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눈에 주삿바늘 꽂는 공포…그날 난, 끔찍한 행동 했다

2025-02-11

나의 황반변성 분투기

나는 어렸을 적부터 큰 꿈이 없었다. 그저 해야 할 일을 하며 살아가기를 바랄 뿐이었다. 무탈하게, 별 탈 없이 지나가는 것이 목표였다. 하지만 그런 행운은 어느 순간 갑자기 멈췄다.

유난히 무더운 여름날이었다. 눈앞이 이상하게 흐릿한 느낌이었고, 직선이 어긋나 보이기 시작했다. 처음엔 단순히 피곤해 그런가 보다 싶었다. 하지만 증상은 점점 심해졌고 결국 병원을 찾았다. 진단 결과는 황반변성. 의사는 황반변성 중에서도 병의 진행 속도가 빠른 습식이라고 했다.

망막의 한가운데 있는 황반 부위 혈관에 변형이 생기고, 결국 시력을 잃게 되는 무서운 병.

습식 황반변성은 완치가 불가능했다. 치료라고 해봐야 병의 진행을 늦추는 것뿐이었다. 그러려면 안구에 직접 주사를 맞아야 한다고 했다.

‘눈에 주사를 놓는다니, 그게 정말 가능한 일인가?’

의사는 먼저 눈을 깜빡이지 못하도록 크게 벌려 눈꺼풀을 기구로 고정한다. 그런 다음 안구에 바늘을 찔러 약물을 주입한다. 날카로운 주삿바늘이 눈으로 향하는 순간의 공포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러나 병의 악화를 막으려면 선택지가 없었다. 두 달에 한 번씩 반복되는 치료에 나는 점점 지쳐갔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몇 달 후 왼쪽 눈에도 같은 증상이 나타났다. 한쪽 눈에서 병이 시작되면 다른 눈에도 병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빨리 찾아올 줄은 몰랐다. 이제는 양쪽 눈에 주사를 맞아야 했다. 몇 시간 동안 양쪽 눈에 안대를 하고 누워 있을 때마다 나는 깊은 절망에 빠지곤 했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이 캄캄한 어둠 속에서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렇게 절망만 쌓여가던 어느 맑은 날.

나는 나도 모르게 13층 사무실의 창문을 열고 창밖으로 머리를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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