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그룹 M&A] 상처만 남긴 인수전, 김상범 회장-김세민 전무 부자갈등 뇌관 우려②

2025-01-23

사실상 유증 철회 수순, 제이오 인수 계약도 안갯속

딜 주도 김 전무 입지 위축, 후계구도도 영향 예상

[인사이트녹경 = 조영갑 기자] 이수그룹의 주요 계열사인 이수페타시스가 5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탓에 홍역을 치르고 있는 가운데 이번 유증과 제이오 M&A(인수합병)를 주도한 걸로 알려진 김세민 이수 전략본부장(전무)에게 시장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김 전무의 야심작인 '제이오 인수안'을 부친 김상범 이수 그룹 회장이 반대한 걸로 알려지면서 그룹의 승계 구도 자체도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 때문이다. 김 회장은 김우중 대우그룹 전 회장의 외동딸인 김선정 씨 사이 슬하에 김 전무와 김세현 씨, 두 아들을 두고 있다. 제이오 인수안이 백지화될 경우 양사의 주주간 계약의 따라 수백억원의 위약금을 제이오에 지불해야 할 가능성도 커지는 만큼 경영진 배임의 이슈도 불거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23일 업계와 금융당국의 말을 종합하면 지난해 11월 최초로 이수페타시스가 공시한 5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는 사실상 철회 수순을 밟고 있다. 이수페타시스는 5500억원 조달금 중 3000억원을 제이오 경영권 지분 인수로 배정했다. 하지만 최근 정정 공시를 내면서 유상증자의 핵심 사안인 신주 발행일, 청약 및 납입 기일 등을 전부 공란으로 둬 스스로 논란을 자초했다. 금융감독원 측 역시 유증의 형식적 미비를 지적, 공시 사항 위반이라는 유권해석을 내놨다.

이수그룹 사정에 밝은 한 업계 관계자는 "최창복 이수페타시스 대표와 김세민 전무가 이번 딜을 주도한 장본인인데, 김상범 이수그룹 회장이 정면에서 유상증자와 제이오 M&A를 반대하면서 이들의 입지가 곤란해졌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딜이 이수그룹의 후계 구도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스위스 에이글롱칼리지(Aiglon College), 영국 런던퀸메리대(Queen Mary University of London) 등에서 경영학을 공부한 김 전무는 2020년 32세의 나이로 그룹에 입성, 비즈 이노베이션(경영 혁신) 조직을 이끌어 왔다. 그룹사의 미래 전략, M&A 등을 전담하는 조직이다. 동생인 김세현 씨는 아직 경영에 크게 관여하고 있지 않다.

하지만 이번 M&A 딜이 시장의 거센 비판과 부친 김 회장의 반대에 부딪히면서 김 전무 입장에서도 작지 않은 상흔을 안게 됐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수그룹이 가진 자본의 규모나 이수스페셜티케미컬 등 계열사의 역량 등을 봤을 때 내부 육성으로 가닥을 잡는 것도 방안일텐데, 대규모 지분 희석이 뒤따르는 유상증자를 통한 M&A를 추진한 것은 의아하다"고 강조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유증과 딜이 결과적으로 수포로 돌아갈 경우 이수그룹 핵심 경영진의 '배임' 이슈가 불거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수페타시스는 지난해부터 논의된 제이오 강득주 대표의 경영권 지분(900만주) 인수건과 관련, 약 160억원의 선 계약금을 지불했다.

여기에 계약 이행을 위한 이행보증금과 위약과 관련된 위약금을 합치면 수백억원의 '매몰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이 비용을 이수페타시스 손상금으로 처리할 경우, 주주 사이에서 경영진 배임의 여론이 불거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계약서를 보기 힘든 상황이기 때문에) 위약금 규모를 추산하기는 힘들지만, 이수그룹이 밝힌 딜의 규모가 총 3000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위약금은 계약금 규모보다 훨씬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수그룹은 이와 관련, 위약의 귀책 사유를 외부에서 찾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계약이 파기되더라도 귀책의 사유가 이수페타시스에 있는 것이 아니라 피인수 기업(제이오)이나 '부득이한 사유'에 있다는 점을 명확하게 하려는 의도다. 제이오 관계자는 "최근 이수그룹 측이 회사에 재실사를 들어 온 것은 맞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제이오의 움직임이 눈에 띈다. 제이오는 23일 공시를 통해 오는 3월 10일 송도 컨벤시아에서 임시주주총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안건은 이사와 감사 선임의 건이다. 하지만 이사 후보자와 감사 후보자는 추후 확정 예정이라고 밝혔다.

M&A를 염두에 둔 임원 개선으로 풀이되는데, 업계 일각에서는 계약을 파기하려는 이수페타시스를 대상으로 한 압박용 공시로 보고 있다. 이수페타시스는 정정 공시 이전 유상증자의 납입일을 3월 7일로 잡았다. 유상증자 진행과 계약 완료를 압박하는 목적이라는 전언이 나오는 이유다.

제이오 관계자는 "현재 상황으로서는 이수페타시스와의 계약이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고, 잘 마무리 될 거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면서 "임총 공시 역시 그런 차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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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페타시스 #제이오 #유상증자

조영갑 인사이트녹경 기자 insight@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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