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호 경영칼럼] 메이데이-메이데이-메이데이

2025-01-05

희망으로 가득 차야 할 새해를 무겁고 착잡한 마음으로 시작한다. 무안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참사로 179명의 아까운 목숨이 희생됐다. 참혹했던 사고 현장을 보며 우리 국민은 경악과 함께 큰 슬픔에 잠겼다. 희생자에 대한 국가 애도 기간이 7일간 지정되었으나 비탄은 분노와 좌절로 이어졌고 큰 상처로 남아 있다. 유가족들은 여전히 치유하기 어려운 절망감에 사로잡혀 있다. 사고 직전, 여객기 기장은 메이데이를 세 번 외치고 4분 후에 공항 외벽과 정면충돌했다.

노동절(May Day)과 발음이 매우 흡사한 메이데이(Mayday)는 조난 신호로 쓰이는 국제 긴급 신호다. 프랑스어 메데(m’aidez)에서 나온 말로 ‘날 도우러 오시오’란 뜻이다. 항상 세 번 연달아 부르는데, 이는 비상 상태를 선포하며 즉각적인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다. 경찰, 비행기 조종사, 소방수, 운송기관 등 여러 단체에서 생명이 위급한 상황에 사용하는 만국 공통의 국제적인 구난 요청 신호 중 하나다.

지금 우리 경제도 메이데이를 외쳐야 할 절박한 상황에 놓여 있다. 긴급 조난을 요청해야 할 정도다. 올해 우리나라 경제는 잠재 경제성장률을 크게 밑도는 1%대 저성장을 예상한다. 비상계엄과 줄 이은 탄핵으로 정국 혼란이 거듭되면서 한국경제가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환율은 천정부지로 뛰었고, 우리 경제를 뒷받침하는 수출도 심각한 부진을 예고하고 있다. 고물가에 내수 경기는 도무지 살아나지 못한다. 가뜩이나 침체에 빠진 내수가 지난 12월부터 아예 꽁꽁 얼어붙었다. 자영업자들은 나라가 혼란스러우니 소비심리가 위축되어 소비자가 살 것도 안 산다고 한숨짓는다. 이것이 우리 경제의 현주소다.

나라 경제가 무너지지 않으려면 이제는 온 국민이 일어나야 한다. 특히 경제의 핵심 주체인 기업이 비상한 각오로 경제위기 타개에 앞장서야 한다. IMF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그리고 코로나19 팬데믹 등 숱한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했던 종전의 저력을 다시 한번 발휘해야 한다. 그러려면 기존 사업의 재정비와 함께 기술 혁신과 미래 신사업 발굴 등으로 경쟁력을 강화하고 성장 기반을 마련하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반드시 이를 뒷받침해야 한다.

연말연시 신년사에서 경제단체장들과 재계 리더들이 위기 극복과 재도약에 대한 각오를 다졌다. 먼저 낡고 불합리한 법·제도의 개선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기업 내부적으로는 혁신과 기업가 정신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을 때임을 밝혔다. 혁신과 기업가 정신이야말로 위기 속에서 놀라운 기회를 만들어내는 원동력이다. 어떤 위기 상황에서도 그 위기를 돌파하고 뛰어넘는 가장 강력하고 위대한 힘은 구성원들의 용기와 의지에서 나온다. 그리고 리더들의 간절함이 긴요하다.

혁신이 기존의 패러다임을 뛰어넘는 전면적 변화를 말한다면, 기업가 정신은 시장의 틈새를 찾아내고 이를 비즈니스로 키워내는 능력을 뜻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전 CEO 스티브 발머는 기업가 정신을 “다른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기회를 발견했다는 확신이 들었을 때, 자신의 에너지와 지적 능력 그리고 다른 사람의 도움까지 동원해서 그 기회를 구체적으로 현실화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그런데 혁신과 기업가 정신의 실천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큰 위험을 감수하고, 사업영역을 재정의하며,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아야 하기 때문이다.

기업이 혁신과 기업가 정신을 제대로 발휘하려면 정치가 경제를 제한하거나 간섭해서는 안 된다. 경제는 전적으로 경제인이 주도하고 정치는 지원에만 힘써야 한다. 고려대 총장을 지낸 이필상 교수는 『정치가 망친 경제 경제로 살릴 나라』에서 “정치가 겉으로는 경제를 발전시키고 국민을 잘살게 하겠다고 외치지만 속으로는 경제를 자신들의 먹이 희생물로 여기고 갖가지 비리와 부정을 저지른다”라고 단언한다. 이처럼 정치가 경제를 짓이기는 상황이 계속되면 우리 경제의 미래는 암울하다.

경제의 회복은 정치가 경제의 걸림돌이 되지 않아야 가능하다. 정치의 혼란 속에 국가 경제가 부흥한 사례는 없다. 최근 이수형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은 이번 정국 혼란에 따른 경제 영향은 운이 좋으면 석 달 정도일 것이라고 예상한다. 국내 정치 환경의 혼란과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해소되는 것이 전제조건이다. 정치 혼란으로 우리 경제가 파국에 이른다면 그 책임은 누가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그래서 우리 국민은 답답하다. 메이데이를 부르짖는 한국경제를 구조할 시간이 별로 없다.

우리 경제가 직면한 난관을 극복하려면 정부, 기업, 개인 모두가 하나가 되어 힘을 모아야 한다. 조동화 시인의 ‘나 하나 꽃 피어’란 시에서처럼. “나 하나 꽃 피어/ 풀밭이 달라지겠냐고/ 말하지 말아라/ 네가 꽃피고 나도 꽃피면/ 결국 풀밭이 온통/ 꽃밭이 되는 것 아니겠느냐 (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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