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도 자도 피곤한 수면무호흡증, 이럴 때 사망 위험 커진다

심부전증 환자, 수면 중 과도하게 숨 쉬다 멈추면 치명적

수면은 인간의 3대 욕구에 해당한다. 삶의 3분의 1을 잠으로 보낸다. 신체는 잠을 잘 때 세포 기능을 회복하며, 생체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저장한다. 충분한 수면이 필요한 이유다.

잠 못 드는 밤이 이어지면 건강에 적신호가 켜진다. 하지만 수면장애를 호소하는 이들이 적잖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3년 수면장애로 진료 받은 환자는 83만5223명이다. 이 중 수면무호흡증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15만3802명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수면무호흡증은 수면 중 10초 이상 숨을 쉬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호흡 정지가 빈번하게 발생해 수면의 질을 떨어뜨린다. 코골이는 다른 개념이다. 코골이는 상기도 협착으로 인한 저항 때문에 발생하지만, 기본적으로 호흡은 이뤄진다. 반면 수면무호흡증은 상기도가 폐쇄되거나 호흡하려는 노력 자체가 없다. 호흡이 이뤄지지 않는 상태를 의미한다. 수면 중 무호흡이 반복되면 혈중 산소 농도가 떨어진다. 그러면서 뇌가 각성 상태에 들어가는데, 이는 숙면을 방해하는 원인이 된다.

수면무호흡증이 생기면 아무리 자도 피곤한 상태에 빠진다. 그 결과 과도한 주간 졸림증, 만성 피로, 기억력·집중력 감퇴, 두통, 불면증 등으로 일상생활에 큰 어려움이 생긴다. 또한 졸음운전처럼 주위에까지 피해를 끼칠 수 있다. 특히 심혈관계 질환을 유발하거나 악화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고려대 구로병원 순환기내과 나진오 교수는 “수면무호흡증은 산소포화도를 떨어뜨리고 교감신경을 활성화해 밤에 심장이 충분히 쉬지 못하게 만든다”며 “고혈압·심부전 같은 치명적인 심장 질환이 발생할 위험이 커진다”고 말했다.

합병증 위험도 있다. 수면무호흡증은 고혈압, 부정맥, 협심증, 심근경색, 울혈성 심부전 등 다양한 합병증을 초래할 수 있다. 이 밖에도 인지장애, 우울증, 치매 등 정신적인 질환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적절한 치료가 필수적이다. 기저질환자라면 더욱 유의해야 한다. 당뇨·고혈압·대사증후군 환자의 50% 이상에서 수면무호흡증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저항성 고혈압 환자의 83%가 수면무호흡증을 동반하는 것으로 보고된다.

중증 수면무호흡증은 더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모든 사망률을 약 4배 높이고, 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이 약 5배 더 증가한다는 보고도 있다. 심장 질환은 결국 심부전증으로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 심부전증으로 인한 사망률은 일부 암보다도 높다. 심부전증 환자는 수면 중 과도하게 숨을 쉬다 갑자기 숨을 멈추는 현상을 반복 경험한다. 중추성 수면무호흡과 과호흡이 반복되는 ‘체인-스톡 호흡’이다. 이는 사망 직전에 나타날 수 있어 임종 호흡으로도 불린다.

수면다원검사로 정확한 상태 파악

평소 수면의 질을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수면 중 맥박수나 산소포화도를 측정할 수 있는 스마트워치를 착용하고 자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100% 정확하지는 않지만, 자신의 상태를 점검하는 데 유용하다. 또한 거울을 통해 입속을 들여다봤을 때 혀가 목젖과 숨길을 막고 있다면 수면무호흡증을 의심해봐야 한다. 혀가 두꺼워져 수면 중 상기도를 막는 폐쇄성 수면무호흡증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수면다원검사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수면다원검사를 통해 무호흡-저호흡지수(AHI)를 측정한다. 이 검사는 수면 중 무호흡과 저호흡이 시간당 몇 회 나타나는지 확인한다. 1시간 동안 5회 미만이면 정상이다. 5~15회인 경우 경도, 15~30회 사이는 중증도, 30회 이상은 중증의 수면무호흡증으로 분류한다. 예를 들어 AHI 지수가 30인 환자는 1시간 동안 10초 이상 숨을 쉬지 않는 무호흡이 30번 발생하는 것이다. 즉 2분에 한 번씩 숨을 쉬지 않는 상황이 생긴 것을 의미한다.

수면무호흡증의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은 양압기 사용이다. 양압기는 얼굴에 착용해 수면 중 기도에 지속적으로 공기를 공급하는 장치다. 수면무호흡증 환자에게 권장된다. 양압기 사용이 어려운 환자일 경우 구강 내 장치를 통해 아래턱이나 혀를 앞으로 당겨 상기도의 막힘을 완화하는 방법도 있다. 또한 체중 감소가 수면무호흡증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다. 해부학적으로 상기도가 좁은 사람은 수술적 치료도 고려 대상이다.

숙면을 위한 노력도 중요하다. 잠을 잘 자기 위해서는 낮 시간에 햇빛을 보고, 규칙적인 생활습관과 운동을 실천해야 한다. 나 교수는 “자기 전 과식을 피하고 체중 관리도 해야 한다”며 “쾌적한 수면 환경을 만들고 규칙적으로 자고 일어나는 습관을 유지하면서 과도한 음주는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