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이후 방화범 9명 이상 체포
"대중의 주목 받으려 방화 시도"
LAPD, 모방 범죄 근절 강력 대처
최근 LA 인근 지역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로 최악의 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유사 방화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LA 경찰국(LAPD)을 비롯한 법집행기관들은 방화 행위에 대한 처벌을 강조하며 모방 범죄 근절에 나섰다.
전국소방협회(NFPA)에 따르면 산불 등의 대형 화재가 발생하게 되면 방화와 같은 유사 범죄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NFPA 밥 듀발 화재 조사관은 “대형 산불이 발생하면 소방관부터 경찰까지 모든 인력이 화재 지역으로 집중된다”며 “이는 방화범들에게는 범죄를 저지르기 쉬운 조건이 형성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최근 발생한 팰리세이즈, 이튼 산불 이후 곳곳에서는 잇따라 크고 작은 산불이 발생하며 방화 용의자들이 체포되고 있다. 지난 20일 그리피스 천문대 인근에서는 방화로 추정되는 산불이 발생, 용의자로 르네 코르테즈(42)가 체포됐다. 팰리세이즈 산불 이후 검거된 9번째 방화범이었다. 같은 날 LA카운티 셰리프국은 소방관으로 사칭하고 팰리세이즈 산불 피해 지역에 진입하려 했던 더스틴 넬(31)과 제니퍼 넬(44)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셰리프국 측은 이들 중 한 명이 방화 전과가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방화 가능성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다. 지난 18일 패서디나 애비뉴 인근에서는 방화 용의자 1명이 체포되자 패서디나 소방국 측은 즉각 방화수사팀(Arson Investigation Team)의 활동을 강화했다.
가주 지역에서 방화 사건을 담당했던 윌리엄 와인버그 형사법 변호사는 최근 CNN과의 인터뷰에서 “대규모 화재 사건이나 산불이 발생한 뒤 방화를 저지르는 이들은 해를 끼치려는 목적보다 대중의 주목을 끌려는 경향이 강하다”며 “방화 용의자들을 보면 사회적으로 소외되거나 정신 건강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은데 분노, 복수, 스트레스 해소 등이 방화의 동기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대형 산불 발생 이후 도심 주택가에서도 방화 시도가 목격돼 주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최근 LA 한인타운 서쪽 미드윌셔 지역에는 주민들이 자체 제작한 방화범에 대한 포스터가 배포되기도 했다. 해당 지역 주민들은 대머리에 흰수염을 기르는 한 남성이 페어팩스 주택가를 돌며 불을 지피고 있다면서 목격 시 911 신고를 당부했다.
최근 지역 사회 내 각종 정보 등을 제공하는 플랫폼 ‘넥스트도어(Nextdoor)’에는 50대로 추정되는 한 여성이 어바인 지역 주택가 길모퉁이 등에서 종이에 불을 붙인 뒤 도망가는 모습이 포착돼 방화를 우려하는 댓글이 잇따라 달리는 등 논란이 되고 있다.
이 지역에 사는 박모 씨는 “그 여성이 불을 지피는 것을 본 사람들이 소리친 뒤 경찰에 신고했지만 아직까지 여성이 잡히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가주소방국에 따르면 지난해만 총 109명의 방화범이 체포됐다. 이는 2016년(73명)과 비교하면 50% 가까이 급증한 셈이다. 소방국 측은 “이는 대형 화재와 관련해 소방국이 수사를 진행했던 사례만 집계한 통계이기 때문에 기타 기관의 통계까지 합하면 실제 방화 용의자 수는 더 많을 것”이라고 전했다.
LA카운티 검찰도 대형 산불 발생 이후 방화 용의자들에 대한 처벌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 17일 네이선 호크먼 검사장은 방화범 등 9명을 추가 기소했다며 “재난을 범죄 활동 은폐 수단으로 사용하는 이들을 반드시 체포해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LA카운티 검찰은 최근 사우스 게이트 지역 한 아파트 전봇대에 불을 지핀 루이스 구디노(28)와 사우스 한 모텔 밖 나무에 불을 지핀 리처드 페터슨(36)을 각각 기소했다. 이 밖에 다른 용의자 4명도 캄튼, 호손, 브렌트우드, 헌팅턴파크 등에서 크리스마스트리, 야외 쓰레기통 등에 불을 지핀 혐의로 각각 기소됐다.
한편, 가주법에 따르면 심각한 신체적 상해를 입히는 방화의 경우 최대 9년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
김형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