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직도 기후변화를 음모론으로 몰고 가는 사람들이 있다. 그 대표적인 사람이 미국 대통령 트럼프와 같은 자본가다. 반면에 우리 대중은 기후 변화를 피부로 절실히 느낀다. 4계절이 뚜렷하던 한국은 이제 여름과 겨울 두 철로만 나뉘는 나라가 되었다. 지구촌 여기저기는 잦은 가뭄, 홍수, 산불, 태풍과 같은 천재지변으로 위협받고 있다.
카리브해 섬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 달 말 이 섬에 시속 300km의 허리케인 멜리사가 몰아닥쳤다. 가장 높은 5등급의 이 허리케인은 자메이카를 휩쓸고 쿠바로 올라갔다. 이 열대성 폭풍이 지나간 자리는 수많은 인명 피해와 재산 피해로 황량하고 쓸쓸했다.
자메이카 지방정부 장관 데스몬드 맥켄지에 따르면, 멜리사가 지나간 후 53만 명이 넘는 자메이카 주민들이 전기 공급을 받지 못했다. 남서부에 위치한 인구 15만 명의 세인트 엘리자베스 교구는 물에 잠겼다. 자메이카의 곡창고로 불리는 이곳은 피해 규모가 대단했고 한 병원은 지붕이 무너져 내렸다. 중부 세인트 캐서린에서는 리우 코브레 강이 범람하여 강풍이 울타리와 지붕을 무너뜨렸다.
맥켄지 장관은 “멜리사의 피해는 상당하며, 자메이카 전체가 파괴적인 피해를 입었습니다.”라고 발표했다. 멜리사는 역대 가장 강력한 허리케인 중 하나로, 기록이 시작된 이래 자메이카를 강타한 1988년 9월의 ‘길버트’보다 강력했다.
기상학자 케리 에마누엘(Kerry Emanuel)은 이러한 유형의 재난에서 “바람보다 물이 훨씬 더 많은 사람을 죽인다”고 지적하며 기후 변화의 영향을 일찍이 경고한 바 있다. 기후 변화는 해수 온도를 상승시켜 멜리사의 경우처럼 더 많은 폭풍의 급속한 강화로 이어진다.
앤드류 홀니스(Andrew Holness) 자메이카 총리는 홍수로 인해 악어가 위협이 될 수 있으므로 주민들에게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홍수로 강, 계곡, 습지의 수위가 상승하자 자연 서식지에서 쫓겨난 악어는 건조한 땅을 찾아 이동하기 시작했다.
자메이카 보건 당국은 악어 서식지 주변의 주민과 관광객들에게 주의를 기울이고 경계를 늦추지 말 것을 당부했다. 자메이카의 멸종 위기에 처한 악어 개체군 보호를 담당하는 자메이카 국가 환경 계획 기관(NEPA)에 따르면, 카리브해 섬에서 발견되는 유일한 악어는 아메리카악어이다. 자메이카의 여러 자연 보호 구역과 사파리 공원에는 멸종 위기에 처한 악어가 서식하고 있다.
일부 과학자들은 화석연료(석탄, 석유, 천연가스) 연소로 인한 기후 변화가 멜리사의 발생과 강도를 증폭시켰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화석연료 연소로 지구 온난화가 지속된다면 이러한 폭풍은 미래에 더 큰 피해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지구는 산업화 이전 시대에 비해 섭씨 1.3도 상승했다고 한다. 이는 과학자들이 기후 변화의 파괴적인 영향을 피하기 위해 초과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하는 1.5도에 가까운 수치다. 이런 상황인데도 기후 변화를 음모론이라고 치부하고 팔 장 낀 채 불구경만 하고 있을 것인가? 이제 현실을 인정하고 강력한 대책을 세울 수 있어야 한다. 그 대책은 땜빵 질이 아닌 보다 근본적인 쇄신이어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 산업사회의 소비 모델을 조금 고쳐 쓴다 한들 아무 효과가 없다는 뜻이다. 구시대의 모델을 과감히 버리고 새롭고 참신한 모델 개발에 힘써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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