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날씨 매우 덥고 비 많이 와
과일 저장성 떨어져…빨리 먹는 게 좋아
키친타월·비닐봉지로 감싸면 더 오래가”
주부 김모(42·경기 일산)씨는 이번 설 명절에 선물 받은 배 상자를 열어 보고 깜짝 놀랐다. 겉면이 검게 변한데다 눌러보니 손가락이 살짝 들어갈 정도로 무른 상태였기 때문이다. 순간 당황한 김씨는 베란다에 놓아 둔 사과 상자를 열어봤다. 역시 일부 사과 겉면이 검게 멍들기 시작했다. 김씨는 “배와 사과를 (베란다에) 보관한지 열 흘 밖에 안됐는 데 이 정도로 빠르게 변질될 지 몰랐다”고 하소연했다. 이유가 뭘까.
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올해 설 명절을 전후해 선보이고 있는 배와 사과는 지난해 추석(9월17일) 이후 수확한 과일이다. 과일은 유통업체와 과수 농가가 운영하는 저장고에서 약 4개월 가량 보관한 뒤 설 명절을 전후해 시중에 풀린다. 설 제수용품 수요를 위해서다.
과일이 신선도를 몇 개월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은 첨단 저장기법인 CA(Controlled Atmosphere) 저장기술 때문이다. CA 기술은 낮은 온도에서 산소와 질소의 농도를 조절함으로써 농산물의 노화를 억제해 수확 시와 동일한 본래의 맛을 유지하는 저장 방식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CA 저장고 내 산소를 2∼3%까지 낮추고 이산화탄소는 0.5∼3%까지 높여 산소량을 줄인 만큼 이를 질소로 채운다”며 “산소량이 줄어들면 저장물이 숨을 적게 쉬면서 농산물의 신진대사량이 줄어들며 노화가 늦춰진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저장고에서 과일 출하 후 시간이 경과 될수록 상황은 완전 달라진다. 신선도가 급격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충남 천안에서 배 과수원을 운영하는 김모 대표는 “지난해는 날씨가 매우 덥고 비가 많이와 과일 저장성이 떨어진다”며 “수확한 과일은 생명력을 잃은 것이나 마찬가지라 신선할때 빨리 먹는게 좋다”고 했다. 그러면서 “과일을 냉장고에서 보관하려면 키친타올로 먼저 감싼 후에 비닐봉지에 넣어 주면 수분 증발을 최소화 해준다”고 조언했다.
김기환 기자 kk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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