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시스템 모델, 자연 질소 고정 과대평가

2025-11-27

[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높은 농도의 대기 중 이산화탄소(CO₂)는 기후 변화를 심화시키지만, 동시에 식물의 생장을 촉진해 대기 중 CO₂를 더 많이 흡수하도록 만드는 ‘비료 효과(fertilization effect)’도 유발한다. 문제는 이 비료 효과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식물이 쓸 수 있는 형태의 질소가 충분히 공급돼야 한다는 점이다.

최근 미국·캐나다 연구진이 참여한 국제 공동연구에서 자연 생태계가 대기에서 실제로 확보하는 질소의 양이 기존 추정보다 훨씬 적다는 결과가 나오면서, 지구 시스템 모델이 미래 식물 성장과 탄소 제거 능력을 체계적으로 과대평가해 왔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PNAS)에 실렸다.

연구진은 올여름 컬럼비아대 교수진이 공동 주도한 선행 연구에서, 대기 중에서 생태계가 ‘고정’을 통해 실제로 얻는 질소량이 종전 가정보다 현저히 낮다는 점이 확인된 데 주목했다. 이번에는 그 차이가 기후 예측에 쓰이는 지구 시스템 모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연구의 초점을 맞췄다.

분석 결과, 주요 지구 시스템 모델들은 자연 토지에서 일어나는 질소 고정률을 평균 약 50% 정도 높게 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자연 질소 고정량이 모델 가정보다 적다면, 그 질소를 바탕으로 계산한 미래 식물 성장과 탄소 흡수도 과대평가될 수밖에 없다”며 “실제로 모델들이 CO₂ 비료 효과를 약 11% 정도 과대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지구 시스템 모델은 대기·해양·육상 생태계·빙권 등을 통합적으로 모사해 미래 기후를 예측하는 도구로,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의 평가보고서에도 폭넓게 활용된다. 이번 결과는 기후 모델이 제시하는 ‘자연 생태계의 탄소 흡수 여력’을 보다 보수적으로 다시 볼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식물은 질소라면 아무 형태나 쓸 수 있는 게 아니다. 대부분의 질소는 식물이 바로 활용할 수 없는 형태로 대기 중에 존재하며, 미생물이 이를 암모늄·질산 등 이용 가능한 형태로 바꾸는 ‘질소 고정’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러한 질소 고정은 자연 생태계는 물론 콩과 작물 등 농경지에서도 일어난다.

이번 논문의 제1저자는 캐나다 사이먼 프레이저대 교수이자 컬럼비아대 던컨 멩게(Duncan Menge) 교수 연구실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시안 코우-기스브레히트(Sian Kou-Giesbrecht)다. 멩게 교수와 함께 그의 연구실에서 박사 과정을 밟았던 벤튼 테일러, 현재 기후·생태 데이터 분석 기업 어스샷 랩스(Earthshot Labs)에서 활동 중인 아니카 스탁콘도 공동 저자로 참여했다.

멩게 교수는 “질소 고정에 관한 일련의 중요한 발견을 바탕으로, 이것이 미래 기후에 어떤 ‘연쇄 효과’를 미치는지 본격적으로 평가할 수 있게 됐다”며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질소 고정의 실제 규모를 더 정확히 반영하도록 지구 시스템 모델을 수정하는 작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연구진은 보고서에서 “질소라는 필수 영양분의 제약을 과소평가하면, 식물이 CO₂ 증가에 대응해 성장하고 탄소를 흡수할 수 있는 능력을 과대평가하게 된다”며 “기후 목표 달성에 있어 ‘자연의 도움’을 기대할 수 있는 범위를 보다 엄밀히 다시 규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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