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한국 단독 론칭
규제 움직임 확산에 ‘촉각’
BAT “자율규제 시장환경 조성”
글로벌 담배회사 브리티시 아메리칸 타바코(BAT로스만스)가 한국에서 합성 니코틴을 사용하는 액상형 전자 담배를 출시한 가운데, 향후 마케팅 활동에 제동이 걸렸다. 정부와 국회, 시민단체 등을 필두로 합성니코틴 담배에 대한 규제 신설을 촉구하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어서다.
BAT는 지난 25일 합성니코틴 액상형 전자담배 ‘노마드’를 출시했다. 지난 5월 BAT가 국내 합성니코틴 담배시장 진출 방침을 확인한 지 6개월 만이다. 세계 최초 한국에서 단독 론칭하는 제품이다.
BAT가 노마드 출시에 나선 이유는 궐련형 전자담배 ‘glo’의 부진과 연관이 있다. BAT는 2017년 국내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에 뛰어들었으나 국내서 큰 인기를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KT&G와 필립모리스가 파이를 양분하고 있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 했다.
반면 지난해 7월 내놓은 첫 천연니코틴 액상형 전자담배 ‘뷰즈(VUSE) 고 800’는 출시 반 년 만에 100만대가 팔리는 등 기대 이상의 성적을 보이고 있다. 기세에 힘입어 뷰즈 라인업을 확대하고 합성니코틴 제품까지 투트랙으로 시장 선점에 나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BAT는 액상형 전자담배 ‘뷰즈’의 라인업 확대를 앞세워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이달 ‘뷰즈 고 슬림 2ml’를 서울 4개 지역에서 출시하는 한편, 대용량까지 내놨다. 뷰즈는 노마드와 달리 천연 니코틴을 원료로 한 폐쇄형 제품으로 담배사업법상 담배에 포함된다.
문제는 새롭게 출시된 제품이다. 니코틴 담배 ‘노마드’의 경우 규제로부터 자유롭다는 장점이 크다. 합성니코틴은 제조·판매·수입 및 광고로부터 자유롭다. 담배사업법상 ‘담배’로 규정되지 않아 세금이 거의 없고, 온라인을 통해 싸게 유통돼 청소년에게 판매해도 처벌할 수 없다.
특히 이런 규제의 헛점을 청소년들이 누리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합성·유사 니코틴 담배는 일반담배, 궐련형 전자담배와 달리 온라인에서 판매할 수 있고 청소년에게 판매해도 처벌받지 않는다. 심지어 일반 식당에서도 판매가 가능하다.
담배업계 관계자는 “합성 니코틴의 인체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과학적 연구가 아직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해당 제품이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점은 심각한 문제로 지적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비규제 상태는 합성 니코틴 제품이 기존의 규제 체계 안에서 비교적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기존 시장에 혼란을 초래할 가능성을 높이며, 소비자 안전과 공중 보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그는 “더 나아가, 합성 니코틴 시장의 확장은 비규제 시장의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는 담배 제품 뿐만 아니라 다른 관련 산업에서도 건강한 시장 생태계를 저해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국회에서는 규제 신설을 추진 중이다. 지난 7월부터 10월까지 합성니코틴 담배와 관련한 법 개정안은 모두 9건 발의됐다. 지난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도 여야 의원들은 한목소리로 규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시민단체에서도 합성 니코틴 규제를 찬성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담배 규제의 빈틈으로 청소년들에게 합성 니코틴 액상형 전자담배가 무분별하게 판매돼 청소년 흡연율이 높아지고 있단 점에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최근 정부 뿐 아니라 시민단체 곳곳에서 합성 니코틴 액상형 전자담배에 대한 많은 문제들이 지적되고 있다”며 “규제가 강화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노마드도 적잖은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에 대해 BAT관계자는 “향후 청소년을 현혹하는 디자인 요소를 지양하고 강력한 성인인증제도를 준수하는 판매처와 함께 책임 있는 판매 활동을 이어나갈 것”이라며 “합성니코틴 담배에 대한 일반담배와의 동일한 규정 적용과 합당한 규제 도입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에서 최초로 합성니코틴 액상형 전자담배인 노마드를 출시하는 이유는 합성니코틴 액상 담배와 천연니코틴 액상 담배에 서로 다른 법을 적용하는 국가는 OECD 국가 중 한국이 유일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