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 짖는 소리, 쩝쩝거리는 소리, 걸리적거리는 옷테그, 눈앞에서 놓쳐버린 엘리베이터, 채식주의자라는 여성이 신고 있는 가죽신발, 엉켜있는 이어폰 줄, 손에 박힌 작은 가시….
“제가 완벽주의자이다 보니 어설픈 걸 못 참아 사는 게 너무 힘들었어요. 그래서 나 자신을 위해서라도 처음부터 완벽할 수 없는 걸 그려보자 한 거죠. 전시된 작품은 모두 짜증날만한 상황들을 모아 본 거예요. 짜증나는 상황에서는 뭐 좀 실수해도 왠지 괜찮을 것 같았거든요.”
백수민 작가의 두 번째 개인전 ‘짜증의 미학, 나를 예민하게 만드는 것들’이 전주 서학동예술마을 내 선재미술관에서 31일까지 전시된다.
우리는 흔히 ‘예민하다’는 감정에 대해 둔감해지기를 요구받는다. ‘별일 아니다’, ‘신경 쓰지 마라’, ‘예민하게 굴지 마라’는 말을 지속적으로 듣게 되면 점점 자신의 감각을 의심하게 된다. 이에 대해 백수민 작가는 “짜증은 부정적 감정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우리가 세상과 긴밀하게 소통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일 수 있다”며 “무감각해지기 보다는 더 섬세하게, 더 진솔하게 살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런 생각에 기반해 작가는 일상의 미시적 불편함들을 세심하게 관찰하고 기록하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발견한 것은 이런 작은 짜증들이 사실 우리 삶의 가장 솔직한 순간들이라는 것이었다. 포장되지 않은 날 것의 감정, 다듬어지지 않은 순수한 반응들 말이다.

백수민 작가는 “관람객들도 타인에게는 별 것 아닌 것들이 자신에게는 큰 자극이 될 수 있는 고유한 지점들이 무엇인지, 짜증나고 예민한 상황들에 대해 단순한 불쾌가 아닌 삶을 살아가는 감각임을 떠올리며 기록해보길 권한다”면서 “그 지점들이 우리가 예민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자 동시에 우리가 여전히 인간다운 이유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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