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주년 맞는 천안문 사태…희생자 어머니 "정의 찾겠다"

2025-06-02

오는 4일 중국 천안문 민주화운동 36주년을 앞두고 당시 희생자의 어머니가 “망각을 거부하고 정의를 찾겠다”며 당국의 진상 규명과 사과를 촉구했다.

희생자 유족 모임인 천안문 어머니회의 발기인인 장셴링(張先玲·88) 여사는 이같은 내용의 유튜브 영상을 지난달 29일 올렸다. 장 여사는 “아들 왕난(王楠)은 천안문에서 몇십 미터 떨어진 난창안제에서 숨졌다”며“당시 19살, 고등학생에 불과했다”고 발언을 시작했다. 이어 “당시 병원 구급차가 바로 옆에 있었지만, 계엄부대가 부상자 구조를 허가하지 않아 왕난과 다른 두 시민이 과다 출혈로 숨을 거뒀다”며 “전쟁 중에도 부상자 구조를 막지는 못하거늘 당시 천안문 학살은 이처럼 인간성이 없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또 “천안문 학살은 전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진행됐다”며 “당국은 일찍이 결론을 내렸다고 말하는데, 그 결론은 언제, 어디서, 누가 참석한 회의에서, 어떤 증거를 가지고 내린 것인지 희생자 가족에게 분명하게 설명해야 한다”고 했다.

장 여사는 진상 규명과 희생자 명단 발표, 사과와 법에 따른 배상, 책임자에 대한 형사 처벌 등 세 가지를 공개 촉구했다. 그러면서 “당국과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 했지만, 36년이 지나도록 한 차례도 응답하지 않은 채 천안문 어머니회 회원을 감시·도청했다”며 “정치적 광풍으로 (홍콩) 빅토리아 공원의 촛불은 꺼뜨렸지만, 정의의 불꽃은 양식 있는 사람들의 마음 속에서 빛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영상 말미엔 “우리는 영원히 약속을 지키고, 진상을 말하고, 망각을 거부하며, 정의를 찾고, 양심을 부르짖겠다”고 했다.

장 여사는 미국의 자유아시아방송(RFA)과 가진 인터뷰에서도 “휠체어 없이는 가동도 못하는 노인을 당국은 왜 이렇게 두려워하는지 모르겠다”고 중국 당국의 감시 상황을 폭로했다. 그는 “보안요원들이 나에게 기자를 만나지도, 말하지도 말라고 요구하지만 나는 그럴 수 없다고 했다”며 “중국 정부가 진상을 말하지 않으니 사람들이 나를 찾아와 묻는 것인데 말하지 말아야 하겠나. 기자이건 아니건 나에게 6·4의 사정을 묻는 이가 있다면 나는 모두 말할 것”이라고 했다.

1989년 천안문 민주화운동은 그해 4월 15일 개혁 성향의 후야오방 전 총서기가 갑자기 숨지면서 촉발됐다. 대학생들의 후야오방 추모 행렬은 당시 관료의 부패와 물가 급등 등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로 확대됐다. 당 지도부는 계엄령을 발동해 6월 4일 유혈진압을 단행했다.

중국공산당은 지난 2021년 역대 세 번째 ‘역사결의’를 통해 “국제적인 큰 환경과 국내 작은 환경이 1989년 봄과 여름 사이 중국에서 엄중한 정치 풍파를 일으켰다”며 “당과 정부는 인민에 의지해 기치 선명하게 동란에 반대하고 사회주의 국가 정권을 지키고 인민의 근본 이익을 보호했다”고 결론지었다. 앞서 동란으로 규정했던 1976년 저우언라이 총리 추모 천안문 시위를 마오쩌둥 사망 이후 명예 회복한 것과 대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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