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해외주식 붐' 이후 5년…10대 증권사 전산장애 100건 육박

2025-12-08

최근 5년간 주요 증권사에서 해외 주식 매매와 관련해 100여 건에 달하는 전산 장애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학개미의 해외 주식 직접투자가 본격적으로 확대된 2020년 이후 거래량과 주문 트래픽이 꾸준히 늘어난 가운데 주요 증권사들의 시스템 장애가 누적된 결과다.

8일 서울경제신문이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실로부터 입수한 ‘2020~2025년 증권사 전산 장애 현황’에 따르면 자기자본 기준 상위 10개사에서 해외 주식 매매 관련 사고는 총 99건 발생했다. 전체 누적 피해 금액 규모는 2조 6079억 원이며 피해 인원은 총합 8439명으로 집계됐다.

단일 사례로 가장 큰 사고는 2022년 8월 한국투자증권에서 발생했다. 당시 한국투자증권의 홈트레이딩시스템(HTS)과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이 전산 장애로 15시간 이상 먹통이 되면서 6260명의 피해 고객이 발생했고 피해 금액 역시 2조 5263억 원에 달했다. 건수 기준으로는 KB증권이 최근 5년간 총 24건으로 최대치를 기록했다. 평균적으로 10대 증권사에서는 매년 약 20건의 해외 주식 매매 관련 장애가 발생했다.

유형별로는 외부 요인에 의한 장애 발생이 70건으로 전체의 71%를 기록하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해외 주식 거래가 대폭 증가하면서 해외 브로커, 거래소 장애 등의 리스크가 전산 사고의 주된 요인으로 꼽혔다. △프로그램 오류 14건(14%) △시스템 장애 11건(11%) △인적 재해 4건(4%)이 그 뒤를 이었다.

최근 가장 많은 장애가 발생한 곳은 메리츠증권이었다. 메리츠증권은 지난해 11월 해외 주식 수수료 완전 무료 정책을 도입한 이후 한 달 만에 4억 원, 542명의 피해가 발생한 사고가 보고된 바 있다. 올해는 총 4건으로 집계됐으며 피해 금액과 인원은 각각 1억 6533만 원, 331명으로 나타났다. 이 중 2건은 자체 프로그램 오류에 의한 사고로 분류됐다.

다만 올해 들어 전반적인 장애 발생은 줄어드는 흐름이다. 10대 증권사의 해외 주식 전산 장애는 2021~2022년 15건 수준에서 2023년에는 24건, 2024년 22건으로 늘었으나 올해(2025년 1~10월)는 11건으로 감소했다. 이 같은 축소세는 2022년 대형 사고 이후 증권사들이 주문·체결 시스템 재정비, 서버 확충 등 전산 대응 능력을 강화하면서 장애 리스크가 보완된 결과로 풀이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의 전산 운용비는 2020년 5802억 원에서 지난해 9697억 원으로 두 배 가까이 확대됐다. 이에 따라 전체 피해액은 2023년 438억 원, 2024년 159억 원, 올해는 10월 기준으로 2억 원 수준까지 급감했다.

시장에서는 통계상 장애 건수와 피해액은 줄었지만 미국 주식 주간 거래 재개 등으로 인해 시스템 관리 범위는 오히려 넓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투자 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국 주식의 경우 지난달부터 사실상 ‘24시간 시장’이 된 만큼 투자자 보호에 있어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할 것”이라며 “현지 대체거래소(ATS)를 복수로 두고 백업 브로커를 확보하는 등 안전장치는 강화됐지만 거래시간과 채널이 늘어난 만큼 작은 오류도 대형 사고로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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