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나스닥 24시간 영업, 우린 얼마나 대비 돼 있나

2025-12-17

“지금까지는 유럽 투자자들이 미국 증시 마감 후나 개장 전 위험 선호 심리를 살피려 한국 시장을 경유해왔습니다. 그런데 미국 증시가 24시간 열린다면 글로벌 자금이 굳이 한국 시장을 찾을 이유가 있을까요?”

최근 기자가 만난 증권 업계 관계자의 이 반문은 한국 증시가 마주한 서늘한 현실을 정확히 겨냥한다. 미국 나스닥이 내년 하반기 ‘24시간 거래 체계’ 도입을 추진한다는 소식은 단순한 거래시간 확대를 넘어선다. 이는 글로벌 자본의 이동 경로 자체를 바꾸는 신호탄이자 한국 증시를 지탱해온 ‘시차’라는 보이지 않는 보호막이 걷히고 있음을 뜻한다.

그동안 미국 장이 문을 닫은 사이 글로벌 투자자들은 아시아 시장을 경유하며 위험 선호도를 조율했고, 이 과정에서 형성된 유동성은 한국 증시의 중요한 완충장치로 작용해왔다. 나스닥이 상시 가동 체제로 전환될 경우 이런 구조는 설 자리를 잃는다. 엔비디아·애플·아마존 같은 초대형 종목을 24시간 직접 거래할 수 있다면 굳이 변동성이 크고 환율 리스크에 노출된 변방 시장을 거칠 유인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외국인 수급과 환율 변동에 민감한 한국 경제에 유동성 이탈은 단순한 조정이 아닌 구조적 위협이다. 런던 등 주요 거래소들이 서둘러 거래시간 연장 논의에 나선 배경도 여기에 있다.

문제는 대외 환경이 급변하는 사이 국내시장의 대응 속도는 여전히 더디다는 점이다. 외국인투자가의 접근성과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 개선은 좀처럼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다. 한국거래소의 거래시간 연장 논의는 노조 반발과 증권 업계의 비용 부담 논리에 막혀 공회전을 거듭하고 있다. ‘메기’ 역할을 기대했던 대체거래소(ATS) 넥스트레이드 역시 ‘시장점유율 15%’라는 경직된 규제에 묶여 있다. 시장의 외연을 넓히기보다는 기존 거래량을 나누는 데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잦은 종목 거래 중단은 글로벌 표준을 기대하고 진입한 외국인투자가들에게 한국 시장에 대한 신뢰를 오히려 훼손하고 있다.

각자의 이해관계가 평행선을 달리는 사이 세계 자본시장의 기준은 이미 ‘실시간 거래’라는 새로운 국면으로 이동했다. 자본은 언제나 더 편리하고 효율적인 시장을 향해 움직인다. 내년 하반기,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최상위 기업들과 동일한 시간대에 비교·평가받는 냉혹한 경쟁 무대에 오를 때 우리는 과연 어떤 경쟁력을 내세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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