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역사를 보면 많은 생물이 존재해 왔다. 그중에는 지능이 높은 생물이었으리라고 판단되는 생물도 여럿 있었다. 심지어 그중에는 ‘만약 이 생물이 멸종하지 않았으면 나중에는 사람과 비슷한 수준의 지능을 갖추게 되지 않았을까?’하는 상상을 하게 한 사례도 있었다. 이번 글에서는 그 재미있는 상상을 하게 만든 공룡인 스테노니코사우루스에 대해서 소개해 보도록 한다.
캐나다에서 발견된 공룡
1928년에 캐나다 남부 알버타주에 있는 공룡 공원층(Dinosaur Park Formation)에서 새로운 공룡의 화석이 발견되었다. 앞발과 뒷발, 다리뼈와 발목 일부, 그리고 꼬리뼈 일부가 발견된 이 공룡은 1932년에 신종 공룡으로 학계에 보고되었다. 찰스 모트럼 스탠버그(Charles Mortram Sternberg)라는 고생물학자가 학계에 보고한 이 공룡은 스테노니코사우루스(Stenonychosaurus)라는 학명이 부여되었다. 이 이름은 ‘좁은 발톱 도마뱀’이라는 뜻이다. 스테노니코사우루스는 두 번째 발톱이 매우 발달하여 있었는데, 이는 새와 가까운 공룡에서 흔히 보이는 특징 중 하나이다. 즉, 이 공룡은 새와 매우 가까운 공룡 중 하나인 것이다.
1969년에 스테노니코사우루스의 좀 더 온전한 화석이 학계에 보고되었다. 이번 화석은 공룡 공원층보다 하부에 있는 지층인 올드만층(Oldman Formation)에서 발견되었다. 이 화석을 연구한 캐나다 자연사박물관(Canadian Museum of Nature)의 척추고생물학 분야 학예사인 데일 러셀(Dale Russell)은 연구를 통해서 스테노니코사우루스의 왼쪽 턱 일부와 정수리 등 머리뼈 일부, 앞팔의 일부, 꼬리뼈와 늑골, 다리뼈 등 추가적인 표본을 같이 학계에 보고하였다. 이 외에도 스테노니코사우루스가 처음 명명된 해인 1932년에 미국의 고생물학자 찰스 길모어(Charles W. Gilmore)는 캐나다 공룡 공원층에서 발견한 파충류의 턱뼈에 폴요돈토사우루스(Polyodontosaurus)라는 학명을 붙여서 학계에 보고하였다. 이 턱뼈 역시 후에 스테노니코사우루스의 것으로 재분류되기도 하였다.
뛰어난 두뇌와 공룡 인간
스테노니코사우루스의 두드러지는 특징 중 하나라면 두뇌이다. 두뇌 자체가 화석으로 남은 것은 아니지만, 머리뼈에서 두뇌가 보관되는 공간인 뇌실을 통해서 두뇌의 형태를 유추해 낼 수 있다, 이 공룡의 두뇌는 체중 대비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이 공룡은 지능이 매우 뛰어났을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하였다.
1982년에 데일 러셀은 예술가이자 모형 제작가인 론 세귄(Ron Séguin)과 함께 스테노니코사우루스의 온전한 골격을 복원하였다. 발견된 표본들과 친척 공룡의 화석을 토대로 스테노니코사우루스의 온전한 골격을 복원하였다.
이때 러셀 박사와 세귄은 스테노니코사우루스의 골격뿐 아니라 ‘만약 이 공룡이 멸종하지 않고 현대에까지 자손이 남아 진화를 거듭하여서 사람과 같은 지능을 가지게 된다면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하는 상상을 통해서 공룡인간 즉, 다이노사우로이드(dinosauroid)을 상상하기도 하였다. 그들은 만약 스테노니코사우루스가 멸종하지 않았다면 이 공룡의 자손에서 공룡인간이 진화하였을 것이라고 상상하였던 것이다.
러셀 박사와 세귄이 다른 공룡이 아닌 스테노니코사우루스에서 다이노사우로이드가 진화하였으리라고 상상한 것에는 몇 가지 근거가 있었다. 먼저 앞서 말하듯 이 공룡은 체중 대비 큰 두뇌를 가지고 있었다. 이는 두뇌가 매우 발달하였을 가능성을 제시한다. 이는 이 공룡이 높은 지능을 가졌을 가능성을 제시한다. 거기다가 이 공룡의 앞발은 물건을 잡는 데에도 매우 유리한 형태를 하고 있다. 스테노니코사우루스의 손을 보면 손가락 하나가 엄지손가락처럼 다른 손가락과 거의 마주 보는 형태를 하고 있다. 이는 마치 사람의 엄지손가락이 물건을 잡을 때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과 비슷하다. 러셀 박사와 세귄은 이러한 특징들을 기반으로 스테노니코사우루스가 멸종하지 않았다면 인간과 비슷한 모습으로 진화하면서 인간처럼 높은 지능을 가졌으리라고 주장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에 여러 학자들이 반론을 제기하였다. 예를 들어 팔레오아티스트인 대런 네쉬는 다이노사우로이드가 너무 인간과 가까운 모습으로 진화한 것에 대해서 ‘너무 인간 중심적인 사고방식’이라고 비판하였다. 그는 인간의 수직에 가까운 직립보행 자세나 사라진 꼬리 등등이 꼭 지능 발달을 위해서 생겨난 것이 아니라 인간 자체의 고유 진화 과정에서 일어난 것이며 그것이 지능을 발달하는 데 있어 필수 요건은 아닐 것이라고 비판하였다. 즉, 인간과 비슷한 모습으로 진화해야 지능이 발달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대런 네쉬는 공룡인간을 과학적인 논의보다는 일종의 대중문화 아이콘이라고 결론 내렸다.
연구 및 자료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Stenonychosaurus
https://en.wikipedia.org/wiki/Dinosauroid
Naish, D., & Tattersdill, W. (2021). Art, anatomy, and the stars: Russell and Séguin’s dinosauroid. Canadian Journal of Earth Sciences, 58(9), 968-979.
Sternberg, C. M. (1932). Two new theropod dinosaurs from the Belly River Formation of Alberta. Canadian Field Naturalist, 46(5), 99-105.
Russell, D. A. (1969). A new specimen of Stenonychosaurus from the Oldman Formation (Cretaceous) of Alberta. Canadian Journal of Earth Sciences, 6(4), 595-612.
Russell, D.A. & Séguin, R. (1982) Reconstruction of the small Cretaceous theropod Stenonychosaurus inequalis and a hypothetical dinosauroid. Syllogeus 37, 1–43
이수빈 화석 연구가이자 과학 커뮤니케이터. <화석이 말하는 것들>(에이도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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