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추억, 안녕하십니까? 당신을 위한 사진 관리법

2025-02-21

사진 저장 공간 부족…당신을 위한 관리법을 찾아서 → Yes, → No

‘지움’, 정리의 기술…지우지 않는 자, 추억도 지워진다

‘저장 공간이 부족합니다.’

지워도 지워도 찾아오는 불사조 같은 알림이다.

쥐어짜내듯 메시지와 사용 빈도가 낮은 앱을 삭제해봤지만, 턱없이 부족하다.

켜켜이 쌓인 추억을 외면할 수 없으니 또 다른 공간을 찾아 나서는 수밖에.

‘지움’에 서툰 이들이 전하는 요즘 시대 사진 관리법이다.

아날로그여도 괜찮아…추억파

최근 tvN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한 샤이니 멤버 키(김기범)의 어머니 김선희씨는 30여년간 간직해온 앨범과 육아일기를 공개하며 “(앨범을 통해) 본인이 얼마나 사랑스러웠는지 되돌아보면서 힘을 얻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키 역시 자신의 앨범을 보물로 칭하며 “지금을 살아가는 에너지가 된다”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책장 한쪽에 자리하며 두툼하게 존재감을 드러내온 앨범은 199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개인과 가족의 ‘역사’와 ‘흑역사’를 모두 품은 보물이었다. 하지만 디지털카메라의 보급과 미니멀 라이프의 유행으로 앨범을 찾는 이들은 현저히 줄었고, 언제부턴가 소셜미디어를 비롯한 다양한 온라인 플랫폼이 그 자리를 대신하기 시작했다.

두 아이의 엄마가 된 권현지씨도 그랬다. 아이의 성장 과정을 인스타그램에 올리면서도 늘 언제든 꺼내 볼 수 있는 아날로그 사진의 따뜻함이 그리웠다. 결국 그는 휴대전화 사진첩에 저장된 사진을 추려 앨범을 만들었다. 1000장이 넘는 사진들을 연도별로 정리하는 과정은 예상보다 번거로운 일이었지만 추억을 곱씹는 선물 같은 시간이기도 했다.

“흔히 남는 건 사진뿐이라고 하잖아요. 기술이 채우지 못하는 빛바랜 기록의 힘을 남겨주고 싶었어요. 아들들이 얼마나 공감해줄지는 모르겠지만요(웃음).”

12장의 사진, 1년의 기록…실속파

직장인 서명재씨는 매년 말이면 특별한 작업을 한다. 1월부터 12월까지 촬영한 아이 사진 중 각 달의 베스트 컷을 골라 이듬해 달력을 만드는 것이다. 아이가 태어난 다음 해부터 지금까지 총 10개의 달력이 제작됐다.

“모든 사진을 인화하기엔 그 양이 많았고, 그렇다고 스마트폰에만 가둬두기엔 너무 아쉬웠어요. 아이의 모습을 매일 볼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 달력을 만들게 됐죠. 1년 전 그달의 베스트 컷을 담아서요.”

가족만의 특색을 담은 달력은 공간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따뜻한 분위기를 더해주는 소소한 포인트가 됐다. 양가 어른들에게도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새해 선물이다. 서씨는 “아이가 거부하지 않는 한 꾸준히 만들어볼 계획”이라고 했다.

‘포토북’ 또한 인화된 사진을 양장 앨범에 꽂던 향수와 스마트 시대의 편리함을 결합한 대안이다. 반려견 달리와 함께 사는 정혜진씨는 최근 강아지 성장 앨범을 제작했다. 스마트폰 용량의 8할을 차지할 정도로 ‘비중 있는’ 주인공이지만 반려견의 매력을 오래도록 간직할 앨범이 있으면 좋겠다는 판단에서다. 정씨는 온라인 포토북 사이트에서 원하는 디자인을 고르고 스티커와 텍스트를 추가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책을 완성했다.

“외장하드나 클라우드 서비스도 이용해봤지만 책이 가진 소장 가치는 따라갈 수가 없더라고요. 화면에서 보는 것과는 다르게 손에 들고 넘기는 특별함이 훨씬 더 깊이 와닿았어요. 달리와의 추억을 이렇게 물리적인 형태로 남길 수 있어서 다행이에요.”

추억과 함께 진화하는 기술…트렌드파

문명의 이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여행 블로거 박세혁씨는 주기적으로 사진 정리를 진행한다. 몇해 전, 스마트폰을 분실하며 그동안 촬영했던 사진 파일을 모두 잃어버린 일이 계기가 됐다.

박씨의 정리는 크게 세 단계로 나뉜다. 첫 번째 단계는 ‘비슷한 사진 삭제하기’다. 이 과정만 거쳐도 휴대전화의 용량이 현저하게 줄어든다. 두 번째는 미리 만들어둔 주제별 폴더에 ‘각각의 사진을 분류, 이동하기’다. 여행 사진은 ‘여행’ 폴더에, 가족사진은 ‘가족’ 폴더에 보관하는 식이다. 이때 지우기 아쉬운 사진들은 ‘B컷’ 폴더에 보관하고, 수시로 들여다보고 싶은 사진은 ‘상시’ 폴더에 담는다.

“요즘엔 사진 관리를 도와주는 앱이 많아서 한결 수월해졌어요. 개인적으로는 사진을 자동으로 분류해주거나 사진에 태그를 달아서 검색을 편리하게 해주는 기능이 유용하더라고요.”

세 번째 단계는 2개의 외장하드에 사진을 업로드, 백업을 완료하는 것이다. 박씨는 “한 번 구매하면 추가 비용 없이 장기간 대량의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다”며 “해킹으로부터도 자유롭고 외장하드 덮개에 기간을 라벨링해두면 필요할 때마다 꺼내 확인하기에도 편하다”고 설명했다.

언제 어디서든 로그인만 하면 접근 가능한 ‘클라우드 서비스’를 활용해 사진을 관리하는 이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클라우드란 인터넷상에 마련한 개인용 서버에 문서, 사진, 영상, 음악 등 파일과 정보를 저장해두는 시스템을 말한다.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은 ‘네이버 마이박스’ ‘구글 드라이브’ ‘드롭박스’ 등이다.

대학생 조현성씨는 국내 기업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 중이다. 기본 용량으로는 부족해 추가 요금을 결제해야 하는 단점이 있지만 PC, 모바일, 태블릿 등 다양한 기기에서 사용할 수 있고 폴더째 공유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더 크다.

“알고리즘에 따라 카테고리를 알아서 정리해주고 동영상까지 제작해주니 비서를 둔 기분이 들기도 해요. 매달 ‘결제의 노예’로 살아야 하지만요(웃음).”

지난해 부모가 된 박성아·염호진씨 부부는 양가 부모님과 가족만 열람할 수 있는 비공개 인스타그램을 만들었다. 멀리 떨어져 지내는 부모님들이 로그인만 하면 언제 어디서든 손주의 사진을 볼 수 있도록 고안한 것이다. 부부는 “플랫폼의 수명을 기약할 수는 없지만 현재의 추억을 ‘함께 본다’는 점에서 만족도가 높다”고 했다.

‘앨범 정리 열풍’을 일으킨 일본의 정리수납 컨설턴트 에미(Emi)는 “어쩌면 먼 훗날 평범했던 오늘이 눈물 나게 그리워질 수도 있다. 기억은 사라져도 사진은 영원히 남는다”고 강조한다. 찰나의 순간, 추억을 저장하는 방법에 정답은 없다. 그저 부지런함이 필요할 뿐이다. 늦을수록 늘어나는 건 미련과 용량이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