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 학기가 한 달 지났다. 초·중·고는 학부모총회도 마칠 시기다. 학부모총회가 없는 대학교는 상당수의 미성년자가 설렘과 긴장을 품고 한 달을 보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N수하지 않고 대학교에 입학하게 되는 나이가 18세인데, 열여덟 살은 법적으로 아동으로도 성년으로도 분류되지 않는다. 아동은 18세 미만이고, 성년은 19세부터이기 때문이다.
대학생에게 취업은 가장 큰 과제
기업들 실무능력 갖춘 경력자 선호
그나마 인턴제가 대학생에겐 기회
대학 때 적성에 맞는 직무 찾아야

다분히 ‘경계인’이라 불릴 만한 이들을 3월의 캠퍼스에서 보면 언제부터인가 안쓰러운 생각이 든다. 그들이 기약 없는 취업의 길에 접어들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대학생이 대체로 속박 없이 낭만을 누린 시절은 민주화 세대가 지나가고 1997년 외환위기가 오기 전까지, 10년도 안 되는 짧은 기간 이후 돌아오지 않았다. 대신 대학은 진학을 위해 갈아 넣은 시간과 돈을 취업이라는 결과로 배상해야 하는 기능적 도구로 자리매김했다.
그렇지만 대학을 나온다고 다 취업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불안감은 점점 더 커지는 것 같다. 사실 객관적으로 나타난 고용지표들은 나빠 보이지 않는다. 대학진학률이 70% 이상으로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가운데, 20대 전체 인구 중 취업자 수 비율인 취업률은 2014년 57.4%에서 2024년 61%로 상승했다. 성별로는 여자의 취업률 상승이 더 눈에 띈다. 2014년 58.5%인 여자의 취업률은 2024년 63.4%로 약 5%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남자의 취업률은 55.9%에서 58.6%로 2.7%포인트 올랐다. 20대 후반 근로자가 받는 임금 역시 물가 상승분을 제외하고 10년 동안 월 75만원 정도 올랐다.
10년 전과 비교해 보면 상황이 나아진 것으로 보이지만, 10년 동안 대학 교육의 질이 높아졌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기술과 지식의 발달 속도와 비교하면 특히 그렇다. 가장 큰 원인은 16년 지속된 등록금 동결이다. 등록금이 오르지 않으면서 대학의 인건비도 오를 수 없었다. 당시를 떠올려보면, 처음에는 몇 년 버티면 정상화되겠지, 설마 물가상승률은 따라갈 수 있게 해주겠지 하는 생각으로 지켜봤던 것 같다. 그런데 대통령이 바뀌어도 꼼짝을 안 하니 교수들도 각자 살길을 모색하겠다는 자세로 바뀌는 것이 느껴졌다. 대학의 경영진조차 외부의 자금원을 찾고자 혈안이 되었다. 그러는 동안 대통령이 세 번이 바뀌었지만, 결국 예기치 않게 생긴 권력 공백에 올해 상당수의 대학이 등록금을 올렸다.
대학 졸업장이 수학능력은 어느 정도 보장할 수 있어도 기업이 필요로 하는 실무 역량을 의미하지 않는 것을 기업들도 감지했을 것이다. 그 결과 최근의 취업 시장은 급속하게 경력자 중심의 수시채용으로 경향이 바뀌었다. 기성세대가 익숙한 취업 형태인 정기적 대졸자 공채(공개채용)는 찾아보기 어렵다. 사실 예전이라고 대졸자들이 실무 역량을 갖추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겠지만, 특히 기업집단의 경우는 공채로 신입사원을 뽑아 기업의 정체성과 로열티를 함양하고, 동기 문화를 형성하여 계열사를 옮겨 다니면서도 위화감 없이 일할 수 있도록 하는 장점이 있었다.
필자도 박사학위를 받은 후 첫 직장이 삼성의 계열사였던 터라 비록 경력직 대우를 받았지만 연수를 통해 공채 문화를 약식으로 경험할 기회가 있었다. 당시 동영상으로 본 ‘신입사원 하계수련회’는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2016년에 하계수련회가 폐지된다는 기사를 봤을 때 퇴사한 지 10년이 다 되어가지만 아쉬운 마음이 들 정도였다. 기업들이 대졸자 정기 채용에서 경력자 수시 채용으로 바꾸는 것은 세상이 하도 빠르게 바뀌기 때문도 있지만, 신입사원을 가르쳐 가며 일을 시킬 여유가 없을 만큼 국제적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열심히 가르쳐 놓으면 금세 이직해 버리는 경우가 무시 못 할 정도로 늘어난 것도 이유가 되었다.
대학생의 취업 불안감은, 학교에서는 경력을 쌓을 수 없는데 기업은 경력자만 원한다는 데 있다. 그나마 대학생들에게 반가운 기회가 인턴이다. 전환형, 체험형 등 유형도 자리잡은 모양이다. 하지만 그 전에 교수이자 엄마로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몰입해서 할 수 있는, 나에게 맞는 직무를 찾자는 것이다. 대학교 3학년이 된 큰애가 작년 교양 수업에서 진로를 찾았다. 바뀔 수도 있겠지만 처음으로 진심인 것 같아 반가웠다. 대학 4년은 그런 기회다. 새내기 한 명 한 명에게 해주고 싶은 얘기다.
민세진 동국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