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사업자 부당특약 무효화·손해배상 책임 강화

2024-10-11

기업 간 불공정 거래 규제

하도급법 개정안 발의 활기

중소 시공업체 등 효과 기대

부당대금 설정 고의 인정 땐

수급사업자 피해액 5배 배상

[정보통신신문=이민규기자]

22대 국회 개원 이후 기업 간 불공정 거래를 바로잡기 위한 입법 활동이 활기를 띠고 있다. 여야를 막론하고 부당한 갑을관계 해소에 초점을 맞춰 하도급법 등 관련 법률 개정에 힘을 쏟고 있는 모습이다. 최근 발의된 하도급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어 실제 시행단계에 이를지 귀추가 주목된다.

또한 개정안에 포함된 수급사업자 보호규정이 ‘을’의 지위에 놓인 중소 시공업체 등의 권익증진과 공정한 시장질서 확립에 실질적인 효과를 미칠 수 있을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국회에서는 수급사업자 보호에 관한 3건의 하도급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먼저 국회 정무위원회 위원장인 윤한홍 의원(국민의 힘)은 지난달 2일 부당특약 무효화 규정을 신설하는 내용의 하도급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 제안이유 및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현행법은 원사업자가 수급사업자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하거나 제한하는 내용의 부당특약을 설정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렇지만 수급사업자에게 각종 비용을 전가하는 등의 고질적인 부당특약 설정 행위가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 같은 부당특약 설정 시 원사업자에 대한 행정제재 등이 가능하다. 하지만 계약 당사자 간 민사상 효력이 유효하다 보니 부당특약이라도 이를 이행해야 할 의무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또한 하도급업체 등 수급사업자 입장에서는 원사업자를 상대로 별도의 사법적 대응을 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현행 규정만으로는 수급사업자의 권리 보호에 한계가 있는 셈이다.

이에 개정안은 하도급 계약에 명시된 특약이 당사자 일방에게 현저하게 불공정한 경우 그 부분을 무효로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는 부당특약 설정을 예방하고 거래의 안정성 확보와 수급사업자의 신속한 피해구제를 도모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이강일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9일 하도급대금 연동제를 한층 강화하고 부당특약을 무효화 하는 내용의 하도급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제안이유를 살펴보면, 2023년 10월부터 주요 원재료 가격의 변동에 따라 하도급 대금을 조정할 수 있도록 하도급대금 연동제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현행법상 하도급대금 연동제는 하도급대금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주요 원재료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로 인해 전기·가스요금 등 에너지비용과 운송비용의 경우에는 하도급대금의 10% 이상을 차지하라도 연동제 적용대상에서 제외된다.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개정안은 하도급대금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전기·가스요금과 운송비용 등을 하도급대금 조정 대상에 포함시켰다.

이번 개정안도 부당특약을 무효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게 눈에 띈다. 현행법에서 원사업자의 부당특약 설정을 금지하고 있으나, 부당특약이 존재하더라도 수급사업자는 별도의 민사소송을 제기해 그 무효를 확인받기까지 계약에 따른 책임을 부담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에 개정안은 수급사업자를 두텁게 보호하기 위해 부당특약에 해당하는 부분을 무효로 한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윤한홍 의원이 발의한 하도급법 개정안과 기본 골격이 동일하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김동아 의원은 지난달 13일 부당 하도급 거래에 대한 손해배상을 한층 강화하는 내용의 하도급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제안이유를 보면, 현행법은 원사업자의 손해배상 책임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예를 들어 원사업자가 일반적으로 지급되는 대가보다 낮은 수준으로 하도급대금을 결정하는 경우 수급사업자가 손해를 본 금액의 3배 이내에서 배상해야 한다.

하지만 원사업자가 대기업인 경우가 많아 부당 하도급에 대한 실제 판결이 미미하고, 손해배상액은 피해금액의 평균 1.5배로 그 실효성에 대한 비판적인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개정안은 부당한 하도급 거래에 대한 원사업자의 고의성이 인정되는 경우 손해로 인정된 금액의 5배를 배상하도록 했다. 아울러 하도급거래에 있어서 고의 또는 손해 발생의 우려를 인식한 정도 등을 고려해 배상액을 감액할 수 있도록 했다. 부당한 하도급 거래에 대한 손해배상액을 실효성 있게 정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수급사업자의 피해를 줄이자는 취지다.

이 같은 불공정 하도급거래 규제 법안에 대해 다수의 중소 시공업체는 긍정적 평가를 내리고 있다. 일선 시공현장에서 아직도 근절되지 않고 있는 부당한 갑질을 막기 위해 제도적 안전장치를 강화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개정안에 포함된 수급사업자 보호규정이 ‘을’의 지위에 놓인 중소 시공업체 등의 권익증진과 공정한 시장질서 확립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시공현장의 구조적인 갑을관계와 다단계 도급구조를 감안할 때 형식적인 제재규정이 큰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전영준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미래산업정책연구실장은 최근 발간된 건설동향브리핑 보고서에서 “원도급자의 우월적 지위 남용 방지를 위한 하도급 규제 강화는 꼭 필요한 경우 마련돼야 할 것이나 해당 입법안이 실질적 효과를 발현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입법 과정에서 추가적인 고민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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