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배달앱 이용료 상한제 도입을 골자로 한 소상공인법 개정안을 발의한다. 한·미 통상 협상 여파로 온라인플랫폼거래공정화법(온플법) 제정이 좌초되자 배달앱 이용료 부담을 경감하는 내용만 별도로 빼내 우선 추진하기로 한 것이다. 민주당이 올해 정기국회 중점처리 법안으로 온플법 대신 제시한 ‘갑을관계공정화법’ 중 하나다.
31일 중앙일보가 입수한 민주당의 소상공인법 개정안(김원이 의원 대표발의)은 배달앱 서비스 이용료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상한의 범위 내에서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정해야 한다는 ‘이용료 상한제’가 핵심이다. 일정 규모 이하의 영세 입점업체에 대해서는 서비스 우대 이용료 적용을 의무화하는 내용도 담겼다.

법안에선 상한제의 대상인 서비스 이용료를 ‘외식중개플랫폼 입점업체가 플랫폼 사업자에게 지급하는 금전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기존 온플법의 규제 대상이던 중개수수료(현행 매출구간별 2.0~7.8%)뿐 아니라 배달비·광고비 등도 상한제의 대상이 될 수 있도록 열어놓은 것이다. 배달비·광고비는 형식적으로는 선택사항이지만, 경쟁에서 도태되지 않으려면 반드시 지출해야 했던 비용이다. 이 때문에 자영업자에겐 반(半)강제적인 사실상의 수수료로 여겨져 왔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개별 플랫폼마다 중개수수료·배달비·광고비를 다 다른 방식으로 책정하니 총량으로 상한을 정하는 방안을 마련한 것”이라며 “법에 일일이 열거할 수 없으니 세부 내용은 시행령으로 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문 금액마다 차이는 있지만, 플랫폼 입점업체의 중개수수료·배달비·광고비 부담은 25~50%로 추산된다. 주문 금액이 적을수록 부담률이 높아지는 구조다.

법안 발의자인 김원이 의원은 “배달앱 등에 입점한 소상공인은 높은 중개수수료와 광고비 등으로 경영 부담을 지속적으로 호소하고 있지만, 플랫폼사는 소상공인의 경영환경과 지급여력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수수료율을 결정하는 등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개정안에는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플랫폼 사업자가 서비스 이용료를 정할 때 준수해야 할 사항을 정하고, 플랫폼 사업자가 이를 위반했을 때 조정 요구 등의 조치를 할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플랫폼 사업자가 중기부의 조치를 위반하면 6개월 이내의 영업정지 또는 매출액 4% 이내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제재 규정도 뒀다. 다만, 중기부가 플랫폼 사업자 규제 업무에 난색을 보이는 점은 변수다. 민주당 관계자는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배달앱 규제를 농림축산식품부로 넘기려고 하는 등 부처 간 ‘핑퐁’이 심해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기 위한 방안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개정안에는 기존 온플법에 있던 ▶자영업자 등에 대한 단체협상권 부여 ▶판매대금 지급기한 및 정산대금 일부의 신탁 또는 보증보험 가입 의무화 ▶표준계약서 및 분쟁조정협의회 도입 ▶불공정거래행위 유형 구체화 및 손해배상책임 부과 등의 내용은 빠졌다. 법 적용 대상이 되는 플랫폼 사업자의 범위를 별도 규정하지 않아 시장지배력과는 무관하게 모든 배달앱에 적용될 가능성도 커졌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플랫폼에 관한 경제적 약자 보호나 우월한 지위를 이용한 불공정거래 행위 이슈는 공정위 관할이어서 기존 온플법을 대체할 다른 법안에 담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민주당 을지로위원회가 배달의민족·쿠팡이츠와 진행 중인 사회적 대화 기구는 지난 6월 19일 중간합의문 발표 이후 공전 중이다. ‘무료배달’ 프로모션에 따른 배달비 전가 문제 해결 방안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해서다. 을지로위 관계자는 “사회적 합의가 가장 이상적인 방법이지만, 진전이 없을 경우 입법으로 해결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