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벤처투자 시장에서 벤처펀드 출자자들이 벤처캐피털(VC)들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벌이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출자자들은 VC의 투자 과실과 선관주의 의무(관리자로서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원칙) 위반이 있었다고 주장한다. 해당 투자에 참여한 VC들은 투자의 위험성을 충분히 알렸고 사후 관리 과정에서도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을 내세우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24일 벤처 업계에 따르면 약 40명의 출자자는 미국 인공지능(AI) 챗봇 스타트업 ‘온플랫폼’ 투자를 주도한 미래에셋벤처투자(100790)와 에스엔에스인베스트먼트에 펀드 출자금 손실 보전 소송을 청구할 계획이다. 출자자 전원은 집단소송 제기에 동의한 상태로, 이르면 다음 달 중 대형 로펌을 선정해 관련 절차에 착수한다.
온플랫폼은 지난해 7월 창업자의 횡령 사건이 불거졌고, 이를 적기에 수습하지 못하면서 기업 청산 절차에 돌입했다. 출자자들은 사실상 투자금 전액을 돌려받지 못할 처지에 놓인 것이다. 두 VC가 온플랫폼에 투자한 금액은 400억 원 수준이며 이번 소송에 참여하는 출자자들이 댄 자금은 약 300억 원으로 파악된다.
이는 국내에서 다수의 벤처펀드 출자자가 VC를 상대로 투자금 보전 소송을 진행하는 첫 사례다. 특히 출자자들의 상당수가 생활 및 노후 자금을 활용해 투자에 참여한 만큼 반발이 더욱 거센 것으로 보인다. 출자자들은 대부분 하나증권의 자산관리센터인 ‘클럽원’을 통해 자금을 납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VC 대표는 “이번 사건은 회사가 사업적 어려움을 겪다 파산한 것이 아니라 창업자의 횡령으로 인해 발생한 것이라서 투자자들의 사후 관리 부실 소지가 있을 수 있다”며 “다만 투자 과정에서 일부 문제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위험성이 큰 모험자본의 특성상 VC가 투자금을 보전해줄 의무가 있다고 보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