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 K콘텐츠, 글로벌 도전과 정책적 지원으로 자란다

2025-05-29

최근 한 글로벌 온라인영상(OTT) 업체가 1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매출 105억4300만달러(약 14조9700억원), 영업이익 33억4700만달러(약 4조7500억 원)로, 각각 지난해보다 12.5%, 27.0% 상승했다. '어닝 서프라이즈'다. 2030년까지 시가총액 1조달러를 달성한다는 청사진도 내놓았다.

K콘텐츠는 이 회사의 OTT 플랫폼 내 전체 시청 시간에서 9% 점유율을 기록하며 미국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TV쇼 비영어 부문 10위권 내 한국 작품이 4개 이상일 정도로 K콘텐츠가 인기를 끌고 있다. 다른 글로벌 OTT 플랫폼에서도 K콘텐츠의 저력을 확인할 수 있다. 글로벌 플랫폼이 K콘텐츠 투자를 계속해서 늘리고 있고, 세계적인 제작사들도 너나 할 것 없이 K콘텐츠 리메이크에 뛰어드는 것도 이러한 이유다.

K콘텐츠는 2010년 후반부터 현재까지 양적 측면에서 더 많은 작품을 제작·유통하고 있는 것은 물론 질적 측면에서도 전 세계 시청자들의 폭넓은 지지를 얻으며 성장했다. 하지만 시장 규모가 커지는 것과 비교해 K콘텐츠 제작사들의 곳간은 점점 바닥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세계적으로 히트한 작품이 나와도 국내 제작사가 얻는 수익은 제한적이다. '글로벌 흥행=제작사 성공'이라는 공식이 성립하지 않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TV 드라마를 제작한다고 가정하면 제작사는 제작비를 100% 선투자하고 지식재산권(IP)을 소유하게 된다. 이를 통해 추후 해외 판매나 2차 판권을 얻는 구조다. 작품이 성공하면 추가 수익을 얻을 수 있다. 반면에 OTT 오리지널 드라마는 OTT 플랫폼이 제작비 전액을 부담하고 제작사에 제작비를 일정 부분 지급한다. 안정된 수익을 얻을 수는 있으나 IP를 소유하기는 어렵다.

특히 최근 제작 규모가 대형화되며 출연료와 제작 인건비가 상승하면서 대부분 제작사가 이를 감당하기가 어려워졌다. TV 광고 시장도 위축되면서 방송사에서 얻는 수익도 줄었다. 제작사들은 자연스럽게 글로벌 시장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글로벌 흥행에 성공해도 제작사 수익은 제한적이기 때문에 새로운 콘텐츠 개발에 재투자하기가 어렵다. 이는 K콘텐츠 전체의 장기적인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는 요인이 되고 있다.

제작사들은 K콘텐츠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장기적인 경쟁력 강화를 위해 창의적인 소재와 스토리를 계속해서 선보여야 한다. 이를 위해 제작비 조달 구조를 개선하고 IP를 통한 수익 실현 모델을 정착시킬 필요가 있다. 국가 정책적 차원에서는 K콘텐츠를 문화 자산으로 인정하고 이를 조성하기 위한 현실적인 금융 지원 정책을 운용할 필요가 있다. 규모가 큰 작품을 만드는 제작사들은 현행 제작비 지원 사업으로 혜택을 받기 어렵다. 제작비가 급상승하면서 대형 제작사들도 자금 압박을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K콘텐츠가 진정한 국가 문화 자산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정부와 공공기관 지원으로 IP 개발의 리스크를 줄여야 한다. 동시에 제작사들은 과감한 글로벌 도전을 이어가고 지속가능한 제작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본격적인 대선 국면에 접어들면서 모든 후보가 K콘텐츠 문화강국 도약을 위해 국가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앞다퉈 내걸었다. 공약이 빈말로 끝나지 않도록 K콘텐츠가 마주한 제약과 현실을 분석해야 한다. 한국 스튜디오의 참신한 IP가 글로벌 시청자들을 만날 수 있도록 뒷받침할 수 있는 제작 단계별 정책금융 지원 정책 수립을 검토해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문화강국으로의 가는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평안할 때도 위기를 대비해야 한다는 '거안사위'(居安思危) 자세를 견지해야 할 때다.

윤기윤 SLL 대표 yun.kiyun@s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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