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오영상 기자 = 지난주 일본 증시에서 닛케이주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휘들리며 급등락을 반복하는 롤러코스터 장세를 연출했다.
이번 주에는 미일 양국 간 관세 협상이 예정돼 있다. 시장에서는 협상 진전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는 한편, 환율이 협상 쟁점의 하나가 될 것이란 점에서 엔화 약세 시정에 대한 미국의 압박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14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경제는 수출 의존도가 큰 만큼 엔화 강세가 가속되면 기업 실적이 악화되고, 주식 시장은 '더블딥(이중바닥)'으로 향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일, 상호관세의 추가분에 대해 일부 국가 및 지역에 대해 90일간의 유예를 허용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각국은 미국과의 협상에 시간적 여유를 갖게 됐다.
일본에서는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재생담당상이 미국을 방문해 17일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과 협상할 예정이다. 주식시장에서는 협상에 대한 기대감 등을 배경으로 단기적으로 주가 반등에 대한 기대도 나올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번 협상이 엔화 강세를 가속화할 수 있다는 경계심도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 일본과 중국을 직접 언급하며 "그들이 통화를 절하해 우리에게 매우 불공정한 불이익을 주고 있다"고 발언했다.
베센트 장관도 지난 7일 일본과의 협상에 대해 "관세, 비관세 장벽, 통화 문제, 정부 보조금에 관한 생산적인 논의를 기대하고 있다"며 환율 문제가 하나의 쟁점이 될 것임을 언급했다.
상호관세 도입을 통해 미국 내 제조업을 보호하려는 미국 정부로서는 자국 기업의 수출을 촉진하기 위해 일본과의 협상에서 엔화 약세 시정이 중요한 열쇠가 될 가능성이 있다.
시장에서는 미국이 어떤 수단을 통해서든 엔화 약세 시정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수출 기업 비중이 높은 일본 주식은 엔화 약세일수록 유리하지만, 엔화 강세가 진행되면 역풍이 된다.
다이와증권의 아베 켄지 수석 전략가는 "1엔의 엔화 강세 진행으로 일본 주식 전체의 이익은 약 0.4% 감소하는 경향이 있고, 만약 5엔 정도 엔화 강세가 진행되면 약 2%의 실적 하방 요인이 된다"고 추산했다.
향후 발생 가능한 요소를 선제적으로 반영하는 주식시장에서는 단기적으로 이 계산치 이상으로 매도 압력이 강해질 가능성도 있다.

엔고가 가속할 경우 일본 증시의 더블딥 리스크도 높아질 수 있다. 니혼게이자이는 PBR(주가순자산비율) 1.15배에 해당하는 3만990엔 부근을 1차 지지선으로 봤다.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으로 주가가 급락했던 2024년 8월에도 PBR 1.15배인 3만1500엔 부근에서 하락이 멈췄다. 닛케이주가가 2644엔 하락했던 지난 7일에도 이 수준이 지지선으로 작용했다.
이 수준을 하회하면 일반적으로 주가 정체가 계속되기 쉬운 것으로 여겨지는 '최근 고점 대비 20% 하락' 수준이 다음 지지선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고점인 3만8027엔(3월 26일)에서 20% 하락한 수준은 3만420엔이다.
니혼게이자이는 이 라인까지 하회하면 그 다음 바닥은 PBR 1배 수준인 2만6950엔 전후로 전망하며 "만약 이 수준까지 하락한다면 그간 일본의 성장과 개혁에 대한 기대감이 사라졌다고 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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