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다른 中企 EB 발행..."경영권 방어 목적" 지적
사람인, 주주 가치 제고 약속 해놓고 '감감무소식'
"장기적 관점에서 주주환원은 기업가치 높이는 길"
[서울=뉴스핌] 이석훈 기자 = "중소기업에 주주환원은 바라는 게 아니에요"
얼마 전 만난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주주 가치를 높여 증시를 부양하겠다는 정부의 바람과 달리 중소·중견기업은 경영권 보호에만 혈안이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잇따른 교환사채(EB) 발행이다. 최근 정부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골자로 한 3차 상법 개정안을 추진 중이다.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상법 개정안은 신규 자사주는 즉시 소각, 기존 보유 자사주는 6개월 이내 소각 등을 골자로 한다. 같은 당 김남근 의원의 법안은 자사주에 대해 원칙적으로 취득 후 1년 이내 소각하도록 했으며 민병덕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자사주를 1년 이내 소각하도록 하되, 자사주 비율이 3% 미만 시에는 2년 이내에 소각하도록 규정했다.
기존 자사주 처리 방안에 대해서는 기한이나 자사주 비율 등 의견이 엇갈리지만, 신규 자사주를 소각하는 것에는 당내 이견이 없다.
통상 자사주 소각은 발행주식 수를 영구적으로 감소시켜 주당 가치를 올리며, 기존 주주들의 지분율을 올려 향후 배당금도 높이는 등 주주가치를 높인다고 여겨진다. 다만 자사주가 직간접적으로 오너 일가의 우호 지분 역할을 했기 때문에 대주주의 실질적인 지배력은 떨어질 수 있다.
대신 EB를 발행하면 기존 주주의 지분이 희석되지 않는다. 더구나 자사주를 제3자에게 넘기면 의결권이 살아난다. 우호세력이 자사주 기반 EB를 매입한다면, 자사주 비중을 낮추면서 경영권도 지킬 수 있는 셈이다.
복수의 중견기업은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한 자사주 소각 대신, EB 발행을 택했다. 지난 9월 쿠쿠는 903억원 규모의 EB를 발행했다. 대교도 비슷한 시기 50억원 규모의 1회차 무기명식 이권부 무보증 사모 교환사채 발행을 결정했다.
주주와의 약속을 성실히 이행하지 않는 모습도 중견·중소기업이 주주가치 제고에 무심하다는 비판에 힘을 실어준다. 철강 등의 연마 작업에 필요한 연마지석을 제조하는 기업인 제일연마는 지난 2024년부터 2027년까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매년 10만 주씩 자사주를 소각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후 자사주 추가 취득이 빈번히 이뤄지면서, 주식 소각 정책을 발표하기 전보다 자사주 비중과 수가 되려 늘었다.
또 사람인은 지난 8월 리멤버 경영지분 매각을 통해 회수한 1600억원을 주주 가치 제고에 활용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주식 양도거래 종결 시점이 지난 현재도 주주환원에 대해서는 감감무소식이다.
전문가들은 중견·중소기업의 이러한 행태에 비판하면서도, 정작 오너 일가의 결단 없이는 주주가치 제고가 어렵다고 지적한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최대주주가가 회사의 결정구조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며 "지배구조 측면에서는 최대주주의 자발적인 결정을 기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준서 동국대학교 교수도 "주주가치 제고에 대해서 기업을 강제할 수 있는 장치는 없다"며 "기업 자체적으로 주주가치에 대해서 인식시키는 것 말고는 별다른 대안이 없는데, 대부분의 중견기업은 주주가치보다는 기업의 성장을 우선시한다"고 설명했다.
물론 중견·중소기업은 가족경영 위주의 대주주가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구조가 많기 때문에 이러한 결정을 마냥 비판할 수는 없다. 주주보다는 기업 성장을 우선시했던 한국 기업 문화도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시장에 상장된 이상 기업은 오너 일가, 대주주 등 특정 소수를 위한 소유물이 아니다. 기업에 자신의 자금을 투자한 주주의 이해관계는 더더욱 무시할 수 없다.
모름지기 나무 대신 숲을 보라고 했다. 단기적으로, 좁은 시각에서 볼 때는 당장의 경영권을 방어하는 것이 득이 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눈을 돌려 숲을 본다면 주주환원에 나서는 것이 기업 가치에 있어 이득이 된다. 인식 전환을 기반으로 한 중견·중소기업의 적극적 주주환원을 기대해 본다.
stpoemseok@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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