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사회의 변화에 따라 교육 현장에서 목표로 하는 중점 역량도 변화하고 있다. 기업은 대규모 공채보다는 직무 경력을 갖춘 인재를 원하고 있고, 대학에서 배출되는 인력에는 전문지식 중심에서 문제 해결 역량, 그리고 문제 정의 및 평가 역량이 요구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창업에 대한 요구는 그 어느 때보다 크다.
지인의 창업 지원을 처음 도왔을 때 목표는 ‘의지와 열정이 있는 사람’들에게 필요에 따라 아이템과 자금, 경영 지원을 하는 것이었다. 멘토링의 주된 주제는 시장 분석과 마케팅, 기술적 차별성과 보호, 경영 기법 등이었다. 여러 성과를 얻었으나 결과적으로는 독립된 창업 팀이 갖는 여건의 제한으로 완성도의 아쉬움이 있었고, 장기간 지속하는 기업을 만들어내지 못한 것도 그 당시 이뤄지던 창업 지원의 한계였다.
공채 줄며 창업 중요성 커졌지만
폐쇄적 구조로 창업 생태계 취약
경험 공유하는 리빙랩 확 늘려야

이후 대학에서의 창업 교육을 고민하면서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었다. 유럽에서 네덜란드의 창업 액셀러레이터를 방문했을 때였다. 마침 사업모델을 설명하는 데모데이에 방문하게 되어 10여 개 창업 팀의 발표를 들을 수 있었고, 그 자리에서 다국적 기업과의 매출 계약이 이루어지는 것을 목격했다.
그 과정에서 성공적 창업 지원의 가장 큰 요소로 다가온 것은, 개방된 공간과 집중된 주제였다. 이들 창업 기업은, 완전히 개방된 공간에서 서로가 섞여 6개월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서로의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협력해 완성도 높은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각자의 아이템을 기밀로 생각하고 보호에 집중하던 당시의 주변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당시 주제는 스마트 팜이었다. 이 프로그램엔 이와 관련한 창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접근방법을 갖춘 팀들이 참여할 수 있었다. 담당자의 설명으로는 집중된 주제로 진행한 결과 관련 분야의 구매 기업 담당자들이 직접 참석하고 그 자리에서 매출 계약이나 협력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진다고 했다. 백화점식으로 모든 분야의 창업팀을 지원해야 하던 환경과 비교해 보았을 때 전문가의 확보와 멘토링의 질, 무엇보다 구매할 상대 기업의 관심도에서 큰 차이가 있고 저비용으로 큰 효과를 내는 방식이었다.
이러한 노력은 ‘문제 해결’을 위한 창업으로 다가왔고, 몇 년 뒤 베트남의 창업 환경을 둘러보았을 때도 목격했다. 방문했던 주요 시중은행은 본사의 2개 층을 터서 ‘핀테크’ 관련 창업 팀 30여 개만을 모아 지원을 하고 있었다.
각각의 기술 수준은 당시의 국내 기술과 큰 차이가 없었고, 유사한 기술에 대해 입주 기업 간의 토론과 경쟁이 이루어지는 모습에 약간의 부러움과 위기감을 함께 느꼈다. 그때부터 문제 해결을 위한 경험 제공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게 되었다.
지금의 창업, 특히 대학에서의 창업 지원은 어떤 형태가 필요한가? 현실적으로는 갓 대학을 졸업한 학생들이 갖기 어려운 ‘경력’이라는 경험을 제공하는 기회가 되어야 할 것이다. 학생들에게는 조만간 창업을 통한 경험이 직무 역량 확보에 주요한 경로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 이를 위해서는 전문성 있는 창업과 장기간 모든 열정을 쏟아 넣을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
이와 함께 창업은 ‘문제의 정의와 해결’을 위한 자신만의 방법을 만드는 도구가 될 수 있다. 실제 많은 경우 하나의 아이디어에만 집중하여 ‘문제의 해결’과는 동떨어진 경우를 목격하곤 한다. 이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소속 대학의 혁신융합대학 프로그램을 통해 교육과정에 리빙랩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한 학기 동안 실제 수요자를 찾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참가자가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하며, 결과 평가 및 개선을 경험하면서 필요한 역량을 키울 수 있다.
급격하게 변화하는 환경에서 우리 산업의 역동성을 높이고 새로운 사회가 요구하는 전문성을 갖춘 인재를 키우기 위하여 창업은 그 어느 때보다 큰 중요성을 갖고 있다. 이제 이를 위한 사회적 역량을 키워 나가는 것이 큰 숙제이고, 변화에 맞춘 고민을 통해 새로운 시도를 할 때 다시 한번 더 도약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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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석 건국대 컴퓨터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