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금 환수에 대해 여야 공감대 형성…올해 안으로 제도 마련
노소영 관장, 비자금 실체 드러내면서 이미 알고 있었다는 비판
시민단체·재계도 노소영 관장에 대해 검찰 수사 촉구
[미디어펜=박준모 기자]노태우 전 대통령의 불법 비자금 의혹에 대한 공세가 정치권을 넘어 시민단체, 재계 등 사회 전반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30년간 불법 비자금을 통해 막대한 이득을 챙긴 만큼, 이제라도 철저한 진상 규명과 함께 국가 차원의 환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이에 따라 이혼소송에서 비자금 실체를 수면 위로 끌어올린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에게도 정치적·사회적 책임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정치권, 불법 비자금 환수 속도 낸다
13일 재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올해 안으로 불법 비자금을 환수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다는 방침이다. 박균택 민주당 의원은 범죄수익은닉처벌법 개정안을 발의했는데, 이 법안은 국가폭력범죄의 범위를 확대하고 해당 범죄에 대해 독립몰수제를 적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현재는 범죄수익을 몰수하려면 당사자가 유죄판결을 받아야 한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이미 사망했기 때문에 불법 비자금의 실체가 밝혀지더라도 현행법상으로는 몰수할 근거가 없다는 게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사후에도 부정한 자산이 유족이나 제3자에게 승계되는 상황을 막기 어렵다는 비판도 나오면서 민주당에서 적극적으로 불법 비자금 환수 움직임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에서도 불법 비자금 환수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박준태 국민의힘 의원도 범죄자가 사망했더라도 제3자가 상속·증여·유증받은 재산이 불법 비자금일 경우 몰수·추징이 가능하도록 하는 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까지 나서서 불법 비자금 환수 필요성에 대해 강조한 바 있다. 그는 대선 후보 시절 “(범죄자가) 사망한 뒤 상속자들한테까지도 민사상 배상 책임을 끝까지 물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재계 관계자는 “불법 비자금 환수와 관련해서는 여야가 이견이 없는 상황”이라며 “초당적 협의를 통해 관련 입법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노소영도 비판 벗어날 수 없어”…시민단체·재계 ‘한목소리’
이처럼 노태우 불법 비자금에 대한 환수 압박이 정치권에서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에 대한 책임론도 부상하고 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딸인 노 관장은 비자금의 실체를 직접 밝힌 인물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의 이혼소송 과정에서 1심 재판부는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재산분할 665억 원, 위자료 1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노 관장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으며, 2심에서 900억 원의 자금 출처가 적혀 있는 김옥숙 메모를 증거로 제시했다. 당시 재판부는 불법 비자금으로 의혹을 받는 이 메모를 증거로 인정했고, 결국 노 관장은 최 회장으로부터 재산분할 1조3808억 원, 위자료 60억 원을 지급받으라는 판결을 받았다
문제는 노 관장이 그동안 불법 비자금의 존재를 알고 있으면서도 이혼 소송에서 본인에게 유리한 판결을 이끌어 내기 위해 뒤늦게 공개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노 관장 역시 도의적인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30년간 불법 비자금을 통해 막대한 부를 축적했다는 점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이 같은 행위가 국가 경제와 사회 정의에 미친 부정적 영향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다.
시민단체와 재계에서도 해당 문제에 대한 엄정한 조사를 촉구하며, 노 관장을 압박하고 있다. 5·18 기념재단과 군사정권범죄수익국고환수추진위원회 등 시민단체들은 검찰은 물론 국세청에도 노 관장을 비롯한 노태우 일가에 대해 고발하며, 비자금 출처와 자산 형성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재계 내에서도 노 관장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적극적으로 진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불법 비자금을 통한 자산 축적이 용인될 경우 시장 질서의 공정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노 관장이 불법 비자금의 실체를 이미 알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며 “불법 비자금에 대한 설명을 내놓기 보다 지금처럼 회피만 할 경우 사회적 책임 등 향후 감당해야 할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