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논단] 진짜 평가는 무엇인가?

2024-10-24

이따금 '진짜 우리 아이를 평가해 달라'는 학부모의 질문을 받곤 한다. 학생의 학습 과정 전반을 구체적으로 평가하게 되는 과정중심평가 체제에 들어서면서 한 학기에도 몇 번씩 평가 결과지가 나가게 되었음에도 이러한 궁금증들은 여전하다. 이러한 질문은 내 아이에게 부여되는 서술형의 평가 결과가 '시원스럽지 않다'라는 점에서 출발한다. 그래, 도대체 우리 아이가 반에서 얼마나 잘하는지, 소위 몇 등인지 명확하게 알고 싶다는 말이다. 학부모의 심정 역시 충분히 이해는 된다. '이런 걸 잘하고, 저런 걸 할 수 있다'라는 등의 말들로는 지금 내 아이가 학급에서 어느 정도 고지를 차지하고 있는지를 알기 힘들다. 그러나 이제는 그러한 평가가 유효한 시대가 아니다.

교육평가는 학자마다 몇 가지 다른 입장을 이야기하고 있기는 하지만, 일반적으로 교육에 대한 목표를 달성하였는지를 파악하는 것은 물론, 교육적 목표 달성에 이르기까지 일어나는 다양한 학습 과정에 대한 정보 제공, 가치의 판단 등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사용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하여 미래의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교육평가의 근본적인 목표이다. 이미 이러한 확장적 정의를 통하여 우리는 평가가 사실 목표가 도달되었는지만을 가리기 위하여 학생들의 수행을 지켜만 보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

'과정중심평가'라는 말 자체에서도 이제는 학습 도달의 성취 결과가 평가 대상의 전부가 아님을 내포하고 있다. 과정중심평가는 학생 간의 상호작용, 사고, 행동 변화 등을 평가의 대상으로 확장한다. 그러면서 학생의 성장과 발달을 돕는 기제로 평가를 활용하는 것이다. 평가의 방법 역시 교사 평가 외에도 자기평가, 상호평가 등이 다각적으로 이루어진다. 수업 중에 학습의 과정을 평가하고, 이를 학습에 반영하는 평가이기에 학생의 배움에 도움을 주는 '개선을 위한, 학습으로서의' 평가다. 인지적, 정의적 영역이 모두 강조되고 탐구, 토론, 문제해결 과정이 중시된다. 기존의 그저 구분 짓기 위한 단발성 평가가 아니란 것이다.

사실 정해진 시험 범위에 대한 지식을 암기하고, 이 결과로 점수나 석차를 내는 것이 진짜 지식일 리가 없다는 것을 학부모도 물론 알고 있다. 이것이 현재의 대입제도와 맞는 것인가 하는 걱정이 학부모를 시대착오적인 평가를 요구하도록 내몰고 있다. 사실 학생의 발달 과정이 학생생활기록부에 기록되는 과정중심평가가 현재 초·중·고등학교에서 공통으로 시행되고 있으며, 대학 입시는 교육의 변화를 반영할 수밖에 없기에 점차는 대입 역시 이러한 평가로 학생들을 평가하게 될 것으로 생각된다.

여하간 객관적인 지식이 중시되었던 사회는 이미 지났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창조 기반 사회에서 전혀 중요하지 않을 과거 방식의 평가 잣대를 요구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일이다. 앞으로 그러한 평가가 유효하다는 것은 교육자가 아닌 누구라도 인정하는 사실이다. 미래를 살아가는 아이들에게는 그에 걸맞은 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

지난주 경기교육청이 교육전문직 선발에서 지필평가 폐지를 발표하였다. 교육전문직 지필평가를 최초로 시작했던 경기가 다시금 최초로 폐지를 선언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공모 전형에서는 1차 시험으로 교직 생애 기술서, 성장 포트폴리오, 교육전문직원 활동계획서 등의 증거 기반 포트폴리오 평가를 도입하고, 교육지원청 전형에는 교육활동 실적서, 지역교육 공헌 성과 평가, 지원청 자체 기준 등으로 선발한다. 2차 시험에서는 토의토론, 심층 면접, 시뮬레이션 면접을 통하여 인성, 리더십, 창의성, 문제해결력, 직무 수행 능력, 기획과 발표력을 평가한다. 3차는 현장실사 평가로 학교생활을 평가한다.

이번 발표 이후 교육지원청의 평가에 대한 공정성과 투명성, 지필이 아닌 시험에 대한 평가의 타당성 문제 등이 활발히 오가고 있다. 다만, '누군가를 평가한다는' 진짜 평가의 의미, 그리고 암기 중심 평가의 효용성과 가치에 대해 생각해 본다면 답은 쉽다. 지역교육 정책의 세부 과제를 암기하고, 교육법의 근거와 규정을 외우는 것이 과연 무엇을 평가할 것인가. 아무쪼록 경기도에서 투명하고 공정하게, 인재를 선발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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