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티몬이 영업 재개 시점을 무기한 연기한다. 대규모 미정산 사태로 피해를 입은 셀러·소비자 반발이 여전히 거센 탓이다. 반대 여론을 의식한 카드사·간편결제사가 합류에 난색을 표하면서 하반기 영업 재개를 목표했던 오아시스마켓 구상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1일 티몬은 입점 협력사를 대상으로 안내문을 발송했다. 당초 계획이었던 오는 10일 오픈을 포기하고 영업 재개 시점을 무기한 연기한다는 것이 골자다.
티몬은 안내문을 통해 “1만여 파트너사와 함께 100만개가 넘는 상품을 준비하고 모든 오픈 준비를 완료했다”며 “영업 재개 소식에 제휴 카드사, 관계 기관을 통해 피해자들의 많은 민원이 제기되면서 오픈을 연기할 수 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티몬은 지난 6월 오아시스 매각을 골자로 한 회생계획안이 강제 인가된 이후 빠른 영업 재개를 추진해왔다. 양 사 홈페이지를 통해 셀러들을 대거 모집했고 내부 시스템 결합, 플랫폼 사용자 환경(UI)·경험(UX) 개선 등을 빠르게 진행시켰다. 이후 지난달 11일 영업 재개를 공언했으나 회생법원 승인 절차를 이유로 한 차례 연기한 바 있다.
지난달 회생 절차를 끝낸 티몬이 영업 재개를 미룬 요인은 결제사 합류 문제다. 당초 티몬은 전자지급결제대행(PG)사 'KSNET'과 일찌감치 계약을 마치고 국내 8개 전업 카드사 거래 재개를 앞두고 있었다.
그런데 영업 재개를 앞두고 몇몇 카드사가 KS넷에 티몬에 합류할 수 없다는 의견을 내비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1조원대 미정산 사태로 피해를 입은 셀러·소비자들이 카드사에 민원을 집중적으로 제기하면서 부담을 느낀 것으로 관측된다. 카드사들이 난색을 표하자 주요 간편결제 사업자도 합류를 망설이는 모양새다.
티몬은 PG사를 통해 전업 카드사를 설득하고 있고 간편결제 사업자와는 직접적으로 협의를 진행 중이다. 결제사 설득이 끝나기 전까지는 구체적인 오픈 일정을 설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티몬은 신규 모바일 홈페이지를 가오픈하고 판매 상품을 게시했지만 주문·결제는 불가능한 상태다.
결국 티몬과 오아시스는 미정산 피해자 설득이라는 큰 산을 직면하게 됐다. 반대 여론을 돌리지 못한다면 완전한 영업 재개 또한 불가능한 상황이다. 오아시스의 자체적인 보상안 없이 여론을 바꾸기는 어려워 보인다.
피해자 불만은 저조한 변제율 때문이다. 회생 절차가 종결된 가운데 채권 변제 계획에 투입된 재원은 116억원으로 최종 변제율은 0.76%에 그쳤다. 셀러·소비자 사이에서는 '차라리 청산이 낫다' 반응이 나오는 등 불만이 속출했다.
'티몬 시너지'를 기대했던 오아시스 계획에도 먹구름이 꼈다. 오아시스는 인수대금으로 투입한 181억원 외에도 500억원의 추가 투자를 결정하는 등 공을 들였다. 강점인 온라인 그로서리 역량에 종합 e커머스 티몬 노하우를 더해 기업공개(IPO)까지 골인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이같은 추세는 같은 처지인 위메프·인터파크커머스 향방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위메프와 인터파크커머스는 각각 지난해 9월, 11월에 회생 절차를 개시했지만 아직 인수 희망자를 찾지 못한 상황이다. 지지부진한 상황에 회생 계획안 제출 기한 추가 연장 가능성은 낮아졌다. 현재 두 회사의 회생계획안 제출 기한은 오는 4일까지다.
티몬 관계자는 “영업 재개 일정이 명확하지 않을 경우 상품을 준비하고 계신 셀러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생각해 일정 연기를 결정했다”며 “기존 티몬 미정산 사태 피해자들을 위한 방안은 계속 고민해볼 것”이라고 답했다.
민경하 기자 maxk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