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 첼리스트 한재민 “언제까지 ‘영재’로 불릴 순 없다. 이제 ‘메이저 연주자’가 돼야 한다”

2024-10-09

롯데콘서트홀 ‘인 하우스 아티스트’ 활동

18일 정명훈·30일 박재홍과 협연

한재민은 2006년 강원도 원주에서 태어나 이제 18세이다. 한국의 교육제도로 따지면 고3에 해당한다.

지금까지 한재민이 쌓은 경력은 고등학생 수준이 아니다. 2018년 제67회 이화경향음악콩쿠르 초등부에서 우승했다. 2017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산하 예술영재교육원, 2021년 한예종 음악원에 피아니스트 임윤찬과 함께 조기 입학했다. 2021년 에네스쿠 국제 음악콩쿠르 첼로 부문 최연소 우승, 2022년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 첼로 부문 우승을 이어갔다. 올해는 한국의 주요 클래식 공연장인 롯데콘서트홀의 인 하우스 아티스트(상주음악가)로 선정돼 기획 공연을 이어가고 있다.

독일 크론베르크 아카데미에 재학 중이어서 최근 화상으로 인터뷰한 한재민은 ‘애어른’ 같았다. ‘학생’ 혹은 ‘청소년’ 느낌은 거의 나지 않았다. 연주 프로그램과 방향을 설명할 때는 완전한 ‘프로페셔널 예술가’였다.

“‘영재’ ‘최연소’ 같은 수식어가 부담스러운 적은 전혀 없었습니다. 다만 요즘엔 ‘이런 수식어를 연주 생활 내내 들을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내년이면 한국 나이로 스무살이니까 더 이상 ‘영재’ ‘신동’은 아니죠. 이제 메이저 연주자로서 한 걸음씩 나아가는 일이 필요한 것 같아요. 관객이 다른 연주자와 비교해 제 음악을 찾을 정도의 매력을 갖추려 합니다.”

한재민은 요즘 부쩍 “내 연주를 특별하게 만드는 이유를 찾는다”고 했다. 이전에는 “본능적인 성향이 강한 연주”를 했다면, 요즘엔 종종 하던 연주를 멈추고 ‘왜 여기서 크레센도(점점 크게)를 하는지’ ‘어느 정도의 비브라토(음을 떨게 하기)를 해야 하는지’ 분석한다. 그는 “이 음식이 먹고 싶은데 왜 먹고 싶은지” 생각하는 것 같다고 비유했다.

한재민은 “주변의 친한 사람들과 적어도 네 살 차이가 난다. 또래 친구가 없어 아쉬운 적은 없고, 그저 궁금한 정도”라고 말했다. 당장 독일의 같은 건물에 11세 연상의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가 산다. 본가를 떠나 사는 건 이번이 처음이지만, 한재민은 “성격이 독립적이어서 독일 자취 생활에 금방 적응했다”고 말했다.

그는 2020년 9월부터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가 열린 2022년 11월까지 집중적으로 여러 콩쿠르에 나갔다. “처음에는 도전할 수 있다는 점에 감사해 떨림보다는 설렘이 컸어요. ‘이 사람(경쟁자)은 다음에 못 나가지만 난 아직 어리니까 3번 더 나갈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부담 없이 연주하니 감사하게도 좋은 결과가 나왔고, 오히려 이후에 조금씩 부담이 생기더군요. 그 2년으로 돌아가라면 못할 거 같아요.”

한재민은 콩쿠르의 어려움은 각기 다른 안목을 가진 7~8명의 심사위원으로부터 고른 점수를 얻어야 한다는 데 있다고 말했다. ‘한 사람은 100점, 다른 사람은 60점 주는 연주’를 하는 것보다 ‘모든 사람에게 85점 받는 연주’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재민은 “그때 억압돼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다시 연주한다면 조금 더 자유롭게 연주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 관객과 만나는 자리도 이어진다. 18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KBS교향악단 제807회 정기연주회에서 정명훈(피아노), 김수연(바이올린)과 함께 베토벤 ‘삼중협주곡’을 연주한다. 30일에는 롯데콘서트홀 인 하우스 아티스트 공연의 하나로 박재홍(피아노), 크리스토프 바라티(바이올린)와 드보르자크 피아노 트리오 4번 ‘둠키’, 차이콥스키 피아노 트리오 가단조 ‘위대한 예술가를 기리며’ 등을 연주한다. 12월엔 같은 장소에서 한국에서 열리는 BBC 프롬스 기획으로 신동훈 첼로 협주곡 ‘밤의 귀의’(2일·아시아 초연), 드뷔시 첼로 소나타(7일)를 연주한다. 최근엔 데카코리아 레이블에서 낸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음반에서 윤이상 첼로 협주곡 녹음을 선보였다.

한재민은 “정명훈 선생님에 대해선 객관적일 수 없다. 어릴 때부터 너무나 팬이었다. 리허설하러 오실 때부터 빛이 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재민은 현대음악도 과감히 레퍼토리에 넣는 편이다. “현대곡을 할 때 음악을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는 것이 좋다”는 이유에서다.

장기적인 목표는 “베토벤 첼로 소나타 전곡을 20살, 30살, 40살에 한 번씩 도전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첼로의 매력은 무엇인가’라는 원론적인 질문을 던졌다.

“이 악기에서 나는 소리는 다 좋아요. 베이스와 멜로디가 다 되고, 어떨 때는 사람이 노래하는 듯한 소리도 낼 수 있어요. 범용할 수 있는 범위가 넓은 것이 첼로의 매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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