면 종부세 적용 대상에서 제외해주는 세제 혜택을 도입했다. 파격적인 인센티브에 힘입어 수도권 소형 아파트를 보유한 다주택자 가운데 상당수가 새로 임대사업자로 등록하거나 기존 사업자 지위를 유지했다. 주택 임대료가 낮아지면 집을 살 유인이 낮아진다는 ‘착한 정책론’에 기반한 대책이었다. 당시 정부 주택을 총괄했던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번 민간임대주택에 거주하는 세입자의 주거 불안을 해소해주겠다”는 야심찬 청사진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이 대책의 수명은 채 3년도 가지 못했다. 주택 매입 수요가 임대사업자로 몰리면서 집값을 억제하기는커녕 집값 급등을 부추겼기 때문이다. 결국 정부는 2020년 9월 아파트 임대사업자에 대한 혜택을 폐지했다. 이때 종부세 납세 의무가 다시 부활하면서 2021·2022년도 귀속분에 대한 종부세 과세가 통보되기 시작한 것이다.

문제는 이후 과세 당국의 대응이다. 임대사업자에 대한 종부세 합산 배제 요건이 사라졌지만 국세청은 납세자들에게 “종부세가 합산 과세되니 반드시 신고하라”는 안내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았다. 법적으로 종부세는 국세청이 세액을 결정해 매년 6월 납세 대상자에게 직접 고지하지만 합산 배제 여부는 요건이 달라질 경우 납세자가 스스로 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판단은 다르다. 정부 정책이 뒤집어져 납세자들의 부담이 늘어난다면 공급자 편의주의가 아니라 납세자 편익 중심에서 대응에 나서야 했다는 것이다. 제도 개편 이후 곧장 경정 과세 통지를 했다면 적어도 2022년도 귀속분에 대한 종부세는 내지 않아도 됐을 가능성이 크다. 세무 업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2022년 5월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 종부세 폐지를 추진하자 당시 정권의 기조에 맞춰 과세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다 정권이 바뀐 뒤 본격 경정 과세에 나선 것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피해는 고스란히 납세자의 몫이다. 정부의 별도 고지가 날아오지 않아 수많은 임대사업자들이 합산 배제 혜택이 여전히 유지되는 줄로 알고 신고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국세청은 대상 인원과 예상 고지액을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과세 규모가 수천억 원대에 이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021년·2022년분 종부세 경정 과세 예고 통보를 받은 김 모 씨의 경우 이대로 과세가 확정되면 5000만 원이 넘는 세금을 토해내야 한다. 2021년 귀속분은 공정시장가액비율 95%를 적용해 약 3100만 원, 2022년은 60%를 적용해도 약 1800만 원을 내야 한다. 종부세의 20%에 해당하는 농어촌특별세는 별도다.

오문성 한양여대 세무학과 교수는 “과세 당국 입장에서는 과거 세금이 제대로 걷히지 않은 점을 발견한 이상 법에 정해진 대로 과세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도 “직권 말소 당시 명확하게 납세자들에게 고지하지 않은 책임에 대해서는 자유로울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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