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짝 움츠러든 내수와 수출 둔화로 통계청 경기동행지수가 2년 이상 악화하고 있고 OECD 경기선행지수 역시 7월부터 꺾였다. 트럼프 당선으로 인한 수출 환경 악화에 더해 계엄과 탄핵 절차로 민생 경기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국민의 경제적 고통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없을까.
실업률과 인플레이션율을 더해 산출하는 경제고통지수(EMI)는 국민이 피부로 느끼는 경제적 어려움을 나타낸다. 예컨대 실업률 3.0%에 인플레이션율 2.5%라면 EMI는 5.5다. 1976년 미 대선에서 카터 후보가 선거 전략으로 활용한 이래 각국에서 EMI로 경제적 곤란 정도를 측정한다.
간편하고 직관적이라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설명력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받았다. EMI에 근거하면 지난 11월 대선에서 민주당 해리스 후보가 이겨야 했다. 바이든 정부 첫해보다 마지막 해인 올해 이 수치가 개선됐기 때문이다. EMI의 예측력이 떨어지는 것은 선거에서 경제뿐만 아니라 사회·외교·안보 등 다른 영역의 성과가 중요하게 작용하기 때문일 수 있다. 하지만 사람들이 경제생활을 하며 느끼는 근본적인 요소를 놓치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설명력·예측력을 높이기 위해 90년대 후반 하버드대 로버트 배로 교수가 EMI를 약간 수정해 배로고통지수(BMI)를 내놓았다. BMI 역시 2000년 선거에서 민주당 앨 고어의 패배를 예측하지 못했지만 경제고통지수 산정에서 이자율의 중요성을 발견했다. 대부분의 나라가 물가지수 산정에서 금리를 넣지 않지만, 많은 사람이 이자율이야말로 생활물가에서 매우 중요한 가격이라고 생각한다. 전 미 재무장관 래리 서머스 등이 올해 3월 발표한 논문도 장기금리 상승을 고려하면 소비자 체감경기와 성장·실업 등 경제 상황을 나타내는 ‘경성’ 지표 간 괴리가 설명된다고 밝혔다.
한국으로 눈을 돌려도 실업률과 물가상승률만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잘 나타낸다고 할 수 없다. 변동이 거의 없는 실업률이 고용상황을 잘 나타낸다고 보기 어려운 데다 물가상승률도 체감물가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 한편 대출 이자율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나 5년물 금융채 금리가 2020년대 들어 크게 올랐다. 작년부터 약간 낮아졌지만, 은행 문턱은 여전히 높다. 부동산 대출 규제가 강화된 데다 생활안정자금 등 여타 대출 역시 대출의 조건·규모 면에서 미흡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자율을 감안한 지표 이상으로 경제적 고통이 클 것임을 뜻한다. 실업률이나 물가상승률, 금리와 같은 변수는 통제하기 어렵지만, 특히 고통받는 소상공인·자영업자 등의 어려움을 줄이기 위해 대출 문턱 완화에 힘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신민영 홍익대학교 경제학부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