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금연 정책이 주춤하면서 최근 10년 새 관련 예산액이 500억 넘게 줄고, 금연클리닉 성공률도 30% 언저리까지 떨어졌다. 전자담배 등 새로운 담배 제품이 쏟아지는 가운데, 정부가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흡연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국민의힘 서명옥 의원이 보건복지부 등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가금연지원서비스 예산액은 2015년 1435억원에서 올해 916억원으로 감소했다. 10년 동안 학교 흡연예방 사업(444억→155억), 저소득층 금연 치료(128억→25억) 등 주요 사업 예산 대부분이 크게 깎였다.
복지부는 "재정 당국의 긴축 기조 영향"이라고 설명했지만, 15년 담뱃값 인상 이후 흡연자를 도울 정책 의지는 오히려 퇴보한 셈이다. 흡연자 주머니에서 나오는 정책 재원인 '건강증진부담금'이 2015~2024년 기간 6000억원 가까이 늘어난 것과도 역행한다.

정부 금연 사업의 성과 역시 흔들리는 모양새다. 가장 많은 인원이 참여하는 보건소 금연클리닉의 등록자 수는 15년 57만4108명에서 올해(8월 기준) 13만8602명으로 줄었다. 이 사업은 보건소에서 흡연자를 대상으로 금연 교육·상담 등을 진행하고, 금연보조제를 지급하거나 사후 관리를 한다. 해당 등록자가 6개월간 금연 상태를 유지하는 비율도 같은 기간 44.8%에서 30.6%로 14.2%포인트 감소했다.
그 밖에도 군인금연지원 사업 참여자의 3개월 금연 성공률이 17년 48.1%에서 올해(8월) 22.8%로 반 토막 났다. 흡연자가 금연상담전화로 연락·이용하는 건수도 20년엔 월평균 1만1125건이었지만, 22~24년은 7200건대에서 정체됐다.

이성규 한국담배규제연구교육센터장은 "서비스의 질이 떨어지고, 전자담배 사용 증가에 맞춘 정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영향"이라면서 "금연지원사업에 대한 외부 감사는 2018년 이후 없는 데다, 연간 수십억이 투입되는 금연상담전화 실적이 월 수천 명에 그치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이러는 사이, 담배와 헤어질 결심은 꺾이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19세 이상 성인 흡연자의 금연 시도율(최근 1년간 하루 이상 금연을 시도한 비율, 연령 표준화)은 17년 58.2%에서 23년 48%로 떨어졌다. 금연 계획률(향후 1개월 이내에 금연할 계획이 있다는 비율)도 23년 13.1%로 15년(25.5%)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25년째 담배를 피운다는 직장인 박모(43·서울 영등포구)씨는 "보건소 금연클리닉, 금연상담전화 등 3가지 사업에 참여해봤지만 1~2주 이상 금연에 성공하지 못했다. 내 의지의 문제도 있지만, 서비스 접근성이 떨어지고 상담·치료 효과가 체감되지 않는 측면이 크다"면서 "보다 효과적인 신규 서비스가 없으니 담배를 끊을 유인이 떨어진다. 주변 흡연자의 금연 시도도 줄어든 편"이라고 말했다.

흔들리는 정부의 금연정책을 공격하는 요인은 또 있다. 바로 담배 시장의 변화다. 액상형 전자담배나 가향 담배, 합성 니코틴 제품 등이 확산하면서 흡연에 대한 거부감이 줄고, 궐련·전자담배 등을 혼용하는 '다중 흡연자'가 느는 식이다. 전자담배(궐련형) 판매량은 처음 집계된 17년 8000만갑이었지만, 지난해엔 8배 넘는 6억6000만갑까지 증가했다.
하지만 신종 담배 규제, 청소년·여성 흡연 예방을 비롯한 정책 진화 속도는 이를 따라가지 못한다. 지난달 확정된 이재명 정부 국정과제의 세부 이행계획에도 법상 담배 정의에 합성 니코틴 포함, 수요자 맞춤형 금연지원서비스 체계 개편 등만 짧게 담겼다.

김현숙 신한대 간호학과 교수(대한금연학회장)는 "담배 회사는 날아가는데, 국내 금연 정책은 기어가는 수준"이라면서 "흡연 인구도, 금연하려는 사람도 여전히 많은 만큼 담배 사용유형 변화에 대처할 다양한 서비스를 개발·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명옥 의원은 "정부의 금연 정책 관심도와 전문성이 갈수록 떨어지는 양상"이라면서 "국민 보건을 위협하는 흡연을 줄일 정책 전반을 재점검하고, 신종 담배 확대 등에 맞춰 예산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