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자의 V토크] 정관장 염혜선 "올해는 관중석 아닌 코트에서 챔프전을"

2025-01-04

관중석에서 바라봤던 챔피언결정전. 이제는 두 발을 딛고 무대에 설 생각이다. 여자배구 정관장 세터 염혜선(34)이 가장 높은 곳에 서겠다는 새해 소망을 밝혔다.

시즌 절반을 마친 V리그 막판 여자부 최고의 팀은 정관장이었다. 정관장은 3라운드 전승(6승)을 포함해 막바지 8연승을 달렸다. 12승 6패, 승점 34점. 1위 흥국생명(승점 43), 2위 현대건설(승점 41)과 격차는 2~3경기 차다. 남은 세 차례씩의 맞대결 결과에 따라 충분히 역전도 노려볼 수 있다.

3일 대전 신탄진 정관장 연습체육관에서 만난 염혜선은 "상위 팀과의 맞대결을 꼭 잡아 선두로 올라가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그저 매 경기 같은 마음으로 하다 보면 1등이 되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자만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했다.

고희진 정관장 감독은 "혜선이가 정말 잘 해줬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부상 없이 주장이자 세터로서 팀원들을 잘 다독였다"는 거였다. 시즌 초반 4연패에 빠지기도 했지만 동료들을 격려해 팀을 한데 묶기도 했다. 그는 "지면 기분이 너무 안 좋다. 너무 힘들었다. 분위기는 이겨야만 바뀔 수 있으니까 선수들이 처져 있을 때 '배구는 우리가 하는 거다. 이겨내야 바뀔 수 있다'는 말을 많이 했다"고 떠올렸다.

최고참인 염혜선은 외국인 선수 반야 부키리치와 메가왓티 퍼티위(등록명 메가)에게 정확한 볼 배급을 해 강력한 원투펀치의 위력을 발휘하게 했다. 염혜선은 "주장이기 전에 세터란 포지션다 보니 메가와 부키리치가 좋은 공격력을 잘 활용하려고 했다. 국내 선수들도 같이 득점을 해주면 좋겠지만, 안 될 때는 선수들에게 (공을)더 받아주고 연결해주자는 마음으로 임했다"고 말했다.

최근 정관장의 연승 행진 비결 중 하나는 서브다. 상대의 공격을 제한하게 만드는 목적타 서브를 때린 뒤 유효 블로킹과 수비로 반격 기회를 만들었다. 이를 가능하게 한 건 염혜선의 날카로운 서브였다. 염혜선은 3라운드에만 무려 11개의 서브득점을 올렸다. 부키리치에 이은 2위. 연속 득점을 자주 이끌어내 서브 시도 횟수(137회)는 단연 1위였다. 염혜선이 후위에 서고, 부키리치와 메가가 전위에 함께 있을 때 많은 연속 득점을 올렸다.

염혜선은 "마지막 경기에서 범실을 2개나 했다"고 쑥스러워하며 "상대 몸에다 때려주는 서브는 누구나 받을 수 있다. 움직이며 받게 만들도록 감독님이 주문했다. 7m 라인을 기준으로 길게, 짧게 넣는 연습을 많이 했다. 감독님의 사인이 나오면 충실히 이행한다"고 했다.

공격 패턴도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특히 아웃사이드 히터로 전향한 부키리치의 중앙 후위 공격 비율도 조금씩 늘리고 있다. 염혜선은 "처음엔 파이프 공격을 시도하지 않았는데, 모든 옵션을 만들어 놓아야 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완벽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후반기에는 완성도를 높여보겠다"고 말했다.

염혜선은 함께 '언니 라인'을 이루는 표승주(33)와 노란(31)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그는 "승주와 란이가 너무 많이 도움을 줬다. '혼자라 버겁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옆에서 도와주고, 후배들도 잘 따라줬다. 부담 없이 이야기하고, 같이 이야기하는 자리가 불편하지 않았으면 했다. 후배들도 의견을 잘 내고 있다"며 팀웍을 자랑했다.

코트 밖에서도, 안에서도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했다. 14살 차 후배인 정수지가 본가까지 가기 힘들까봐 차로 데려다 줄 정도로 다정한 선배다. 외국인 선수들과도 자주 대화를 한다. 염혜선은 "내가 올려주는 볼을 때려주는 공격수니까 소통을 잘 해야 한다. 메가도 부키도 대화를 하는 걸 좋아한다. 쉴 때 통역 없이 떡볶이를 같이 먹으러 가기도 했다. 2년 차라 둘 다 한국말도 잘 알아듣는다"고 웃었다.

정관장은 지난 시즌 후반기 돌풍을 일으키며 3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7년 만에 나선 봄 배구에 선 흥국생명에게 1승 2패로 져 플레이오프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현대건설에서 두 차례 우승을 경험한 염혜선으로선 정관장에 온 뒤 첫 챔프전 출전 기회였지만 눈 앞에서 놓쳤다.

염혜선은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쉽게 졌다. 부상자가 나오는 바람에 너무 아쉬웠다. 올해는 털어내고 싶다"며 "원래 시즌을 마치면 다른 팀 경기를 보지 않는다. 하지만 지난해엔 챔프전 현장에 갔다. '기필코 내년에는 저 자리에 서겠다'고 다짐했다"고 했다.

정관장에는 우승을 경험해본 선수가 거의 없다. 노란과 박혜민이 전 소속팀에서 트로피를 든 적은 있을 뿐이다. 염혜선은 후배들에게 우승의 기쁨을 알려주고 싶어했다. 그는 "(박)은진이와 (정)호영이가 지난 시즌 처음 봄 배구를 가보고 너무 좋아했다. 우승은 전혀 다르다고 이야기를 해줬다. 기분 좋은 경험을 함께 하고 싶다. 힘든 훈련을 이겨냈으니 이번에는 꼭 마지막에 웃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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