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국보다 재할당 대가 60% 비싼 韓…글로벌 역행 우려도

2025-11-27

국내 이동통신 주파수 재할당 가격이 글로벌 대비 높은 편에 속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해외 주요국이 재할당 대가 부담을 줄여 망 투자를 독려하는 기조로 전환하는 가운데 우리나라도 예측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명확한 산정 기준 마련과 투자 촉진을 위한 사업자 부담 완화 등 재할당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26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최근 열린 한국통신학회 학술대회에서 이같은 내용을 담은 '재할당 주파수의 가격수준 비교분석' 논문을 발표했다. 연구에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를 포함한 주요 22개국의 재할당 데이터를 확보해 표준가격을 산출해 비교했다.

분석 결과 한국의 재할당 평균 대가값은 0.0538로 나타났다. 이는 나머지 국가들의 평균 표준 대가값인 0.0025~0.033와 비교해 최소 63% 이상 높은 수준이다. 한국은 영국·독일 등과 함께 최초할당·재할당 가격이 모두 높은 고비용 지속 국가로 분류됐다.

가격 변동성 분석(IQR)에서도 한국은 0.0165로 상대적으로 넓은 분포를 보였다. 이는 재할당 시기마다 다르게 적용된 대가산정 기준이 원인으로 꼽힌다. 사업자 입장에서는 예측 불확실성이 커져 투자 결정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반면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주요국은 재할당 구조 및 가격 정책이 상대적으로 안정됐다는 평가다.

연구를 진행한 여인갑 ETRI 박사는 고비용 재할당 사례가 반복되는 점을 들어 “제도적·구조적 요인이 누적된 결과”라고 평가했다.

해외의 경우 재할당 부담을 완화하는 추세다. 비용 경감을 통한 재투자 가능성을 높여 기술 혁신과 망 투자를 촉진하겠다는 취지다. 미국과 스페인의 경우 재할당 대가를 받지 않고 주파수 이용 기간을 연장하고 있다.

스페인 경제디지털혁신부는 지난해 800㎒·900㎒·1.8㎓·2.1㎓·2.6㎓·3.5㎓ 대역에 대한 주파수 사용 허가를 10년간 무산 갱신한다고 발표했다. 면허 만료 시점에 발생하는 불확실성이 기업의 투자 위축을 불러올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를 통해 텔레포니카 등은 수억 유로의 비용 절감 효과를 봤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과거 경매대가 등을 기초로 재할당 대가를 산정하는 영국도 올해 제도 개선에 나섰다. 영국 오프콤은 과거 경매결과의 일괄 반영은 부당하다는 법원 판단에 따라 연간 면허료(ALF)를 하향 조정했다.

과거 경매대가에 시차를 적용하고 2015년 이전 경매사례는 가중치를 축소하는 방식으로 주파수 면허료 산식을 개정해 900㎒, 1.8㎓ 대역의 면허료를 21% 낮췄다. 그 결과 LTE 주파수의 연간 면허료는 ㎒폭당 8억원가량 줄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내년 이용기간이 만료되는 3G·LTE 주파수 800㎒·900㎒·1.8㎓·2.1㎓·2.6㎓ 대역 총 370㎒폭에 대한 재할당 대가에 세부안을 내달 초 공개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LTE 대역의 경제적 가치 감소분을 반영해 인하폭을 높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여인갑 ETRI 박사는 “재할당 가격이 높을 경우 통신요금 인상 압력이나 투자 여력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재할당 부담을 낮춘다면 정책적으로 망 투자 확대나 품질 개선 의무와 연계할 수 있다”고 짚었다.

박준호 기자 junh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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