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정체성 시각화 매력
한인 창의성 가미에 최선”
청초한 주얼리가 전시된 매장 윈도우가 여성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바로 명품 주얼리 브랜드 티파니앤코(Tiffany & Co. 이하 티파니) 매장이다. 목걸이, 반지 등 많게는 수만 달러를 호가하지만 수려함이 돋보이는 티파니의 쇼윈도는 지나치는 사람도 매장에 발길을 돌리게 한다.
티파니 매장 윈도 디자이너 이결씨는 팀 내 유일한 한인이다. 그가 속한 팀은 전 세계 수백개의 티파니 매장의 윈도 디자인을 담당한다.
윈도 디자인은 무엇이며, 세계적인 주얼리 브랜드의 디자이너로서의 삶은 어떤지 물어봤다.
- 티파니의 유일한 한인 윈도 디스플레이 디자이너다.
“큰 영광이자 책임감을 느끼게 한다. 윈도 디자인은 단순하게 미적인 요소를 넘어 브랜드의 유산과 정체성을 표현하는 중요한 작업이다. 디자이너로서 역할에 대한 기대감과 책임감이 더욱 강한 이유다. 특히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일하는 글로벌 기업에서 한인으로서의 고유한 관점과 창의성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 내게 큰 의미다.”
- 윈도 디스플레이 디자이너는 무슨 일을 하나.
“사람들이 밖에서 티파니 매장을 바라봤을 때 보이는 매장 윈도를 디자인한다. 전 세계 340개의 티파니 매장 윈도를 디자인하고 있다. 단순히 제품과 브랜드의 정체성을 보여주기만 하는 게 아니다. 시즌별 주제, 신제품 출시, 특별 기획전 등 다양한 이벤트에 맞춰 새로운 디자인을 계속해서 만들고 있다.”
-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는.
“가장 최근에 선보인 ‘홀리데이 2024 프로젝트’다. 홀리데이 윈도를 보기 위해 해마다 고객 수천 명이 뉴욕 매장을 찾아오는 만큼 심혈을 기울였다. 이번 프로젝트는 프랑스 주얼리 디자이너 쟌 슐럼버제의 작품 ‘버드 온 어 락’에서 영감을 얻었다. 겨울 풍경과 매혹적인 디자인 요소를 접목하려고 노력했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회사의 창의적, 제작적 요구 모두 충족시키며 내 역량을 입증할 수 있었다.”
- 주로 어디서 영감 얻나.
“역사적인 작품에서 많은 영감을 얻는다. 티파니의 전통과 유산을 이해하기 위해 옛 티파니 주얼리 제품, 꽃병, 오브제 등의 사진이 수록된 아카이브도 자주 본다. 또 패션, 건축, 자연 등 여러 분야의 트렌드를 찾아보고 이를 디자인에 접목하기도 한다.”
- 한국의 미를 살린 디자인 계획 있나.
“물론이다. 한국에서 특별 전시회가 열려 디자인 기회가 온다면 한국의 전통이 담긴 건축물, 장식, 패턴 양식 등을 비롯해 한글의 미학적 형태, 한국적인 색 조합 등을 활용해 한국의 미를 강조한 디자인을 선보이고 싶다. 티파니의 브랜드 정체성과 한국의 유산을 조화롭게 결합한다면, 한국의 미를 국제적으로 알리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 향후 계획은.
“입사하자마자 여러 프로젝트 디자인을 맡아 많은 경험과 성장을 이뤘다. 그러나 아직 보여주지 못한 게 많다. 나의 역량과 아이디어를 더 많이 선보이고 나의 역할을 확대해 더 높은 수준의 결과물을 만들 계획이다. 꾸준한 노력과 최선을 다하는 자세로 티파니와 함께 성장하며, 브랜드의 유산과 비전을 세계에 널리 알리는 데 기여하고 싶다.”
김경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