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31일 공개된 디즈니플러스 예능 ‘배불리힐스’의 한 장면. 이날 멤버들은 인천의 월미도를 찾아 유명한 ‘월미도 바이킹’을 체험했다. 바이킹을 타면서 모자에 달린 과자를 먹는 과제가 주어졌는데, 한 명이라도 성공하면 전원에게 한 명당 닭 한 마리가 제공되는 조건이었다.
첫 주자로 나선 배우 이규호가 안전바에 배가 끼어 고통을 호소하자, 개그우먼 신기루는 “또 우리가 기계를 이겼어요”라고 말해 웃음을 줬다. 그 역시 바이킹에 도전한 즉시 안전바에 눌리자 “장기 터져! 진짜 죽어요”라고 괴로워해 촬영 현장을 폭소하게 했다.

이 광경, 어디서 본 장면 아닌가. 그렇다. 이 프로그램에 출연해 각종 과제를 즐기고 있는 서장훈, 신기루, 신동, 이규호, 풍자, 나선욱 등의 출연자들은 SBS에서 지난 2023년 10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방송한 ‘덩치 서바이벌-먹찌빠’의 주인공들이다. 거기서 박나래만 빠졌다.
SBS의 자회사인 스튜디오프리즘이 제작했으며 민의식CP, 김기태PD에 육소영, 김보람, 정은재 작가 등 ‘먹찌빠’의 제작진이 그대로 참여했다. 말 그대로 ‘정신적인 후속작’인 셈이다.

이러한 케이스는 또 있다. 바로 넷플릭스에서 동일한 형태로 매일 공개하는 작품 중 하나인 ‘도라이버:잃어버린 핸들을 찾아서’다. 지난 2월 ‘도라이버:잃어버린 나사를 찾아서’로 방송했던 프로그램은 두 번째 시즌까지 맞이했다.
김숙, 홍진경, 조세호, 주우재, 장우영이 출연하는 구성은 2022년 7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방송한 KBS2 ‘홍김동전’과 똑같다. 박인석PD와 최은영, 강혜림, 박순희 작가 등이 고스란히 참여한다. 지상파 당시 80분이었다는 분량이 25분 정도로 줄어든 것만이 변화다.

이렇듯 지상파의 예능 IP(지식재산권)가 OTT에서 부활하는 경우가 잦아졌다. ‘덩치 서바이벌-먹찌빠’나 ‘홍김동전’의 경우 멤버들의 캐릭터가 확고한 캐릭터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인데, 이러한 장르일수록 팬덤이 두터워 성공확률이 높다. 말 그대로 지상파의 예능 IP가 OTT에서 더욱 확장하는 것이다.
이러한 사례는 또 있다. 지난 5월부터 시작해 지난달 30일 두 번째 레이스를 펼친 ‘무한도전 런’의 경우도 MBC의 예능 프로그램인 ‘무한도전’이 OTT 플랫폼 쿠팡플레이에서 부활한 경우다. 이는 딱히 TV 프로그램은 아니지만, MBC의 자회사격인 스튜디오 MOst 2.6.7에서 쿠팡플레이와 협업해 레이스 당일 모든 콘텐츠를 쿠팡플레이로 중계했다.

이러한 예능 IP의 OTT 재활용은 일단 검증된 아이템을 쓸 수 있다는 점에서 실패의 확률이 적다. 그리고 오히려 지상파에서 표현이나 소재의 제약이 있을 수 있던 부분을 OTT에서 더욱 확장할 수 있어 제작진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 ‘홍김동전’처럼 폐지 때 반대 청원이 일었던 것처럼 팬덤이 두터운 예능일 경우 시청자들에게도 행복한 선택지가 될 수 있다.
‘무한도전 런’을 기획한 전우철 총괄프로듀서는 “지상파를 통해 새로운 예능 IP를 만들었지만, OTT 시장에서 새로운 형식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쿠팡플레이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이 콘텐츠를 조금 더 관심이 있게 바라봐주시고, 같이 발전할 수 있게 해주셔서 새로운 콘텐츠가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한 방송 관계자 역시 “지상파의 경우 산하 스튜디오를 통해 콘텐츠를 되살려내 그 가치를 유지해 좋고, OTT의 경우에는 검증된 콘텐츠를 보유하게 돼 이득이 된다. 지상파보다는 OTT 형식이 더 맞는 프로그램이 있을 수도 있어서 향후 이러한 협력은 더 잦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