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 이대로 괜찮을까?

2024-10-20

음주는 남성의 전유물처럼 여겼으나 최근에는 아내나 여자 친구의 주량이 더 세다고 자랑삼아 말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혼자서 술을 마시는 ‘혼술’을 취미인 양 말하기도 하며, 자신이 마신 술병을 인테리어 소품처럼 두기도 한다.

대학생 음주 실태를 연구한 적이 있는데, 음주 빈도를 묻는 객관식 질문에 365일 중 365일, 윤년일 때에는 366일 마신다고 기재한 학생도 있었다. 미국 대학 교수는 한국에서는 술을 마실 때 함께 마시는 음료가 있다고 들었는데, 술을 마시고 빨리 깨기 위해 음료를 마시는 시는 것은 넌센스가 아니냐고 물었다. 우리 사회는 아직도 술에 대해 허용적이며, 술을 친근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의하면 1년 동안 한 달에 1회 이상 음주한 사람은 78%로 나타났다. 즉, 열명 중 약 여덟명이 음주자이다. 음주율은 연령이 적은 군에서, 고소득군보다는 저소득군에서, 도시보다는 읍면지역 거주군에서 높게 나타났다.

적당량의 음주는 인간관계와 대화를 부드럽게 하는 등의 이점도 있으나 음주 운전은 타인에게 위해를 가해 목숨까지 앗아가기도 하며, 어렵게 취업한 사람이 음주 운전으로 인해 직장을 잃는 경우도 있다.

어느 지자체에서는 성인 2,000명을 대상으로 개별면접법으로 음주량, 알코올 의존성, 음주에 따른 부정적인 결과 등 총 10개 문항에 대해 조사한 후 점수에 따라 정상음주군, 위험음주군, 알코올사용장애추정군으로 나누고, 위험음주군과 알코올사용장애추정군을 문제음주로 판정하였다. 그 결과 문제음주 비율은 10.5%로 나타났다.

즉, 성인 열명 중 한명 이상이 문제음주를 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음주율은 성별에 따른 차이가 없었고, 나이가 어릴수록, 대졸 이상의 고학력군에서, 이혼이나 사별, 별거를 경험한 군에서, 저소득군에서 더 높게 나타났다. 반면에 코로나19 시기에도 친구, 이웃, 지인들과 적절한 만남이나 모임을 유지하는 집단은 오히려 문제음주 위험도가 낮았다.

술은 발효주, 증류주, 합성주로 구분할 수 있다. 발효주는 발효 과정을 거친 포도주, 막걸리, 과실주, 맥주, 약주, 청주 등이 있으며, 증류주는 발효된 술을 증류하여 정제한 것으로 소주, 보드카, 위스키, 브랜디 등이 있다. 술은 곡류를 제조 원료로 사용하는 에틸알코올이 주성분이다. 탄수화물과 지방이 각각 1g당 4kcal, 9kcal를 내는데 비해 알코올은 1g에 7kcal를 내므로 에너지 함량이 높다. 술을 마실 때 안주까지 먹으면 에너지 섭취량은 더욱 많아지게 된다. 식사 후 잦은 음주는 체중 증가로 이어지게 된다.

그렇다고 식사를 거르고 음주를 하면 영양소 균형이 깨져 건강에 해롭다. 영양소는 대부분 소장에서 흡수되는 데 비해, 알코올은 위에서부터 흡수되므로 술을 마시면 취기가 빨리 나타난다. 공복 상태에서 술을 마시면 위와 장이 비어있는 상태이므로 더 빨리 흡수돤다.

알코올은 인체에 유독한 물질이므로, 간에서는 해롭지 않은 물질로 전환시키려고 한다. 알코올에 1단계 효소가 작용하면 아세트알데히드로 분해되는데, 이 물질은 독성이 강하며 얼굴이 붉어지고 맥박이 빨라지며 가슴이 두근거리는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아세트알데히드에 2단계 효소가 작용하면 무독한 아세트산으로 전환된다. 1단계 효소와 2단계 효소가 모두 많이 분비되는 사람은 알코올이 신속하게 분해된다.

그러나 1단계 효소는 많으나 2단계 효소는 적은 사람은 유독성 물질이 분해되지 못한다. 1단계 효소와 2단계 효소가 모두 부족한 사람도 술을 마시기에 적절치 않은 체질이다. 그렇다면 효소가 부족하여 술을 전혀 마시지 못하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인가, 불행한 사람인가라는 질문을 할 수 있다. 알코올 연구자에 의하면 무효소 또는 저효소 체질을 가진 가계를 조사한 결과 자손의 평균 수명이 길었으며, 고급 직급에 종사하였고, 범죄자 수가 다른 가계에 비해 적었다고 한다.

이러한 체질을 가진 사람은 알코올을 섭취하지 못하므로 간에 무리가 가지 않고 장기들이 독성 물질의 영향을 받지 않아 두뇌 기능이 좋아지고 건강을 유지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적포도주는 심혈관질환 예방에 효과적이라고 한다. 포도주를 즐겨 마시는 프랑스인들은 다른 구미 지역 사람보다 심혈관질환 이환율이 낮다는 역학 조사 결과가 있다. 또한 적포도주는 혈중 콜레스테롤 수준을 낮추고 암의 발생 및 노화를 지연시키는 항산화 성분이 있다고 발표되기도 하였다.

그렇다면 건강을 위해 적포도주를 마셔야 할까? 연구 결과를 주목해 보면 포도주를 마실 경우 심장질환 이환율은 감소하였으나 간질환 발생 이환율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알코올 연구소에서 발표한 알코올의 폐해로는 평균 수명이 감소하였으며, 가족 피해, 음주운전 사고, 항공 및 수상 사고, 화재 및 추락 사고, 직장 결근율이 증가하였다. 여성은 남성에 비해 음주로 인한 뇌, 간 손상이 더 쉽게 일어나며, 지속적인 과음은 생리불순, 불임, 조기 폐경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임신 중 술을 마시면 유산이나 조산 확률이 높으며, 신생아에서 성장 및 정신 지체, 안면 기형, 신경계 기형 등의 태아 알코올증후군이 유발될 수 있다. 임신 전에 술을 끊어야 하며, 임신 중에 약한 술은 마셔도 괜찮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술을 마신 후에는 소변량이 많아지는데, 이는 알코올이 체내에 들어온 것을 감지한 뇌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알코올을 마시면 가장 먼저 영향을 받는 것이 뇌 조직이며, 뇌 조직은 신체 모든 장기의 기능을 조절하므로 뇌 조직의 변화는 곧 다른 장기의 변화를 초래한다.

특히 뇌 세포는 한번 손상되면 재생되지 않는다. 술을 마신 후 화장실을 출입할 때마다 지금 알코올이 뇌를 자극하여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음을 염두에 둘 일이다. 음주로 인한 폐해를 줄이기 위해 음주 위험군에 대한 사회적 지원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음주의 위험성에 대한 개개인의 각성이 중요하다.

박은숙 <원광대학교 명예교수/前 대외협력 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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