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채만 한 변압기 쉴새 없이 찍힌다”…AI가 불 지핀 일진전기 홍성공장 [르포]

2025-11-06

굉음과 쇳소리를 예상했지만 변압기 공장 내부는 거대한 ‘목재 공방’에 가까웠다. 5일 방문한 일진전기(103590) 충남 홍성공장에서는 작업자들이 변압기 내부에 들어가는 스위스산 특수 절연지에 감싸진 구리선과 목재 구조물을 설계 도면에 맞춰 일일이 손으로 조립하고 있었다. 0.23밀리미터(㎜) 두께의 얇은 전기강판을 한 층 한 층 오차 없이 쌓아 올리는 공정 역시 전부 수작업으로 이뤄졌다. 변압기는 발전소에서 만든 전기를 효율적으로 보내기 위해 전압을 높이거나 낮추는 송·변전 핵심 설비다.

일진전기는 5일 홍성공장 변압기 2공장 준공 1주년을 맞아 언론 공개 행사를 가졌다. 미국과 유럽, 중동에 수출하는 초고압 변압기부터 국내를 비롯해 세계 각국에 두루 쓰이는 중소형 변압기의 제작 과정을 한 눈에 살펴볼 수 있었다.

공장 투어는 약 700억 원을 투입해 지난해 10월 가동을 시작한 2공장부터 시작했다. 가동 1년을 맞은 2공장은 에어 샤워를 거쳐야 들어설 수 있었다. 내부에서는 345킬로볼트(㎸) 이하 중소형 변압기 제작이 분주했다. 2인 1조로 구성된 작업자들이 코일 감기(권선) 작업에 한창이었고 한쪽 원통형 권선기에는 발주처 ‘미국’을 알리는 라벨이 선명했다. 김정찬 일진전기 변압기사업부장(상무)은 “변압기는 동일한 제품이 단 하나도 없다”며 “고객 요구에 맞춰 100% 수작업으로 제작된다”고 강조했다.

2공장을 지나 1공장으로 발을 옮기자 압도적인 규모가 눈앞에 펼쳐졌다. 층고 34미터(m)의 거대한 공장 안에는 영화 ‘트랜스포머’ 로봇을 연상시키는 집채만 한 변압기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높이 20m에 운송 중량만 130t에 달하는 500㎸급 미국 수출 물량부터 사막의 모래바람을 견뎌야 하는 400㎸급 쿠웨이트 분로리엑터까지 육중한 변압기들이 다음 공정을 기다리고 있었다. 철심과 권선 조립체(중신) 작업이 끝나자 전기의 적인 수분을 빼내는 진공 건조 공정이 이어졌다.

일진전기 홍성공장의 가동률은 80%(생산 역량 대비) 수준이다. 경쟁국인 미국과 유럽의 평균 가동률이 60~70%선인 점과 2공장이 준공된 지 불과 1년밖에 안돼 이제 막 안정화 국면에 들어선 점을 고려하면 ‘풀가동’하는 셈이다. 유상석 일진전기 대표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AI 데이터센터 출현, 기존 전력망 노후화 교체 주기까지 맞물리며 전력 산업이 ‘메가 트렌드’를 맞았다”며 “수요가 공급을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 최소 10년 이상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진전기는 이 기회에 제대로 올라탔다. 상반기 총 수주액은 7853억 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6960억 원을 넘어섰다. 진입 장벽이 높은 유럽 시장에 신규 진출하고 미국 동부에 이어 서부인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 500㎸ 초고압 변압기 프로젝트도 새로 따냈다. 9월 말부터 이날까지 변압기, 차단기 등 부문에서 약 1000억 원 규모의 해외 신규 수주를 확보했다.

전 세계적인 변압기 품귀 현상은 일진전기에 큰 기회다. 과거 미국 시장에 진출했던 중국 기업들이 잦은 고장과 미흡한 사후 대응으로 신뢰를 잃으면서 글로벌 시장은 기술력을 갖춘 대기업 계열의 국내 초고압 변압기 3사로 재편됐다. 일진전기는 제2공장 증설을 발판 삼아 이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며 ‘초고압 4파전’ 구도를 형성하게 됐다.

홍성공장은 1·2공장을 합쳐 연간 140대가량의 변압기를 생산한다. 김 상무는 “(2공장 운영 효율이 더 높아지면) 2026년에는 공장 가동률이 90~95% 수준까지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 대표는 추가 증설 계획에 대해 “당연히 고민하고 있다”면서도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이 비즈니스는 돈만 있다고 되는 게 아니라 오퍼레이션과 디자인을 할 수 있는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며 “다음 투자 역시 실효적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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