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기의 문화기행] 압셍트

2025-04-11

초록 요정 압셍트를 아시나요? 고흐, 모네 등 인상파 화가들, 피카소, 헤밍웨이 같은 작가들, 베를렌, 랭보를 비롯한 시인들… 상징주의의 거장이자 랭보의 연인으로 유명한 프랑스 시인 폴 베를렌을 어둠의 끝까지 몰고 간 것은 당시 유행했던 압셍트란 녹색 술이었다. 초록 요정 압셍트는 19세기 후반 유럽 특히 프랑스 파리의 많은 예술가들을 술의 마력에 빠져들게 한다.

파리에서는 예술가들뿐만 아니라 보통 사람들도 일과 후 카페로 몰려가 늦은 시간까지 압생트를 마시곤 했다. 그래서 늦은 저녁 시간을 ‘녹색의 시간’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압셍트가 예술가들에게 인기가 많았던 것은 환각을 일으켰기 때문인데 알버트 간트너(Albert Gantner)라는 화가는 압생트의 금지를 희화화하는 ‘녹색 요정의 종말(The end of the Green Fairy)’이라는 그림을 그리기도 했으며 에드가 드가는 이 술을 소재로 그의 대표작인 ‘압셍트’를 그렸다.

압셍트는 알코올 도수가 70~ 80도에 이르는 독한 술로 ‘악마의 술’, ‘초록 요정’으로 불렸다. 그러나 이 술의 마력이 예술적 혼을 불어넣은 것은 아니었으며 이 술은 결국 광기와 중독을 불러오게 된다.

레마르크의 ‘개선문’에는 파리의 카페 푸케(Fouquet’s)가 주요 무대로 등장한다. 주인공인 라비크와 조앙은 이 카페에서 처음 만나 압생트를 나누어 마신다. 푸케는 파리 샹젤리제에 실제로 있는 카페다.

개선문의 주인공 라비크와 조앙이 갔던 카페 푸케에 앉아 빈센트 반 고흐가 갔던 ‘아를의 밤’ 카페 테라스에 나오는 그 카페에 앉아 반 고흐처럼, 개선문에서 조앙마두를 연기한 잉글리드 버그만처럼 압셍트도, 커피도 한잔하고 싶다.

권오기 여행아티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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