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업의 조직도에는 기획과 전략, 향후 사업 방향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다. 각 부서의 배치와 이에 따른 인사는 실질적인 업무 기능뿐 아니라 기업의 생존 전략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조직 구조가 곧 의사결정의 단면으로 이해되는 지점이다. 이에 FETV는 주요 기업의 조직도를 들여다보고 그 안에 담긴 전략과 의사결정 구조를 분석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FETV=김주영 기자] 동국제약이 올해 연구개발(R&D) 조직을 개편했다.
기존 4개 연구소 체계였던 조직이 3개로 재편됐으며 생명과학연구소가 사라졌다. 중앙연구소와 제제기술연구소는 R&D본부를 거치지 않고 대표이사 직속 체계로 이동했다. 기존의 R&D본부는 조직도에서 삭제되면서 연구개발 체계는 수직적으로 간결해졌고 의사결정 구조도 변화된 것으로 보인다.
동국제약의 연구개발 조직은 지난 2018년까지는 중앙연구소, 생명과학연구소, 제제기술연구소 등 3개 연구소 체제로 운영돼왔다. 당시 중앙연구소는 합성, 제제연구, 제품개발, 약효평가 등 전반적인 약물개발을 수행했고 생명과학연구소는 바이오생약, 의료기기, 비임상 연구와 개발기획 총괄을 담당했다. 제제기술연구소는 제제공정 및 분석연구를 맡으며 기능별로 뚜렷하게 분화돼 있었다.
2023년부터는 DK의약연구소가 추가되면서 조직은 총 4개소로 확대됐다. 이 시점의 중앙연구소는 연구기획과 제제연구를, 생명과학연구소는 개발기획 총괄과 개발허가, 임상, 주사제 및 의료기기, 바이오 연구 등을 담당했다. 제제기술연구소는 분석연구 및 SUPAC, DK의약연구소는 기술연구와 신약개발 기능을 수행했다. 연구개발 인원은 2024년 기준 총 118명으로 중앙연구소 33명, 생명과학연구소 46명, DK의약연구소 26명, 제제기술연구소 13명으로 구성돼 있었다.

그러나 2025년부터는 생명과학연구소가 연구조직에서 빠지고 R&D본부도 조직도에서 사라졌다. 대신 중앙연구소(61명), 제제기술연구소(10명), DK의약연구소(30명)가 대표 직속 체계로 재편됐고 개발본부(26명), 사업개발실(5명)이 새롭게 연구개발 인력 범주에 포함됐다. 연구개발 인원은 총 132명으로 증가했지만 생명과학연구소는 조직도에서 완전히 제외됐다. 이에 따라 2025년부터는 다시 3개 연구소 체계로 돌아가게 됐다.
생명과학연구소가 조직도에서 제외된 배경에는 계열사 동국생명과학의 코스닥 상장이 있다. 동국제약은 2017년 조영제사업부를 물적분할해 동국생명과학을 설립했다. 이후 생명과학연구소는 동국생명과학의 조직으로 편입돼 있었다. 그동안은 연구소가 동국제약의 연구개발 보고서에도 함께 포함돼 있었다.
동국생명과학이 지난 2월 10일 코스닥에 상장하면서 완전히 독립 법인으로 전환되면서 올해부터 동국제약의 조직도에서는 제외됐다. 생명과학연구소에서 수행하던 일부 바이오 관련 연구 기능은 현재 동국제약의 중앙연구소로 이관된 상태다.
이 같은 변화는 단순한 조직 수의 감소가 아니라 각 연구소의 기능 조정과 역할 분담 재편을 동반한 조치로 해석된다. 특히 R&D본부의 해체와 연구조직의 대표 직속 편입은 의사결정 구조를 단축시키고 부서 간 이중 기능을 최소화하려는 구조조정 흐름으로도 볼 수 있다.
생명과학연구소에서 수행하던 바이오, 주사제, 의료기기 등 고부가가치 분야 연구 기능을 중앙연구소가 맡게 되면서 동국제약 내부의 연구 역량이 특정 부서 중심으로 통합되는 양상이다.
다만 DK의약연구소는 유지되고 있으며 신약 연구 및 기술연구 기능은 여전히 별도로 확보된 형태다. 제제기술연구소의 인력은 소폭 줄었지만 기능상 변화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신규로 등장한 개발본부와 사업개발실이 어느 정도까지 실제 연구 기능을 담당할지는 향후 세부 운영 내용을 통해 파악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개편과 관련해 동국제약 관계자는 “연구개발 조직의 업무 효율을 위해 해당 부문 의견을 반영해 변경한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