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발표로 시작된 의·정 갈등이 6일로 1년을 맞는다. 지난해 2월 전공의 1만2000여명이 한꺼번에 병원을 이탈한 후 초유의 의료공백 사태 속에 숨진 초과사망자가 수천명에 달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그런데도 의·정은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으니, 얼마나 더 많은 환자들이 죽은 후에야 사태가 해결될지 답답하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2~7월 6개월간 전국 의료기관에서 발생한 초과사망자가 3136명으로 추산됐다. 초과사망은 위기가 없었을 때 통상적으로 예상되는 사망자 수를 넘어선 수치를 말한다. 입원환자 사망률도 2015~2023년에는 0.81%였지만, 지난해 2~7월에는 1.01%로 치솟았다. 의료진 부족으로 제때 대형병원 진료를 받지 못한 고령 만성질환자와 수술이 지연된 암 환자 등의 초과사망이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그간 정부는 비상진료체계를 가동한 덕에 의료대란은 일어나지 않았다고 주장해왔다. 정부가 비상진료체계 유지를 위해 쏟아부은 예산만 3조3000억원에 달한다. 예산이 모자라자 의료와 아무 상관 없는 지자체 재난관리기금 2196억원까지 끌어다 썼다. 하지만 정부 주장과 달리 의료공백이 빚은 막대한 인명 피해가 통계상으로 확인된 것이다. 김 의원 측 분석 자료는 의·정 갈등 초기 6개월에 한정되고 통계에 잡히지 않은 초과사망도 많을 것으로 보여, 의료대란만 아니었다면 살 수 있었던 환자 수는 더 많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참담한 현실 앞에서도 의·정 갈등은 1년이 다 되도록 헛바퀴를 돌고 있다. 정부가 일방적인 의대 증원 정책에 대해 사과하고 2026학년도 의대 2000명 증원 방안을 원점 재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대한의사협회는 내년에 아예 의대생을 선발해선 안 된다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다. ‘의료인력 수급 추계위원회’를 놓고서도 의협은 의료계가 절반 이상 위원 추천권을 갖고, 의결권까지 주어져야 한다고 해 협상 여지를 좁히고 있다. 논의가 계속 공전돼 이달 중 의대 정원이 확정되지 못하면, 올해 의대 입시마저 꼬일 수 있다. 지난 1년간의 의료공백은 이미 우리 사회에 지울 수 없는 상흔과 후유증을 남겼다. 의·정은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내년도 대학입시 정원을 확정하는 2월 중에 협상을 끝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