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싼 '가정부 사오기'는 실패…공공바우처 등으로 소득 보전 필요"

2025-08-04

저출생 시대에 돌봄 공백을 해소하려면 이주노동자와 그들을 필요로 하는 가정 양측에 경제적 유인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외국인 인력을 단순히 ‘값싼 노동력’으로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 적정 임금을 지급해야 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국내에서 외국인 돌봄 수요자와 공급자 간 임금에 대한 입장 차는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고용노동부가 필리핀 가사관리사 이용자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외국인 가사관리사에게 근로기준법을 적용할 필요가 없다’고 응답한 비율이 112명 중 57.1%(64명)이었다. 이에 대해 고용부는 “더 낮은 이용 가격에 대한 희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반면 필리핀 가사관리사는 같은 조사에서 숙소비와 교통비 부담이 크다는 점을 주요 불만 사항으로 꼽았다. 지난해 6월 법무부에서 최저임금 적용을 제외한 ‘외국인 가사 사용인’ 시범 사업을 시행했으나 전국적으로 외국인의 참여가 저조했던 것 역시 돌봄 노동의 가치를 둘러싼 인식 차이를 드러낸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미스매치를 해소하기 위해 노동의 절대적인 가격을 낮추는 대신 ‘바우처’ 형태의 급여 보조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돌봄의 양과 질을 동시에 높이기 위해서다. 최혜영 일하는여성아카데미 연구원은 “낮은 임금은 노동자를 돌봄 시장으로 유입하는 데 장애물이 될 수밖에 없다”며 “프랑스와 벨기에처럼 이용료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가사노동자가 충분한 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공적 재정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필리핀 가사관리사 운영 업체 대표 A 씨 역시 “바우처를 도입하되 한부모 가정이나 저소득층에는 돌봄 비용을 더 넉넉하게 지원하는 식의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주노동자의 노동권과 체류권이 제대로 정착되지 않은 상황 속 돌봄 노동이 공공서비스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서울시사회서비스원 같은 공공기관이 이주노동자와 돌봄 서비스를 결합한 사업을 맡는 것이 한 대안이다. 이미애 제주대 학술연구교수는 “민간 업체가 이주노동과 가사 노동의 특성을 동시에 고려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노동자의 권리를 대변할 수 있는 단체가 운영에 개입하거나 공적 서비스 안에서 돌봄 노동자를 매칭하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장기적으로 이주노동자가 한국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교육 체계 강화에 나서야 한다는 주문도 있다. 이번 필리핀 가사관리사 시범 사업에 참여한 이들은 입국 후 한 달간 취업 교육과 훈련을 받았으나 일회성에 그쳤다. 이주노동자에게 정기 교육이 이뤄진다면 문화 차이에 대한 이해를 돕고 정서적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는 만큼 정부 차원에서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조혁진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체계적인 직무 교육을 마련해 돌봄의 질을 높여야 한다”면서 “저출생 문제를 겪는 선진국들이 이주노동자 유치를 위해 경쟁하는 상황에서 외국인 친화적인 환경과 역행한다면 한국은 선택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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