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핵추진 잠수함(원자력추진 잠수함)의 연료를 공급받을 수 있도록 결단을 해주시면 좋겠습니다.”(이재명 대통령)
“한국이 원자력추진 잠수함을 건조할 수 있도록 승인합니다.”(도널트 트럼프 미국 대통령)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이 지난달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 관세협상만큼이나 주목한 의제는 원자력추진 잠수함이었다. 원자력추진 잠수함은 원자로를 동력원으로 삼아 수개월 잠항이 가능한 장거리 작전용 잠수함이다. 잠수 중 속도 역시 50~60km/h 내외로 기존 디젤-전기 잠수함에 비해 1.5~2배 빠르다. 강동길 해군참모총장은 지난달 국회 국방위원회 종합감사에서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탑재 잠수함에 바로 대응할 수 있는 전력"이라고 원자력추진 잠수함의 의미를 설명했다.
야권은 이번 합의를 예상 밖 성과로 평가했다. 군사전문기자 출신인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은 4일 보도자료를 내고 “한미동맹이 군사·기술 협력의 새로운 단계로 들어섰다는 것을 보여주는 의미 있는 결정”이라고 반겼다.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도 지난달 30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대통령이 한 정파의 대표가 아닌 대통령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계신다고 인정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도 3일 언론 인터뷰에서 “디테일이 중요하지만 한미동맹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가려고 하는 것 같아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건조 장소 문제를 둘러싼 우려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트루스소셜에 "한국의 원자력추진 잠수함을 미국 필라델피아 조선소(필리조선소)에서 건조할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4일 페이스북 글에서 “인프라가 부족한 미국 필리조선소에서 건조하는 것은 안보공백을 야기한다”며 “향후 10년이 지나더라도 미국 조선소만 짓고 원자력추진 잠수함은 첫 발도 못 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 의원 또한 “미국제 잠수함을 도입하면 천문학적 예산 낭비 논란을 초래한다”며 ‘국내 건조’를 촉구했다.
협상 방식 자체가 문제였다는 비판도 있다. 국회 국방위원장인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4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지난해 7월 (사무엘 파파로 미국 인도태평양사령부) 사령관이 ‘대한민국에 핵 잠수함을 줄 수 있다’고 얘기를 했다”며 “이번에도 ’우리가 배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충분히 되니 연료만 좀 주십시오’라고 요청해야 했는데, 굉장히 실패한 회담”이라고 혹평했다.
야권 내부에서조차 다양한 의견이 표출하는 건 안보와 국방을 중시하는 보수 정당 입장에서 원자력추진 잠수함 건조 자체를 비판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5일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강조했듯 정부도 ‘국내 건조’ 원칙을 분명히 하고 있어 각을 세워 공격할 만한 지점도 뚜렷하지 않다. 실제 국민의힘이 한미정상회담 이후 원자력추진 잠수함을 주제로 낸 공식 논평은 1건뿐이었다.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원잠은 쟁점으로 부각해 공격할 이슈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논란의 향방은 조만간 공개될 ‘안보협상 팩트시트(합동 설명자료)’가 가를 전망이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6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팩트시트 협상이 막바지 단계”라며 “발표는 이번 주를 넘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