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국적 택했던 재일동포 설움, 李 대통령이 달랬다

2025-08-27

지난 23일 일본 도쿄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재일동포 간담회. 이전의 간담회와 뚜렷하게 달랐던 건 귀화한 재일동포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는 점이었다. ‘방적왕’으로 불렸던 고(故) 서갑호 방림방적 회장의 손녀딸인 사카모토 사치코씨, 하쿠 신쿤(백진훈) 전 민주당 참의원 등이 자리했다.

이러한 변화는 재일교민 사회에 상당한 반향을 일으켰다. 대통령 재일동포 간담회에서 한국 국적을 유지한 동포뿐만 아니라 일본 국적의 동포들까지 초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전까지 정권을 막론하고 일본 국적자는 초청하지 않았다. 일본 식민지 시절의 아픔이 여전한 우리나라에서는 일본 국적과 일본식 이름을 갖고 한국어는 모르는 재일 동포들을 ‘배신자’ 취급하는 정서가 강했기 때문이다.

이는 재일동포에게는 두 배의 고통이었다. 식민지배는 끝났지만 여전히 ‘조센징’으로 공공연히 차별받던 시대, 이들은 취업조차 어려웠다. 결국 어쩔 수 없이 일본 국적으로 바꾸고 한국인임을 숨겨야 했던 이들이 다수였다. 차별과 핍박의 경험을 물려주기 싫어 자녀에게마저도 출신을 숨기며 살았던 동포들이 적지 않았다. 조국에서마저 이러한 고통을 헤아려주지 않는 설움이 클 수밖에 없었다.

결국 양쪽 모두에서 이방인 취급을 받더라도 조국에 대한 애정은 여전했다. 야키니쿠로, 파칭코로 돈을 모아 자수성가한 이들은 일본보다 국력이 한참 약했던 조국의 공관이라도 번듯하기를 바랬다. 현재 주일 공관 10곳 중 9곳이 재일동포들의 기부로 마련된 배경이다. 특히 서갑호 회장이 지난 1962년 부지와 건물을 한국 정부에 무상 기증한 덕에 자리를 잡은 주일 한국대사관은 도쿄 미나토구의 금싸라기 땅에 위치해 있다. 8264㎡에 달하는 이 부지의 현재 가치는 1조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이 간담회에서 감사의 뜻뿐 아니라 ‘사과와 보답’을 강조한 것은 재일동포들의 아픔과 역사를 세심하게 헤아려서다. 이 대통령은 “관부연락선, 군대환을 타고 바다를 건너와서 고된 노동을 견디면서도 꿋꿋이 삶을 이어갔던 이야기를 들을 때면 존경심이 저절로 생겨난다”며 “식민 지배의 아픔에 이어서 분단의 아픔까지, 광복의 기쁨도 잠시 조국이 둘로 나뉘어 대립하면서 타국 생활의 서러움은 아마 쉽게 잦아들지 않고 오히려 더 커져갔을 것이지만 여러분께서는 언제나 모국의 든든한 후원자이자 버팀목이 돼 주셨다”고 말했다.

특히 재일 동포들이 주일 공관 9개를 기부한 점을 “전 세계에 없는 일”이라고 언급하면서 “88년 올림픽 때도, IMF 외환위기 때도 역사적 고비마다 발 벗고 전국에 도움의 손질을 내밀어 주셨다. 우리 정부는 동포 여러분의 애국심을 잊지 않고 꼭 기억하고 보답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간담회에서 ‘간첩 조작 사건’에 대해 고개를 숙여 사과하기도 했다. 간첩 조작 사건은 1975년 김기춘 당시 중앙정보부 대공수사국장의 주도로 재일 교포 21명이 간첩 누명을 쓴 사건으로, 이후 관련자들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이 대통령은 “민주화 여정 속에 많은 재일 교포가 억울한 피해자로 고통을 겪었다”며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국가 폭력의 희생자와 가족 여러분에게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드리고 공식적으로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고 했다.

1923년 관동(간토) 대지진 직후 최소 수천 명의 조선인이 살해당한 간토 대학살도 언급됐다. 이 대통령은 “아픔과 투쟁이 반복된 굴곡진 대한민국 역사의 굽이굽이마다 동포들의 헌신과 희생이 있었고 정부는 여러분의 애국심을 잊지 않고 꼭 기억하고 보답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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